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삼계교 탄생과 말법관 및 시기상응
제3계 불법이 오히려 뛰어나다 부처님 가르침에 우열은 없지만 실제적 효과 따라 가치 발현돼 틀에 박힌 ‘종’의 관념 내던지고 취락으로 나가 보법 전한 삼계교
삼계교 또는 삼계종이라 불리는 종파가 오늘의 중심과제다. 우선 간략하게 그 사상에 대하여 정의해 보기로 하자.
신행(信行, 540~594)이 창시한 삼계교는 시기를 따라 법도 그 가치가 변해, 최승의 법문도 말법(末法)의 시대에는 실효를 잃어버린다는 것으로, 불교를 나누어 삼계(三階, 시계·처계·인계)로 나눠 불법을 배당하는 것이다. 먼저, 삼계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①때(時)로서는, 불멸후 첫 500년은 제1계, 다음의 500년은 제2계, 1000년 내지 1500년 이후는 제3계이다. ②거주처(處)로서는, 정토연화장세계 내지는 오탁제악(五濁諸惡)의 예토(穢土), ③사람(人)으로서는, 삼계로 나누는데 먼저 제1계는 최상이근일승(最上利根一乘)의 근기인(根機人)이다. 지계(持戒)와 파계(破戒)의 어느 것에 있어서도 늘 정견(正見)에 머문다. 제2계는 이근정견성취(利根正見成就)의 삼승(三乘)이다. 계(戒)와 견(見)을 파하지 않은 이와 계를 파해도 견을 파하지 않은 이의 구별은 있으나, 어느 것이나 유목(有目)의 무리로서 별진별정(別眞別正)의 불법이 가능(근기가 수승한 1000년이전은 가능)하였다. 하지만 제3계 말법시(時)에 의한 일체 공견유견파계(空見有見破戒) 중생들은, 즉 우리는 예토(穢土)에 의한 계견구파전도(戒見俱破轉倒, 계와 견이 모두 파계되어 전도) 중생들이기에 엄숙한 유목별불법(有目別佛法)은 전혀 그 효과가 없다. 단지 보진보정(普眞普正)의 생육불법(生育佛法)만이 타당하다 설한다.
삼계교에서 제1과 제2의 양계(兩階)에서는, 행위[戒]와 인식[見]이 모두 올바른가(戒見具不破), 또는 계는 파했어도 견은 올바른가(破戒不破見) 이 가운데 하 나로, 정견(正見)은 지녔다. 하지만 제3계 말법에 속한다는 것은, 기(機)도 견(見)도 올바르지 않은[戒見具破]것이다. 특히 인식의 올바름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편견을 지닌 제3계인에게 별법(別法)을 충당시키는 것은, 일불일경(一佛一經)을 믿게 하는 것이다. 이는 타불타경(他佛他經)에 배치된다. 그렇게 하여 방불(謗佛)이나 방법(謗法)의 중죄를 범한다면, 무간지옥에 떨어지기 때문에 제3계는 보법(普法)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보법보불(普法普仏)을 교의의 근저로 삼는다. 후에 다시 논하겠지만 삼계교는 정토교와도 바로 이 점의 차이로 인해 논쟁이 비롯된다. 정토교는 오로지 아미타불이라는 별법·별불(別仏)을 주장하는 반면, 삼계교에서는 하열한 근기를 주로 하기 때문에 최하위 법이라 불린다. 그러나 그 하법(下法)의 실질은 상법(上法)이므로, 하기(下機)에 의한 상법이라는 사상도 삼계교가 선구이다. 또 삼계교에는 이 하법을 일러 보법(普法)이라 하며 이 보법은 불교 본체로 한다. ‘근본불법’ ‘체불법’ 등이라 부르며, 이는 삼계교 교의의 근간이 되는 사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입장은, 결코 제1·2계의 불교를 자기와 비교해 그 가치가 저열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단계(段階)로서 자기의 하위에 두는 것도 아니다. 그 우월성을 인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교(敎)나 기근에서도 자기보다 훨씬 뛰어난 법으로서 이를 양보하는 것이다. 단지 이미 말법 전도하여 기근(機根)이 전부 타락한 현재에 있어서는 가르침으로서 실효를 모두 상실해 교법으로 저위(低位)한 제3계 불법이 실효에 있어서 오히려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교법의 가치를 그 내용에 의하지 않고, 시대 기능에 비추어 판정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견지에서 교법의 내용이 지닌 우월한 가치는 그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로써 그에 기초한 단계적 열차(段階的列次)를 조직하는 게 무의미하다. 이러한 경우에 종(宗)의 종(宗)다운 의미는 교법의 우열이 아니라, 말법하열(末法下劣)의 근기에 대한 그 실제적 효과의 우열이기 때문이다.
말법시의 실제적인 효과라고 하는 거울 앞에 섰을 때 가르침 그 자체가 지닌 본래의 우월성은, 그 우월성이 충분히 인식되면서 그 자체 전부를 지양(止揚)시켜 내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경우 종(宗)의 기존 단계의 통섭적인 종 관념(宗 觀念)은 전혀 그 쓸모성이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삼계교는 기존 틀에 박힌 교법에만 의지하지 않고, 종(宗) 관념을 통째로 내던져 산중불교가 아닌 취락불교로 나아갔다. 또 이것은 ①말법시대의 ②그 당처(當處)와 ③중생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라는 특이한 삼계관(三階觀)을 가지며 뚜렷한 시기상응(時期相應)으로 실천적 불교관을 정립했다.
법공 스님 동국대 경주캠퍼스 전 선학과 겸임교수 hongbub@hanmail.net
[1606호 / 2021년 10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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