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순례 13일차] 구름 걷힌 가을 벌판 가로 질러 부곡 입성

10월13일 새벽녘 출발해 27km 전진…부곡 로얄관광호텔 도착 공양지원팀 정성으로 식사 원만 해결…“순례단에 힘 더해 보람”

2021-10-13     김현태 기자

고요한 새벽이었다. 고요한 새벽이었다. 상쾌한 바람결에 간간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뿐, 하늘의 별들마저 구름 속에 숨어들어 고요함은 더욱 깊어졌다. 새벽이 내어준 자연의 도량에서 순례단은 화두와 염불, 주력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맑히며 말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이 10월13일 경남 창녕을 출발해 13일차 숙영지 부곡 로얄관광호텔에 닿았다.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으로 가득했지만, 간간이 구름 사이로 햇살이 방긋거리며 순례단을 맞이했다. 이른 새벽 숙영지를 떠난 순례단은 7km를 걸어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6km를 행선해 아침공양 장소인 창녕 장마면사무소에 도착했다.

공양시간은 순례길에서 만나는 즐거움 중 하나다. 행선으로 소진된 에너지를 채울 뿐 아니라 지친 몸을 잠시 기댈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하는 순례단의 일정에 맞춰 150여명에 달하는 삼시세끼를 준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아침공양은 삶은 계란과 귤, 치즈, 요구르트, 바나나 등 간편식을 제공하며, 점심과 저녁은 대부분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공양지원팀장 장영욱 봉은사 종무실장은 “천리순례 일정이 확정된 후 지역의 도시락 업체를 직접 방문해 메뉴를 조정하고 최대한 따뜻한 식사가 가능하도록 조율했다”며 “순례단이 도착하면 바로 공양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떠난 뒷자리를 정리하는 게 공양지원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장 팀장은 이어 “외부 공양물의 경우 소중한 삼보정재가 낭비되지 않도록 최대한 순례 중 소비하고, 부득이한 경우 지역의 노인정이나 복지관으로 회향하고 있다”며 “매일 순례단을 맞이하고 환송하면서 순례단이 순례를 이어가는데 힘을 보태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경찰 등에 천리순례 관련 정무를 담당하는 진행1팀장 천은사 주지 대진 스님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 순례단이 머문 자리를 정리한다. 스님은 “순례단의 앞길을 열어주고 뒷길을 정리하면서 스스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특히 공양물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삼보정재를 더 아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 “순례자들이 떠난 뒷자리는 깨끗하고 정돈되며 아름다워야 한다”며 “해서 늦게까지 남아 떠난 자리를 돌아보고, 혹시라도 미처 정리되지 못한 것이 있는지 더 살피고 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가 아름다운 순례길이 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은 이날 27km를 더해 총 322km를 행선 정진했다. 회향지인 불보종찰 통도사까지는 이제 101km를 남겨뒀다.

부곡=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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