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 “중앙집권적 문화정책은 독재유산…실록·의궤 제자리로”
11월27일, ‘토크&뮤직 콘서트 집으로~오는길’서 강조 “오대산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환수는 민주주의의 시작” “순회전시 동의 어려워”…관료들 편의주의 행정 지적
조정래 작가가 11월27일 평창송어종합공연체험장에서 열린 ‘실록·의궤 제자리찾기 프로젝트-집으로 오는길’에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가 강원도로 돌아오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올해 6월 출범한 ‘오대산본 실록·의궤 환수위원회’가 환지본처 캠페인을 활성화하고자 마련한 토크&뮤직콘서트다. 이 자리에는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과 한왕기 평창군수, 록그룹 부활, 임지훈과 좋은 친구들, 리도어밴드가 함께 했다.
조 작가는 오대산본 실록·의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지역문화를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일수록 지방분권이 발전했고, 각국의 균형있는 분권 정책은 지역자치단체들이 다양한 역사·문화적 성과를 내도록 이끌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적 문화정책은 시대에 맞지 않다.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앞선 정부의 독재 유산”이라고 밝혔다.
‘순회전시’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조 작가는 문화재청 측이 제안한 순회전시에 대해 “말이되지 않는다”면서 “중앙집권 의식에 사로잡힌 관료들이 편의주의로 행정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조 작가는 특히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민주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당시 실록은 공정성·객관성을 지켜내고자 매우 엄격한 규율에 따라 기록됐다. 왕의 사후에 작성됐고, 모든 임금은 어떠한 경우라도 실록을 열람할 수 없었다. 사관들은 독립성과 비밀성을 보장받아 최고 권력자이던 국왕의 언행에 대해 왜곡 없이 기록할 수 있었다.
이에 조 작가는 “절대 권력을 가진 왕들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조차 알 수 없었다”면서 “살아있는 기록을 자손만대로 이어지게 하고자 비밀스러운 장소인 오대산에 가져다 놓은 선조의 뜻을 받들어 ‘역사의 정통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의 정통성을 되살려야할 문화관료들이 오히려 사사로운 중앙집권 의식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조 작가는 끝으로 “오대산본 실록·의궤는 모든 국민이 함께 지켜온 얼이자 영혼이자 보물”이라며 “2006년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시설이 갖춰지면 오대산으로 보내겠다’고 국민에게 공언한 약속을 잊지말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조선왕조실록·의궤를 환수하고자 일본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하면서 어렵게 운동을 펼쳐왔지만 일본과 평창의 거리보다 서울과 평창의 거리가 더 멀고 험난한 것 같다”면서 “실록·의궤가 이관된다면 우리지역의 중요 문화유산으로 다시 꽃피우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또 한왕기 평창군수는 실록·의궤 활용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실록·의궤가 평창으로 돌아오면 진부시내에서 오대산사고로 이송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해 강원도 대표 문화유산으로 육성하고 싶다”면서 “문화재를 활용하려면 조선왕조실록·의궤 복제본이 아닌 원본이 환수돼야 한다. 오늘날 문화재는 보존·관리에 머무는 것이 아닌 활용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