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목신들의 게송 판단법
게송 참뜻 알고 기뻐하는 게 중요 하나의 게송만 외는 비구가 숲에서 읊으면 목신들 찬탄 강사비구들 땐 목신들 외면 게송 하나라도 이해가 중요
부처님 당시에 에꾸다나(Ekudana)라고 불리는 비구가 있다. 그가 이와 같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우다나(Udana, 감탄)경’ 가운데 단 하나의 게송만을 외우고 다녔기 때문이다. 에꾸다나는 비록 하나의 게송을 외우는 것으로 수행을 삼았지만 누구보다도 그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매월 초하루와 보름이 되면 기쁜 마음으로 숲속에 들어가 하나의 게송을 거듭 읊곤 하였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처럼 에꾸다나가 숲속에서 게송을 외울 때면 어김없이 숲속의 목신들이 나타나 그의 게송소리를 듣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면서 큰소리로 칭찬하는 것이었다.
어느 보름날이었다. 그날도 에꾸다나가 숲속에 앉아 게송을 읊으려고 할 때였다. 수도원에서 많은 비구들 에게 존경받는 학식이 높고 경전을 능숙하게 잘 외는 강사비구 두 명이 제자들을 이끌고 숲속에 들어와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다. 에꾸다나 비구는 강사비구들에게 예를 표한 다음 이 곳에서 법을 설하면 숲속의 목신들이 듣고 기뻐서 환호할 것이니 법을 설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두 강사는 법문을 설하기로 마음을 먹고 한 사람은 경을 외우고, 한 사람은 그 경을 해설하는 식으로 강의를 진행해 나갔다.
그렇지만 에꾸다나의 말과는 다르게 두 강사비구의 설법이 끝나도록 숲속에서는 어떤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두 강사비구와 제자들은 에꾸다나의 말을 의심하며 불만을 토로하였다. 에꾸다나는 두 강사비구에게 자신이 하나의 게송을 읊을 때는 틀림없이 큰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숲속을 가득 채웠는데 어째서 두 분이 수준 높은 강의를 하였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두 강사비구는 에꾸다나를 향해 그렇다면 그대가 법상에 올라가 법문을 해서 사실을 증명해 보라고 강요하였다. 에꾸다나는 하는 수 없이 나뭇잎 부채를 들고 법상에 올라가 부채로 입을 가린 다음 평소 기억하고 있던 단 하나의 게송을 아주 장엄하게 읊었다. 그런 에꾸다나의 낭송이 끝나자 과연 숲속의 목신들을 비롯한 보호신들이 일제히 칭찬하면서 숲이 떠나갈 정도로 큰 박수를 보내왔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숲속의 이곳저곳에서 에꾸다나의 법문은 참으로 훌륭하기 이를 데가 없다는 찬탄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두 강사비구는 숲속의 신비한 반응에 놀라는 한편 이는 숲속의 나무 신들이 어리석어 자신들 설법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두 강사비구는 곧바로 기원정사에 계신 부처님을 찾아 숲속의 신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에꾸다나의 게송만 칭찬한다고 불평을 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두 강사비구와 많은 비구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비구들이여 여래는 법에 대해 많이 배우고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가 설법을 잘하는 자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누구든지 비록 적게 배워 아는 것이 없지만 단 하나의 게송이라도 기쁘게 받아들이고 참뜻을 이해하며 마음이 항상 집중돼 번뇌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을 설법을 잘하는 자라고 이르느니라”고 하시었다.
일선에서 불자들을 지도하다 보면 많은 형태의 신행 방식을 보게 된다. 그중에는 경의 의미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불단 앞에서 이 경 저 경을 꺼내놓고 독송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천수경’ ‘금강경’ ‘원각경 보안장’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 ‘반야심경’ ‘수능엄신주’ ‘광명진언’ 등 좋다는 경전은 모두 꺼내 놓고 독송을 한다.
이렇게 기도하는 이유는 경을 독송하는 데 있어 하나라도 빠지면 공덕에 훼손이 간다거나 부처님의 가피가 그만큼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부처님이 설하신 모든 경전의 목적은 번뇌를 퇴치하여 생로병사를 비롯한 우비고뇌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에꾸다나 비구가 하나의 게송을 읊는 것으로 모든 수행을 삼았듯이 많은 경전을 독송하기보다는 하나의 가르침이라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옳은 신행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606호 / 2021년 10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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