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국내 최대 아미타대불과 원형 법당의 홍법사

시각만 바꾸면 모두가 편해질 수 있어 차별없는 진리 세상 나타낸 법당 경사로 설치등 장애인 접근 쉬워 장애인 포교 긍정적 시각서 봐야

2021-11-16     최명숙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과 장애불자들이 대화하는 모습.

부산행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부산에 접어들어 차창 밖으로 황금빛 아미타대불이 보인다. 부산에 갈 때마다 평지 한가운데 아미타대불이 자리하고 있는 절은 어떤 절인지 궁금했었다. 바로 금정산과 철마산 자락이 연잎처럼 둘러진  홍법사다. 평지에 위치하고 있어 누구나 접근권이 좋다. 2009년 봄에 조성한 전통과 현대적인 건축문화가 잘 어우러진 원형법당은 부처님의 법이 원융무애(圓融無碍)하여 일체중생에게 두루 평등하게 비침으로 차별 없는 진리의 세상, 즉 정토를 나타내는 법당이다. 원형법당 맨 위에는 기차 안에서 보였던 대아미타대불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높이는 21m, 건물의 높이까지 합하면 45m로, 좌불로는 국내 최대의 불상이라고 한다. 홍법사의 원대한 포교 원력을 전해 들은 달라이라마 존자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보내주셔서 아미타대불에 봉안했다고 한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아미타 부처님이 계신 곳, 곧 연화장세계, 극락세계다.

석가모니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지장보살님을 모신 원형법당 대웅보전 안은 2층의 통층 구조로 현대식 건물의 외부와는 달리 단청을 입혀 전통 사찰의 가치를 그대로 살리고 있었다. 법당의 입구 쪽에서 삼배를 올리다 보니 삼존불과 아름다운 등(燈) 빛 속 부처님의 지혜와 복덕이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음이 전해졌다. 천도재 기도중이라 법당 내부를 세세히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공간의 웅장함 속에 신도 수백 명이 앉자 일심으로 수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원형법당은 현대식 건물인 만큼 장애인들이 외부에서 접근하기가 쉽게 되어 있었다. 외부에는 원형법당 둘레 여러 갈래에서 경사로가 나 있고 대웅보전도 턱이 거의 없어 전동휠체어 등 장애인이 참배하기 편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미타대불도 엘리베이터가 있어 가까이서 친견할 수 있었다. 보리수아래 장애불자도 홍법사의 신도로 수행을 하고 있다. 사찰은 무조건 장애인 편의시설이 안 되어 있고 장애인이 불편하다는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원형법당을 나와 오른쪽으로 숲길로 걸어가면 독성각이 나온다. 이 전각에는 창건주인 하도명화 보살이 평생을 원불(願佛)로 모셨던 나반존자가 모셔져 있다. 하도명화 보살은 19세에 불교와 인연을 맺은 후 신창농장 부지로 부산 대표 전법도량 홍법사 창건 기틀을 마련하고 포교를 위한 대작불사의 전개 등 70여 년간 전법과 부산불교 발전을 위해 헌신하였다. 부처님의 가피로 이루어진 재물은 마땅히 수행 정토를 위해 남겨야 한다는 하도명화 보살의 신심은 산과 같고 원력과 보시행은 바다와 같이 느껴지니 미진과 같은 존재인 나는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홍법사에 다니는 장애불자들과 벤치에 앉아 신행생활과 근황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기도를 마치신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께서 나오셨다. 스님께서는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바라는 행복을 추구하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수행”이라 하시면서 20여년전 통도사 부산포교원에 주석하실 적에 장애인포교와의 인연을 말씀해주셨다. 홍법사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두루 잘되어 있어 감사하고 장애인 편의시설 중 낮은 턱과 같은 것은 이동조립식경사로로 해도 편리하다고 말씀드리자, 스님께서는 조금의 시각만 바꾸면 모두가 편해질 수 있다고 하셨다.

요즘 사찰 환경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으면 있는대로, 또 조금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개선의 의지를 보이며 장애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스님들께서도 수행과정에서 장애인포교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하셨음을 알게 된다.

경전 속 장애인, 사찰환경 등 장애인 포교의 관점을 긍정적인 시선에서 출발해 잘 된 것을 찾아 알리고 부족한 것은 지속적으로 개선의 노력을 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cmsook1009@naver.com

[1609호 / 2021년 11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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