[천리순례 11일차] 거센 비바람 뚫고 걸어걸어 동쪽으로 나아가다
10월11일 경북 고령 23km 행선…비바람에도 순례는 계속 법보신문·일일시호일·영등포건가다가, 순례단 점심 대중공양
잔뜩 찌푸린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 같았다. 이내 정진이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삼보사찰 천리순례 11일차 일정은 빗속에서 진행됐다.
상월선원 만행결사는 10월11일 경북 고령 일원 23km 구간에서 11일차 순례를 이어갔다. 이날 순례에는 대흥사 조실 보선, 동화사 주지 능종 스님과 주호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동행했다. 하루 전 기상청에서 남부지방의 많은 비를 예보한 탓에 순례단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4시간 늦게 순례를 시작했다.
밤새 오락가락하던 비는 도량석을 봉행할 즈음 다행히 멈춰섰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토해낼 듯 검은 먹구름으로 가득했지만 진신사리를 친견하기 위한 순례단의 걸음은 멈출 수 없었다. 이파리 떨군 가로수 줄지어 선 국도를 따라 1시간여 행선을 이어가던 순례단에게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처음 몇 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금새 대지를 적셨고 이내 거센 바람까지 몰아쳤다. 따사로운 햇살만큼이나 비 또한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자연의 섭리이다. 생명과 생명으로 이어진 존엄한 삶의 길을 알아가기 위해 떠나온 순례이기에 순례단은 묵묵히 동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자비순례에 이어 천리순례에도 동참한 이환희 불자는 “빗속을 걷는다는 게 불편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쏟아지는 물방울에 내 마음의 티끌도 함께 씻겨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흥사 조실 보선 스님은 “비를 맞으며 순례단과 함께 행선하다보니 2500년 전 부처님께서 무명에 갇힌 중생을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해 얼마나 애쓰셨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며 “이 법회가 여법하게 회향을 맞아 그 공덕이 이웃에게 회향돼 불교가 중흥되고 국난이 극복되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보신문과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 일일시호일 운영지원기관 서울 영등포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날 점심공양을 보시했다. 가을비를 맞으면 행선한 순례단을 위해 우동과 어묵 등을 준비해 박수를 받았다.
고령=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04호 / 2021년 10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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