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보시하는 자와 보시 받는 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

수행자와 재가불자, 보시 통해 향상된 길로 향해 좋은 기분·기쁜 마음·만족이 보시하는 자 갖춰야 할 조건 보시받는 자가 갖출 조건은 탐진치를 완전히 여의는 것

2021-11-15     ​​​​​​​이필원 교수

공덕을 쌓는 것으로 보시만한 것이 없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진정한 보시는 한량없는 복을 가져다준다. 사실 모든 종교는 보시로 유지된다. 재가신자들이 제공하는 보시가 없다면 세상의 어떤 종교도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보시라고 해서 모두 같은 보시가 될 수는 없다. 강요된 보시거나, 옳지 못한 방식으로 보시한 것은 보시에 공덕이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부처님께서는 보시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통해, 보시하는 자와 보시 받는 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해 말씀하셨다. 이에 대한 내용이 ‘앙굿따라 니까야’의 ‘여섯 가지 고리를 갖춘 공양의 경(Chalaṅgadakkhiṇasutta)’에 전한다.

부처님께서 제따와나 숲에 머물고 계실 때, 재가 여신도 난다의 어머니 벨루깐다끼야(Velukaṇḍakiyā)가 사리뿟따와 목갈라나 존자를 상수로 하는 비구승가에 여섯 가지 고리를 갖춘 공양을 제공한 것을 갖고 올바른 보시에 대해 가르치셨다.

[붓다] 비구들이여, 세상에 보시하는 자에게 세 가지 고리가 있고, 보시 받는 자에게 세 가지 고리가 있다. 비구들이여, 보시하는 자의 세 가지 고리란 무엇인가. 비구들이여, 세상에 보시하는 자는 보시에 앞서 기분이 좋고, 보시할 때는 마음이 기쁘고, 보시한 뒤에는 만족한다. 이것이 보시하는 자의 세 가지 고리이다. 비구들이여, 그럼 보시 받는 자의 세 가지 고리란 무엇인가. 보시 받는 자는 탐욕을 여의거나 탐욕을 제거하고, 성냄을 여의거나 성냄을 제거하고, 어리석음을 여의거나 어리석음을 제거한다. 이것이 보시 받는 자의 세 가지 고리이다. 

보시란 재화의 분배이기도 하지만, 올바른 수행자가 세상을 밝히는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 수행자가 생산업에 종사하지 말고, 재가자의 보시에 의지해서 살라고 하신 이유는 수행자와 재가신자가 불교의 두 기둥이기에 서로 의지하고 배움을 지속할 수 있게 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재가자에게 보시의 공덕을 쌓을 기회를 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 재가신자에게 처음에 ‘차제법문’을 통해 ‘보시를 하고 계율을 지키면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원인이 된다’는 가르침을 주신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

경문에서 볼 수 있듯, 보시하는 자는 좋은 기분과 기쁜 마음과 만족으로 보시하여야 한다. 보시할 수 있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은 것이며, 보시할 때는 기쁨으로 마음이 고양되고, 보시하고 난 뒤에는 만족감을 갖는 것, 이러한 보시야말로 진정한 보시가 된다. 한편 보시 받는 자는 탐진치 삼독을 제거해야 보시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탐하는 마음, 분노하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을 갖고 있으면 보시 받을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 된다. 아라한이란 ‘공양받기에 마땅한 존재’라는 의미다. 그러한 존재들은 재가신자들에게는 ‘복전(福田)’ 즉 한량없는 복의 열매를 얻게 하는 밭이 된다. 한량없는 복, 즉 무루복이 되기 위해서는 여섯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다. 

[붓다] 비구들이여, 이처럼 여섯 가지 고리를 갖춘 공양이 공덕을 두고 이와 같이 ‘이만큼의 공덕의 홍수, 착하고 건전한 것의 홍수가 행복을 가져오고, 천상세계에 속하고, 지복을 초래하고, 천상세계로 이끌고, 원하는 것, 사랑스러운 것, 마음에 드는 것, 유익한 것, 행복한 것으로 이끈다’라고 헤아리기는 쉽지 않고, 오히려 헤아릴 수 없고, 측량할 수 없는, 엄청난 공덕의 다발이라고 헤아려진다.

‘금강경’에 무주상 보시는 한량없는 복을 가져다준다는 가르침이 나오는데 그것의 원형이 바로 이 경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보시는 인색함을 치료하는 수행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보시하는 자는 기쁘게 보시하고 보시함에 만족해야 하며, 보시 받는 자는 수행의 완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손바닥이 마주쳤을 때, 진정한 보시의 공덕이 완성되고, 그 결과 자신과 세상에 큰 공덕을 낳게 된다. 부처님은 이렇듯 보시의 목적은 자신과 타인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임을 밝혀 주심으로써, 보시가 개인의 이익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가르쳐 주셨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609호 / 2021년 11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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