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황사 당간지주’ 보물 지정…“통일신라 거북 받침돌로 유일”
문화재청, 11월23일 명칭 변경 후 지정 발표 “통일신라 귀부형 간대석 유일…보존가치 높아”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이 11월23일 ‘경주 구황동 당간지주’를 ‘경주 분황사 당간지주’로 명칭 변경한 후 보물로 지정했다.
분황사 당간지주는 앞서 구황동 당간지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분황사 주변 문화재 발굴조사 중 분황사 당간지주임이 확실시돼 이름이 바뀌었다. 사찰 입구에 세워진 당간지주는 당(깃발)을 꽂는 길다란 장대인 ‘당간’을 고정하는 지지대다. 여기서 당간은 세워진 장소부터가 신성한 곳임을 알리고, 사찰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부터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건립되기 시작했다. 사천왕사·망덕사·삼랑사·불국사 등 규모가 있는 사찰이나 왕실 참여·후원이 있던 사찰들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분황사 당간지주는 현재 분황사 입구 남쪽에 세워져 있다. 제작 시기는 통일신라로 추정된다. 분황사가 선덕여왕 3년(634)에 창건됐고 양식 또한 통일신라 당간지주 전형을 보이고 있다. 양 기둥은 사각형이며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좁아진다. 기둥에는 조각이 없어 간결한 모습이다. 석재의 정상 부분은 안쪽면에서 바깥면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가공했다. 기둥 아래·중간·윗부분에는 당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구멍이 뚫려 있다. 상중하 3곳에 간공을 마련해 당간을 고정하는 수법은 통일신라 당간지주에서 주로 적용된 기법이라는 게 문화재청의 분석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기둥 사이에 있는 거북모양 받침돌이다. 돌기둥 사이에 세워졌던 당간은 사라졌으나 당간을 바치고 있던 두 기둥과 그 사이로 거북모양 받침돌(귀부형 간대석)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다. 귀부형 간대석이 남아있는 통일신라 당간지주는 현재 분황사 당간지주가 유일하다. 거북모양 받침돌은 신라 다른 귀부처럼 정연하고 생동감있는 조각기법은 아니다. 그러나 머리 모양과 발이 간략하게 표현돼 있고, 귀부의 머리가 분황사로 향해 있어 사찰 진입 방향을 추정하는 데 유용하다. 또 받침돌 상면 사각형 좌대에는 연꽃무늬가 있어 신라시대 연꽃무늬와 친연성을 가진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문화재청은 “전체적인 외관이 ‘경주 망덕사지 당간지주’(보물), ‘경주 보문사지 당간지주’(보물), ‘경주 남간사지 당간지주’ 등 통일신라 다른 당간지주처럼 정연하고 깔끔한 치석수법과 양식을 보이며 상당히 우수한 석공에 의해 설계, 시공됐다”면서 “이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이른 시기 조성된 것으로 파악되며 국가지정문화재로서 가치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11호 / 2021년 12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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