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순례 15일차] 물결처럼 늘어선 환영 현수막…밀양불자도 함께 걸었다.

사명로 따라 행선하고 사명대사 표충비 모신 홍제사 참배 마을마다 순례단 환영…범해·금곡 스님 등 순례 일일동참

2021-10-15     김현태 기자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이 10월15일 10번째 기착지인 경남 밀양에 도착했다. 순례단은 이날 29km를 더해 지금까지 351km를 행선했다.

부곡을 떠나 밀양에 들어서자 순례단을 먼저 맞이한 것은 마을 곳곳에 들어선 환영 현수막들이었다. 통도사 말사들을 비롯해 밀양사암연합회 등에서 내 건 현수막들이 지친 순례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임에도 다리마다 거리마다 늘어선 불자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염불처럼 울려 퍼졌다. 날이 밝자 풍물패까지 등장해 순례단 걸음걸음을 응원했다.

순례단은 사명대사의 법호에서 유래한 사명로(四溟路)를 따라 행선했고, 동틀 무렵 홍제사에 도착했다. 홍제사는 임진왜란 당시 의승병을 이끌어 왜군을 크게 무찌르고 일본에 전쟁포로로 끌려간 조선인 3000명을 환국시킨 사명대사의 표충각과 표충비각을 보호하기 위해 지은 사찰이다. 홍제사에는 서산·사명·기허대사의 진영을 모신 표충사당이 있었으나 18세기 후반 재악산 표충사로 옮겨지면서 지금은 표충비만 남아있다. 이 표충비는 환란이 있을 때면 땀을 흘리는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홍제사를 참배하고 아침공양을 마친 순례단이 숙영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밀양 무안리와 마흘리를 지나 밀양천으로 이어지는 순례길 내내 응원의 목소리는 계속됐다. 특히 세 번째 휴식처인 가복복지회관 앞에는 ㈜화영 임직원 100여명이 순례단을 환영하며 기운을 불어 넣어 눈길을 끌었다,

㈜화영 이홍원 회장은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스님과 불자들이 순례길에 나섰고, 마침 회사 앞을 지나간다고 해 직원들과 응원을 나왔다”며 “스님과 불자들의 마음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코로나를 극복하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복복지회관에서 잠시 휴식을 위해 바랑을 내린 회주 자승 스님은 이홍원 회장과 부인 성정녀 불자를 찾아 “임직원들의 박수가 순례길에 큰 힘이 됐다”면서 108염주를 선물했다.

밀양천에 들어서자 수변공원 곳곳에는 무봉사, 보문사, 용궁사 등 밀양사암연합회 사부대중이 순례단을 맞이했다. 무봉사 신도 신영자 불자는 80세 나이에도 순례단 한명한명에게 합장 반배로 인사를 전했다. 신영자 불자는 “송광사에서 해인사, 다시 통도사까지 천릿길을 걷고 수행하며 순례하는 스님과 불자들을 직접 보고 싶었다”며 “어렵고 힘든 길 끝에 바라는 바 성취하시고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천리순례 15일차 순례길에는 포교원장 범해, 총무부장 금곡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 부실장 및 국장스님과 중앙종회 부의장 각림, 만당 스님 등이 동행했다. “소임을 마치고 기회가 되면 순례에 꼭 동참하고 싶다”고 밝힌 총무부장 금곡 스님은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과 함께하는 사부대중 모두 마지막 날까지 건강하게 회향하길 서원한다”며 “삼보사찰 천리순례가 곧 다가올 위드 코로나 시대에 꿈과 희망을 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향의 자리에는 백담사 무금선원 유나 영진,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과 비구니회 소임자 스님들이 동참했다. 백담사 무금선원 유나 영진 스님은 “마음으로는 늘 함께하고 축원한다”며 “이를 계기로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가 더 크게 발전하고 화합하길 기원한다”고 순례단을 응원했다.

밀양=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