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장, 임기 끝날 때까지 검토만 할건가”

김병주 의원, 실록·의궤 반환에 미적대는 문화재청장 질타 국회에선 서명 운동 시작…11월27일 환수 염원 콘서트도

2021-11-23     정주연 기자

강원도 대표 문화재인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범국민 환수운동이 올해 6월 본격화돼 도민·불자들의 염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소관하는 문화재청은 “검토 중”이라며 미적지근한 태도만 되풀이하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정부 질의에 나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을 향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김병주 의원은 11월1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심사 전체회의에서 오대산본 실록의궤와 관련해 아무런 진전이 없는 문화재청의 행보를 따갑게 질책하며 다시 한 번 적극적인 행정 조치를 요청했다.

이날 김 의원은 두 달 만에 다시 마주한 김현모 문화재청장을 향해 오대산본 실록·의궤 환수 관련 진행 사항을 조목조목 질의했다. 김 의원은 “앞선 질의에서 청장님이 ‘검토하겠다’고 답했었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고 묻자 김 청장은 “법적, 현실적 실행가능성을 추가 검토하고 구체적 방안을 정해서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9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김 청장을 향해 같은 질의를 했었다. 당시 김 의원은 “월정사 측에서 실록·의궤가 환지본처할 수만 있다면 오대산사고 인근의 131억원이 투입된 박물관은 물론 주변 토지까지 문화재청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문제점보다 해답에 집중해 문화재 고유정신을 살릴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김 청장은 “관계부처와 협의한 후 검토하겠다”고 답변해 질의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두 달이 더 지난 시점임에도 김 청장이 “검토하겠다” 또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미온적으로 대응하자, 김 의원은 “관계부처와 회의라도 진행이 됐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김 청장은 다시 한 번 “아직 더 검토할 사항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도대체 검토할 내용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김 청장은 “민간의 토지·건물을 국가에서 기부채납(재산의 소유권을 무산으로 국가에 이전하여 국가가 이를 취득하는 것)을 받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다”면서 “국가지정문화재를 이관해야하는 문제가 있기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세웠다. 이 답변도 지난 9월 질의한 답변의 내용과 동일했다.

여전히 진전되지 않은 문화재청장의 답변에 김 의원은 “청장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검토하려 하느냐”며 날을 세웠다. 특히 김 의원은 해당 질의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은 문화재청 소속 공무원의 ‘업무태만’을 꼬집으며,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니 자꾸 ‘검토 중’인 상황으로 반복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청장은 “조속히 검토하고 불교계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청장님의 ‘조속히’의 기준은 도대체 언제를 이야기 하느냐”면서 “이미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이 모두 모여 실록의궤 환수를 위한 결의문을 냈고, 실록·의궤 환수를 염원하는 국민들과 불교계 입장은 이미 확고하다. 현재 이광재 의원을 중심으로 국회에서도 결의문을 만들어 서명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알고 계시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이어 “도민이 찾아온 것을 도민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것은 국민적인 요구사항이고 월정사에서도 기부라는 마음을 냈다”면서 “국가가 하지 못한 것을 불교계와 도민들이 하지 않았느냐. 2006·2011년 실록·의궤가 국내로 돌아온 것은 불교계가 중심이 된 민간단체와 강원도민 역할이 컸다. 그 취지를 살려 적극적인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청장은 “의원님 말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답하며 질의가 마무리됐다.

대정부질의가 이어지고 의원들이 오대산본 실록·의궤 환수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문화재청에서도 환수 관련 논의를 더이상 미룰 순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평창군과 월정사는 11월27일 오후 2시부터 평창송어종합공연체험장에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제자리찾기 프로젝트-집으로 오는길’을 개최한다. 도민들의 염원을 다시 한 번 보여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정념 스님과 조정래 작가, 한왕기 평창군수가 토론자로 나서며 부활, 임지훈, 리도어밴드가 출연한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11호 / 2021년 12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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