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 800의승 외면은 시대역행하는 역사왜곡”

국내 불교학계 대표단체장 3인  “정부정책기조 자가당착 빠져” “칠백의총 의승군 누락 문제는 종교 문제 아닌 역사 문제” 지적 근본적 해결 위해 학술연구 동반 강도 높은 대응 전략·협력 필요

2023-03-10     정주연 기자

문화재청(청장 최응천) 산하 칠백의총관리소(소장 류시영)의 유적종합 정비사업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보신문은 3월10일 국내 불교학계를 대표하는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한국불교학회’ ‘불교학연구회’ 단체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칠백의총관리소가 임진왜란 당시 금산·청주 전투에서 전사한 의승(義僧) 역사를 누락하고 조헌 선생의 의병만 선양하는 것에 대해 “시대를 역행하는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대전대 경찰학과 교수)은 2015년부터 9년간 칠백의총 유적종합 정비사업을 진행하고도 이런 논란을 겪고 있는 것에 관해 “문화재청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칠백의총관리소가 2월15일 법보신문에 보낸 답변서는 “적절하지 않은 해명”이라고 평가했다. 칠백의총관리소는 ‘칠백의총은 영규 대사의 800의승은 누락한 명칭’이라는 문제 제기에 “칠백의총은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등에 수록돼 있는 고유한 역사적인 권위를 갖는 명칭”이라며 이를 변경할 수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의 가치와 논리는 조선시대 기록과 100%로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조선시대 숭유억불의 관점에서 의승군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매우 심각한 역사관”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대 흐름과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올해 5월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격상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보훈처를 보훈부로 격상한다는 것은 국가가 나라에 대한 국민의 헌신을 기대하는 것”이라며 “이는 순국선열 선양 사업이 대한민국 미래 가치를 결정할 중요 기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정작 칠백의총 유적정비 사업에선 의승군이 누락됐다”며 “이는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진 정책기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수영 불교학연구회장(능인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은 불교계의 오랜 문제 제기에도 문화재청이 여전히 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역사 왜곡’인 의승군 누락 문제를 ‘종교 선양사업’으로만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 20년이 넘도록 시정되지 않은 것 아닌가. 이 정도면 의도적인 누락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임진왜란 의승군 선양 사업은 역사적인 사안이다. 이를 불교계 문제만으로 생각하는 것은 매우 편협된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학술 연구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남 회장은 “국민이 공감하고 후대 사표가 될 역사를 어떻게 서술하면 좋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불교학자만이 아니라 일반 역사전공자에게도 자문해 임진왜란 의승군 활약 연구를 심화해 나가야 한다. 이는 해당 사안을 불교계 외부로 끌어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도 높은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도수 한국불교학회장(능인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은 “왜곡된 사안을 해결할 교계 대응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교구본사, 교계 언론, 학회, 문화계, 불교대학을 중심으로 의승군 누락 문제를 공유해야 한다. 각 단체가 유기적으로 역할 분담을 해 서로에게 힘 실어줘야 뚜렷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해당 사안을 외면할 경우 주요 사찰에 플래카드를 내거는 것은 물론, 소관부서인 문화재청 앞 1인 피켓시위도 불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대한 많은 인원과 의승군 누락 문제를 공유해 교계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의 영역에서 이를 풀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백 회장은 “이 문제는 종교적 사안이 아닌 역사적 사안이 분명하다”면서 “정치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다. 여야 의원들과 소통·협력해 사안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현명한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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