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유행자 왓챠곳따를 교화하다
음식 찌꺼기를 웅덩이 던져 놓아도 공덕은 있다 보시에 대한 잘못된 견해로 부처님에게 질문하는 왓챠 모든 공덕이 같지는 않기에 계행 갖춘 이에게 보시해야
종교나 사상은 배타성을 띠기 쉽다. 자신이 믿고 있는, 혹은 주장하고 있는 사상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무조건 비난하는 경향을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고, 현재라는 시공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처님은 ‘견해에 빠진 사람은 그것에서 빠져나오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여러 경전에서 강조하고 있다. 견해란 하나의 생각, 믿음, 도그마를 가리킨다.
‘앙굿따라 니까야’ 1권에 ‘왓챠곳따의 경(Vacchagottasutta)’이라는 작은 경전이 전한다. 왓챠곳따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로 ‘세상은 영원한가, 그렇지 않은가?’ ‘자아와 육체는 동일한가, 그렇지 않은가?’와 같은 14가지 형이상학적 질문을 한 사람이다. 이 경에서 왓챠곳따는 부처님을 찾아뵙고 부처님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왓챠곳따] 존자 고따마시여, 수행자 고따마께서 이와 같이 ‘나에게 보시를 해야지 다른 사람에게 보시를 해서는 안 된다. 나의 제자에게 보시를 해야지 다른 사람의 제자에게 보시해서는 안 된다. 나에게 주어진 것이 크나큰 과보가 있지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것은 크나큰 과보가 없다. 나의 제자에게 주어진 것이 크나큰 과보가 있지 다른 사람의 제자에게 주어진 것은 크나큰 과보가 없다’라고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을 말한 사람들이 존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말한 것이고, 진실이 아닌 것으로 존자를 잘못 대변한 것이 아니며, 그들의 결론이 비판의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 것입니까? 저희들은 존자께서 비난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붓다] 왓챠여, 수행자 고따마가 그와 같이 말했다고 주장한 것은 내가 말한 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고, 진실이 아닌 것으로 나를 잘못 대변하는 것입니다. 왓챠여,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을 방해한다면 그는 세 가지를 방해하고 세 가지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세 가지란 무엇입니까? 보시하는 자의 공덕을 방해하고 보시 받는 자의 이익을 방해하고, 자기 자신의 성품을 파괴하고 해칩니다. 그렇기에 왓챠여, 나는 이와 같이 말합니다. 하다못해 그릇을 헹군 물이나 접시를 씻은 물을 웅덩이나 소택지에 던져서 그 속에 생물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한다면 이미 공덕을 쌓은 것이라고 나는 말하는데, 하물며 인간에게 베푼다면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왓챠곳따가 한 질문의 내용을 보면, 이는 흔 말하는 배타적 종교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부처님은 그 유명한 ‘우빨리의 경(MN.56)’에서 자이나교도이자, 그들의 큰 후원자였던 우빨리가 부처님의 제자가 되겠다고 하자 이를 만류하였다. 하지만 거듭된 우빨리의 청원에 부처님은 자이나의 수행자들에게 이전과 같이 보시와 공양을 베풀 것을 조건으로 걸고 그를 받아들였다. 이는 일찍이 없었던 일이며, 지금도 이러한 일을 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왓챠곳따의 질문에 부처님은 하다못해 음식 찌거기를 웅덩이에 던져놓아도 공덕이 있거늘 인간에게 베푼다면 어찌 그 공덕이 크지 않겠는가 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길손에게 물 한 잔 베푸는 것도 큰 공덕이란 옛말이 있지 않은가. 부처님 당시에도 이렇듯 사실이 아닌 말로 부처님을 비방하는 자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베푼다고 그 공덕이 같을 수는 없다. 부처님은 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붓다] 또한 왓챠여, 계행을 지키는 자에게 보시하는 것은 크나큰 과보가 있고, 계행을 지키지 않는 자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나는 말합니다.
계행이란 오계를 의미한다. 오계는 종교적 의미라기보다는 인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원리이다. 그렇기에 계행을 갖춘 자에게 보시하는 것이 참다운 보시라는 것이다. 오계에는 삼보에 대한 믿음이라는 기본적 항목조차 들어가 있지 않은, 말 그대로 도덕적 원리이다. 종교나 신념과 관계없이 도덕성을 갖춘 사람에게 하는 보시가 큰 과보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이다. 이렇듯 부처님은 보시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제시하여 왓차곳따를 교화하셨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606호 / 2021년 10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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