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삼계불법의 중심사상 (보경과 인악)

여래장과 불성, 독창적으로 전개하다 자기 인식과 타인 인식 분리해 자신의 악행 철저히 직관하고 타인의 선행 대해 공경 가져야

2021-11-15     법공 스님

삼계교는 시(時)·처(處)·인(人) 삼계(三階)에 있어서 지금은 제1계도 제2계도 아닌 제3계 말법시(末法時)이고, 그 처소도 정토가 아닌 예토(穢土)이며, 따라서 제도될 인간도 일승보살이나 삼승이 아니라고 한다. 말법시에 일체 공견유견을 파계 한 사견(邪見) 중생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말법시에 제3계 중생들의 공견유견의 병을 멸하는 방법은, 제3계 불법에 있으며 그 중생들을 제도하는 것이 삼계교의 핵심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3계 불법 중심사상에는 어떠한 내용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제3계 불법의 중심사상은 ‘보경(普敬)’과 ‘인악(認惡)’이다. 보경은 나 이외 모든 것을 널리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인악은 악(惡)을 인정하나, 그 악을 자기 자신에서 찾을 것이지 바깥으로 돌리지 말라는 것이다. 화엄의 지엄(智儼)도 일천제(一闡提) 병을 없애기 위한 불법으로 ‘대근기행법’에서 보경과 인악을 충실히 인용하고 있다. 

먼저 보경을 구성하는 8종 불법을 살펴보자. ①여래장·불성·당래불·불상불 불법: 이 가운데 당래불은 사중(四衆)이 장래 반드시 부처가 된다는 것이고, 불상불은 중생을 떠올릴 때 모두를 부처로 연상하는 것이다. ②보진보정(普眞普正) 불법: 정사(正邪)를 불문하고 진실을 얻는 것이다. ③무명상(無名相) 불법: 중생의 본체는 여래장이지만 진불의 이름과 모양을 얻지 못했기에 무명상이라 한다. ④성법(聖法) 가운데 일체 견해 근본을 끊는 불법: 선악사정을 보지 않아 모든 견해의 근본을 단절하는 불법이다. ⑤일체 언어활동을 모두 끊은 불법 ⑥일인일행(一人一行) 불법: 일인은 자기 1인을 악(惡)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일행은 자기 이외 사람을 부처로서 공경하라는 의미다. ⑦무인무행(無人無行) 불법: 자신과 타인이 모두 여래장이고 본체가 없어 여래장 이외의 사람이 없고, 여래장 이외의 사람에 의한 행도 없는 불법을 말한다. ⑧5종 불간진(不干盡) 불법: 사선(邪善)의 도속과 왕래하지 않고, 당근불법을 익히지 않는 이와 왕래하지 않고, 모든 사선의 출재가자와는 친한 벗으로도 왕래하지 않고, 모든 귀천한 자와는 왕래하지 않고, 범부와 성인의 불간섭 등으로, 삼계교도는 실제로 승원(僧院) 안에서도 따로 거주하며, 하루 일종식(一種食)을 취한다. 

인악(認惡) 또한 ‘대근기행법’에 12종전도(顚倒)로 열거되고 있다. ①기심전도상착류상행비방어 ②선악양종전도 ③내외사종전도 ④일체경율론상설순설전도 ⑤칠종별악전도 ⑥육부경설최다전도 ⑦십일부경설사진전도 ⑧사부경설출전도 ⑨양부경설순전도 ⑩양부경설상전도 ⑪삼십이종편병 ⑫멸삼보성삼재진전도이다. 

이중에서 ‘기심전도상착류상행비방어’는 그릇된 견해(顚倒)를 만들어 내는 최대 원인을 ‘마음’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가장 근본적인 전도라 한다. ‘선악양종전도’는 탐욕이 강하면 선(善) 아닌 것에서 선(善)을 보며, 진에(瞋恚)가 강하면, 악(惡) 아닌 것에서 악(惡)을 본다. 따라서 이 선악의 전도를, 마음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삼계교의 보경·인악 사상은 중국불교사상사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게 되었을까. 첫째는 남북조 후기에서 고조되던 말법사상이 강한 영향을 미쳤다. 둘째는 각 근기에 맞는 불법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셋째는 제1계 불법(일승근기의 불법), 제2계 불법(삼승근기의 불법)은 일승·삼승 혹은 돈교·점교라는 교판 계승을 너머 독창적으로 ‘제3계 불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3계 불법인 보경, 인악사상은 ‘열반경’의 “일체중생 실유불성”과 ‘능가경’의 “여래지장시선불선인(如來地藏是善不善因), 능편홍조일체중생(能遍興造一切衆生)여래” 등 여래장 사상을 근거로 삼고 있다. 삼계교는 여래장과 불성 사상의 중국적 전개로 자리매김하면서 동시에 독자적인 사상을 발현시키며 종지부를 찍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법공 스님

“여래는 곧 지장”이라며 삼계교가 ‘지장교(地藏敎)’로도 불리는 이유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보경과 인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인식과 타인인식이 엄격하게 분리돼야 한다. 자신에게만 철저한 악을 인식해야하며, 자기 이외의 타인에게는 오로지 선인 것으로 공경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실천은 당시 중국불교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실천방식으로 민중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법공 스님 동국대 경주캠퍼스 전 선학과 겸임교수
hongbub@hanmail.net
 

[1609호 / 2021년 11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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