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랍기산, 사미·사미니계 수계일로부터 적용

중앙종회, 11월10일 승려법 개정안 가결 기본교육 훼손 우려에 구족계 수계자로 제한

2021-11-10     권오영 기자

앞으로 조계종 스님들의 승랍이 사미, 사미니계를 수계한 이후부터 기산된다. 다만 이럴 경우 종단의 의무교육 제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비구·비구니계를 수지한 스님에 한해 적용하기로 했다. 또 종무행정 절차를 감안해 법시행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중앙종회는 11월10일 제222회 정기회를 열어 도심 스님 등이 대표발의한 ‘승려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스님들의 승랍은 비구·비구니계를 수지한 자에 한해 사미·사미니계 수계일로부터 기산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승랍기산은 비구·비구니계(구족계) 수계일로부터 종단 기본교육기관 이수기간인 4년을 더해 기산하는 방식이다. 승납기산에 대한 논란은 1994년 개혁회의가 승려법을 개정한 이후 꾸준히 이어졌다. 1994년 이전 출가자는 사미계 수계일로부터 승랍을 기산했지만, 1995년 출가자부터 의무교육기관에서 4년 수학 후 구족계를 받도록 하고, 구족계 수계일로부터 승랍을 기산하도록 했다. 종단 스님들의 의무교육을 강화해 자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면서 1995년 이후 출가자들 사이에서 노골적인 불만들이 제기됐다. 1994년 출가자와 1995년 출가자는 실제 1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승랍은 4년의 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앙종회는 2011년 승려법을 개정해 기본교육기관을 이수하고 구족계를 수계할 경우 4년을 더해주는 방식으로 이를 보완했다. 그렇더라도 승랍기산은 구족계 수계일을 기준으로 했다. 사미계를 일찍 받았더라도 기본교육기관에 늦게 입학해 구족계 수계가 늦어지면 그만큼 승랍기산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했다. 승랍기산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사미계 수계 이후 곧이어 기본교육기관을 이수하고 구족계를 수계해야 했다.

그러나 개정안에 대해서는 발의될 당시부터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기본교육기관을 이수 및 구족계 수계와 관계없이 승랍이 기산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럴 경우 사미계를 받은 이후 곧이어 기본교육기관에 입학하지 않더라도 이에 따른 불이익이 사라질 수 있다. 때문에 30년 가까이 시행되면서 정착된 승려 의무교육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법진 스님은 “이 법은 1994년 개혁회의가 종단스님들의 선교육후득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당시 많은 스님들의 동의로 만들었다”며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이 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만당 스님은 “승랍기산은 1994년 이전에는 개정안과 같이 사미, 사미니계 수계일로부터 해왔고, 자기의 승랍을 제대로 찾지 못해 피해를 입은 스님들이 4000여명이 넘는다”며 “선교육후득도가 제도가 훼손된다는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개정안에서 이 법을 적용하는 대상을 구족계 수계자로 한정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축조심의 과정에서 “승랍기산은 비구, 비구니계를 수지한 자에 한해 사미, 사미니계 수계일로부터 한다”고 수정됐다.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현재 4000여명 스님들의 승랍이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총무부에 따르면 현재 승랍 재조정 대상자는 총 4901명이다. 다만 중앙종회는 이법 시행에 따른 종무행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총무원의 요청을 수용해 법 시행을 1년간 유예해 2022년 11월10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중앙종회는 승려법 개정안을 가결한 직후 총무원장이 발의한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법안 심사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한 점 등을 이유로 총무원이 철회의사를 밝혀 폐기됐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09호 / 2021년 11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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