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도 귀하게 여겨줘 감사…새로운 삶 살겠다”
광주교도소 109번 수감자가 보낸 편지 출소 앞두고 감사 인사 전해 “부끄럽지 않은 사람되겠다”
지난 달 신문사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발신지는 광주교도소. 자신을 ‘109번’이라고 소개한 문서준(가명)씨는 “교도소에서 처음 만난 법보신문을 읽고 하심(下心)한 덕분에 가석방이 됐다”며 2월 말 출소를 앞두고 이 글을 쓰고 있노라 했다.
이 편지엔 수감자들이 흔히 털어 놓던 고민도, 어떠한 도움의 요청도, 울분도, 토로도, 억울함도 없었다. 그저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해준 분들에게 고맙다”는 간결한 인사만 있을 뿐.
문씨는 3년이란 수감 기간 동안 배운 게 너무 많아 ‘신문은 부처님’이 됐다고 했다. 법무부 ‘법무시설기준규칙’에 따르면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은 2.58㎡(약 0.7평). 상상조차 쉬이 되지 않은 밀폐된 공간에서 문씨는 헛헛하기 짝이 없는 마음을, 눈물·콧물에 세상소리가 왁자한 기사들로 달랬을 것이다.
더구나 그는 스님들의 법문과 필진들의 연재는 한자한자가 소중해 ‘아껴’ 읽었다고 했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이면 신문에서 읽었던 글들을 곱씹곤 했다. 어느 누구로부터 방해받지 않던 그 순간이 하루중 가장 아늑한 법락(法樂)의 시간이었다고.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신문 한자한자 놓치지 않고 읽고 있습니다. 어언 3년 가까운 시간 법보신문의 보시로 하심하며 무탈하게 가석방되어 2월 말에 출소하게 되었습니다. 수용자 모두에게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수용자 중)같은 불자님들에겐 귀감이 될 수 있게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신문에 나오는 스님 말씀 언행에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이곳에서 깊어진 불심으로 저는 새로이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나가면 법보시 캠페인에 참여하려 후원 계좌도 메모해 두었구요. 제가 받은 도움을 세상에 조금씩 실천하는 부처가 되어 부끄럽지 않은 사람도 되고 싶습니다. (발심의)근원에는 법보신문 구독의 힘이 크게 자리매김한 것이 아닌가(생각합니다). 늘 잊지 않겠습니다. 죄인도 귀이 여겨주이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더이상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는 문씨는 이 발심의 시작이 법보시 캠페인 동참자들에게 있다며 “죄인도 귀하게 여겨줘 고맙다”고 ‘꾸벅’ 인사했다. 벚꽃이 수놓은 종이에 수줍게 그려진 문씨의 편지가 어둡고 싸늘한 공기를 터주는 한줄기 봄 바람처럼 느껴진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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