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취임사에 담긴 의미

“불교의 사회적 책임·역할 확대가 곧 불교중흥” 한국불교 안거수행 전통 남아 있지만 고통 문제 해결엔 부족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와 소통하며 종교적 책임 다할 것

2022-10-06     권오영 기자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10월5일 취임사는 ‘불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부각하는 데 집중됐다.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면서 종교 본연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이날 취임사에서 진우 스님은 ‘마음(10회)’ ‘불교중흥(6회)’ ‘평화(5회)’ ‘사회적 책임(4회)’이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사용했다. ‘불교중흥’은 역대 총무원장 취임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였지만, 그 방향에서 결이 다르다. 역대 총무원장 스님들이 ‘불교중흥’이 수행전통을 복원하고 소통과 화합을 통한 불교 내부의 변화와 혁신에서 비롯된다고 봤다면 진우 스님은 ‘불교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곧 불교중흥’이라고 했다.

스님은 “한국불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중 수행 안거 전통이 남아있고, 지금도 1만3000여 스님들이 깨달음을 향해 치열한 수행과 안거 정진을 하고 있지만, 이런 정진과 수행이 사람들의 마음을 평안케 하는 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면서 “경전의 문구를 현대 언어로 바꾸어 전달하고 상월결사 평화 걷기 순례를 본보기 삼아 수행과 명상, 걷기순례 등으로 국민과 함께 세상의 벗이 되겠다”고 했다.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회와 소통하면서 “중생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 이 시대의 참 종교상을 정립”하는 것이 곧 불교중흥이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부처님이 깨달음에 머무르지 않고 뭇 생명의 요익과 안락, 그리고 평안과 평화를 위해 전법에 나섰던 것처럼 “중생의 아픔을 보듬고 세상의 벗이 돼 불교중흥의 새 역사를 열어나가겠다”고 했다.

스님은 “지금 사바세계는 공업(共業)의 인과를 분명하게 경험하고 있다”며 “기술의 진보는 다양한 삶의 혜택을 가져왔지만 빈부의 그늘이 깊어졌고, 인간의 이기심은 생태계 파괴로 인한 환경문제와 감염병 창궐 등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대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지역의 소멸과 생산력 저하 등 수많은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인간의 정신문명은 갈수록 피폐화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불행의 무게가 더해지고 뭇 생명들은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계종은 모든 생명에 대한 무량한 자비심으로 지혜의 연등을 밝혀 세상과 사람을 바로 세워 나가겠다”고 했다. 그것이 “신뢰받는 불교, 존중받는 불교, 함께하는 불교를 만드는 것”이라고 스님은 강조했다.

스님은 ‘신뢰받는 불교’를 위해 “수행의 지혜를 바탕으로 사회적 소통 강화”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자살률 1위’로 거론될 만큼 고통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현대인들에게 수행과 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다가서겠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과 문화를 지키고 지혜와 자비로 약자들을 보듬어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존중받는 불교’를 위해선 “전통문화의 정수인 불교문화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대중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진력하겠다”고 했다. 전통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참선과 명상, 사찰음식, 사찰림 등 불교가 가지고 있는 복합유산의 가치를 국민과 세계인에게 알리고 공유함으로써 불교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함께하는 불교’를 위해선 “미래세대들이 불교의 품에 기대 세상을 설계하고 쉬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종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했다. “삶이 곧 불교이며 불교가 곧 삶인 현장포교를 구현”함으로써 “불교가 1700년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국민들의 의지처가 됐듯 불안한 정신과 불편한 마음을 치유”하는 데 그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스님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제시했던 ‘명상힐링센터’와 ‘종합불교센터’ 건립도 ‘함께하는 불교’를 위한 것임을 역설했다.

취임사는 “진심으로 소통하고 신심으로 포교하며 공심으로 불교중흥의 새 역사를 열겠다”는 37대 총무원 집행부의 다짐으로 마무리됐다. 진우 스님의 취임사가 발표되는 동안 조계사 경내에서는 청중들의 박수가 이어졌고, “매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한국불교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진우 스님의 깊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또한 37대 총무원 집행부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평가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52호 / 2022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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