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은 생애 편히 보내도록 사면복권 바랍니다”
범어사 동산대종사 1세대 상좌들 원로회의에 원두 스님 사면 청원
조계종 금정총림 범어사의 동산 대종사 문도들이 1994년 개혁회의로부터 멸빈의 징계를 당한 전 원로회의 사무처장 원두 스님의 사면복권을 원로회의에 청원했다. 동산 대종사 문도들이 원두 스님의 사면복권을 청원한 것은 2012년과 201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교구본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원두·종원 스님에 대한 ‘특별재심’ 논의를 미뤄왔던 호계원도 ‘입장 선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선래·흥교·몽산·대성·계전·영환 스님 등 동산 대종사 1세대 상좌그룹들은 최근 조계종 원로회의에 1994년 멸빈 징계를 받은 원두 스님에 대한 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청원인들은 1950년대 불교정화운동을 주도한 초대 종정 동산 대종사의 제자들로서 원두 스님과는 사형사제지간”이라며 “1994년 당시 원로회의 사무처장과 종정사서실장을 겸직했던 원두 스님은 종단이 분열된 가운데 치탈도첩되면서 위법 부당하다는 주장을 해왔던 스님”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단 수습과정에서 허리를 다쳐 잘 걷지도 못하는 87세의 노구”라며 “스님이 얼마 남지 않은 잔일을 편히 보내다가 열반하도록 1세대 제자들은 원두 스님의 사면과 복권을 간절히 청원하니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원로회의(의장 대원 스님)가 7월6일 회의를 열어 멸빈 징계자 사면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원로회의 의장 대원 스님은 5월31일 일부 원로스님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멸빈자 구제 등 사면에 대한 방안 등을 논의하고 “원로회의 차원에서 멸빈자 사면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원로회의에서는 ‘멸빈자 사면에 대한 촉구결의’ 등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원로회의가 사면복권을 염두에 둔 대상은 원두, 종원 스님 등 1994년 개혁회의로부터 멸빈 징계를 받은 스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종단 안팎에서 원두 스님과 종원 스님은 징계사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원두 스님은 1994년 개혁회의를 비판하는 석명서(釋明書)를 발표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고, 종원 스님은 불국사 주지 당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징계를 받아 주지직에서 박탈되자, 6개월 남은 불국사 주지 임기를 마치겠다는 생각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두 스님은 승가의 위의를 훼손하는 범계를 저질렀거나 삼보정재를 망실하는 중죄를 범하지 않았음에도 1994년 이후 28년째 멸빈자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39호 / 2022년 7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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