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가톨릭 성지화, 종교화합 깨는 행위”

전국비구니회 12대 집행부 출범 3주년 ‘역사바로세우기’ 일환 백제미소길 걷기 “가톨릭·지자체 각성 촉구” 성명서 발표

2022-11-17     남수연 기자

전국비구니회(회장 본각 스님)가 12대 집행부 출범 3주년을 맞이해 서산 마애삼존불과 보원사지, 홍주읍성, 해미읍성 등을 순례하며 가톨릭계의 역사 왜곡 중단과 ‘공공유적지 역사 바로 세우기’에 대한 전국비구니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활동을 다짐했다.

전국비구니회 원로회의 수석부의장 일법 스님을 비롯해 회장 본각, 운영위원장 상덕, 총무부장 현진 스님 등과 사부대중 등 100명은 11월12일 서산 마애삼존불을 참배하고 보원사지에서 입재식을 가졌다.

입재식에서 본각 스님은 “오늘 행사는 3주년을 되돌아보고 남은 1년을 설계하는 시간이기에 더욱 엄중한 마음이 든다”며 “이제 1년의 시간을 남겨두고 있는 집행부는 샤카디타 대회를 원만히 개최하고 (차기) 비구니회장 선거를 여법하게 치를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덧붙여 “불교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불교순례길을 홍보하고 순례문화가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본각 스님은 “특히 서대문, 광화문, 해미읍성, 홍주성 등은 공공의 영역이지 특정 종교의 순교성지가 아니다”며 “특정 종교의 역사인 양 안내문을 세워 역사를 왜곡하는 일을 바로 잡아가겠다”고 밝혔다.

전국비구니회는 이날 ‘무분별한 가톨릭 성역화 이대로는 안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가톨릭계의 천진암과 주어사 역사 왜곡을 지적하며 “전국 곳곳에 무분별한 천주교 순교지를 순례길로 조성하면서 관광상품으로 선전하고 있는 이 사업을 더 이상 우리는 간과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세금을 갖고 국가사업인 것처럼 도움을 주고 있는 지자체나 중앙정부의 눈먼 행정에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한 전국비구니회는 서대문역사공원 가톨릭 성지화, 광화문 역사 왜곡, 창원 세스페데스공원 등 일련의 사례를 나열하며 관계 당국과 가톨릭계의 책임을 물었다.

“우리나라는 다종교 국가이면서 각 종교단체의 지도자들이 평화를 사랑하고 공존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한 전국비구니회는 “종교가 국민의 자유와 안녕을 기원하기 때문”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전국비구니회는 △ 조선시대에 천주교인들이 처형당한 현장을 마치 온 국민의 성지인 양 왜곡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성역화 사업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지자체는 지역의 발전이라는 명분하에 이루어지는 천주교 성역화 사업이 종교화합을 깨는 행위임을 자각해야 한다 △각 지역 역사의 공간이 누구에 의해 점유되는 주관적 성지조성보다는 공생‧공존의 공동체 문화로 소통하고 화합하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전국비구니회는 해미읍성에서 낭독한 발원문을 통해 “천년의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때는 불교가 또는 유교가 중첩되고 다시 그 위에 얹은 천주교의 설움, 위대한 동학농민군의 애환까지 모두가 한반도 한민족의 역사”라며 “이제는 문중들의 공동체 문화로 승화시켜 종교와 이념과 세대를 넘어 우리 민족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역사의 공간이 되기를 발원한다”고 서원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58호 / 2022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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