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 흐르는 서울시의 왜곡된 역사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과정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개입 알려져 서울시 관계자, “역사 물길 강화 등 역사성 특별 지시 있었다”

2022-09-05     정주연 기자

역사물길이 왜곡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 광화문 광장 조성을 주도한 가톨릭 신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종교관이 깊게 투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2006년 7월1일 제33대 서울특별시장으로 당선된 뒤 그해 12월27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세종로 중앙에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광장 조성 의지를 드러냈다. 

2008년 4월23일 착공한 광화문 광장은 1년3개월 만에 공사를 마치고 2009년 8월1일 개장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 조성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역사성이었다”며 “앞으로 광화문 광장은 훼손된 역사를 회복하고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할 것”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광장에는 이순신 장군과 대첩의 상징물, 한양의 상징물 해치, 월대 등이 설치됐으며 최근 논란을 빚은 ‘역사물길’도 이때 조성됐다. 개장을 하루 앞두고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오 시장은 직접 실개천 밑으로 흐르는 연표석에 대해 설명하며 일일 역사 교사를 자처했다.

광장은 개장 1주일 만에 방문객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면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때의 성과에 비해 해놓은 게 없다”는 지적에 시달려온 오 시장에게 “서울시장 재선 가도에 광화문 광장 개장이 디딤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개장 넉달 뒤부터 잦은 설계 변경으로 오 시장의 광장 운용 방식에 논란이 일었다. 개장 직후 8개월 동안 시설 변경에만 21억 4800만원이 투입돼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고, 2년 연속 광화문 광장이 침수하고 난간 없는 계단으로 휠체어 탄 중증 장애인이 추락하는 등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지자 전시성 사업에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 정작 시민들 안전 보호는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무렵 오 시장의 광장 조성 철학에 대한 동료 정치인들의 혹평이 쏟아졌다.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2010년 3월17일 서울시장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제가 시장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광화문 광장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광화문 광장은 역사에 대한 인식과 철학 없이 만든 행정의 표본”이라며 “지금의 광화문 광장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광화문 광장은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뼈있는 유행어를 남긴 원희룡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국가적 상징성과 역사적 문화성을 훼손시켰다”며 오 시장의 광화문 광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10년 만에 재기한 오 시장은 다시 한 번 광화문 광장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4월 언론 브리핑에서 “2009년 광화문 광장 조성부터 제가 (일관되게)강조해온 것은 역사성”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8월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 시장님께서 역사물길 강화 등 광장의 역사성에 대해 특별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역사물길에 새겨진 우리나라 주요 사건은 전문가와 역사전공자들에게 자문을 구해 작성했고, 크로스체크(교차검증)도 끝냈다”고 강조했다. 다만 위원들 정보는 개인 정보이기에 알려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광화문 광장 한쪽 버스 정류장에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원과 조선총독부 건물이 담긴 대형 포스터가 설치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느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은 역사성 회복을 중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버스정거장을 활용해 작품을 설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8월30일 급히 포스터를 철거했다.

연합뉴스TV캡처. 

이 같은 서울시의 편향된 역사관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불교학계는 “우리나라 역사가 특정 이익 집단의 소유물이 되어선 안된다”며 “역사물길은 종교 편향을 넘어 역사 왜곡이다. 서울시가 시정을 바로 잡을 때까지 항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과정에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깊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 시장에 대한 불교계 공분이 커지고 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47호 / 2022년 9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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