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불교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길

출가정신의 전개 김호성 지음 / 민족사 / 320쪽 / 2만5000원 이기적인 가족주의 극복하고 평등 향한 실천이 출가의 참 뜻 억압 시대 평등 외친 불교 고찰

2022-08-22     김형규 대표

다른 종교와 차별화 되는 불교의 정체성은 ‘출가’에 있다. 출가는 입산하여 불도를 닦는다는 의미인데 표면적으로는 가족, 세속과 완전한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그래서 출가는 불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불교는 이로 인해 많은 공격을 받아왔다. 인도의 바라문 전통과 동아시아의 유교로부터 불효(不孝)와 불충(不忠), 인륜(人倫)을 저버린 종교로 매도됐다. 불교는 이런 비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항상 방어와 수세에 몰렸다. 그러다보니 힌두교나 유교적 윤리가 불교 안으로 스며들어 출가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출가목적이 열반을 이루고 이타행을 통한 중생제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가는 이기적인 가족주의를 넘어 모든 존재의 자비와 평등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훨씬 원대한 이상을 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불교를 향한 비판은 그야말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책은 이 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과거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던 왕에 대한 충(忠)은 오래된 과거의 유물이 돼버렸다. 그리고 가부장적인 가족주의마저 해소되는 이 시대에 왕자의 영화를 버리고, 가족을 떠나 출가를 감행했던, 사성제도(四姓制度)로 억압받던 시대에 중생은 모두가 평등하다고 외쳤던 붓다의 출가정신을 다시 되새겨보는 책이다. 책은 1부 인도의 출가정신, 2부 한국의 출가정신, 3부 일본의 출가정신, 4부 출가정신의 확장으로 나눠져 있지만 큰 줄기는 출가의 가치, 출가정신의 본질, 출가자의 바람직한 삶, 권력과의 거리두기를 핵심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 김호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는 바람직한 출가의 정신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 계율을 깨뜨리는 일이 있더라도 계율을 의식할 것, 계율을 잘 지키더라도 계율을 깨뜨린 자를 경멸하지 않을 것, 간소하게 살기, 권력으로부터의 자유, 무소유의 실천을 말하고 있다. 특히 은둔(隱遁)으로 표현되는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는 권력과 거리를 두는 탈 권력화를 의미한다. 탈 권력화는 정치권력과 교단과의 관계, 그리고 교단 내부의 정치문제를 모두 망라하고 있다.  출가정신은 꼭 스님들을 향한 것만은 아니다. 재가자라 하더라도 출가정신을 투철히 정립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저출산에 따른 출가자 감소 시대에 출가 의미를 논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저출산 시대이기에 출가의 정신을 더욱 새롭게 해야한다. 저출산에 따른 출가자의 양적 감소는 결국 질적 향상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45호 / 2022년 8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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