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불교 전통 선양 위해선 언론 역할 중요”

남원 선원사 주지 운문 스님 ‘지장시왕도 태극기’ 발견 계기로 불교계 항일운동 조명 나서 법보신문 ‘칠백의총’ 보도에 공감…불교사 제대로 알리는 계기

2023-03-13     권오영 기자

“1700년 한국불교사에는 호국의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전란 때마다 선대 스님들은 고통받는 중생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고, 일제강점기에도 독립을 위해 나섰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스님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라져갔습니다. 이는 불교계가 선대 스님들의 호국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고, 선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입니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서라도 불교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대 스님들의 삶을 조명하고 선양하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

남원 선원사 주지 운문 스님이 최근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하며 이같이 말했다. 스님은 최근 명부전에 봉안된 지장시왕도에서 일제강점기 독립 염원이 담긴 태극기 그림을 발견하고 당시 선원사를 중심으로 진행된 불교계 항일운동을 알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특히 지장시왕도 화기(畵記)에서 불화 조성의 증명 법사로 이름을 올린 진응 스님의 항일운동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님은 “진응 스님은 당대 최고의 학승이자 구례 화엄사 주지로, 일본 조동종에 맞서 만해, 석전 스님과 더불어 임제종을 설립해 한국불교의 정통성 계승에 앞장섰던 고승”이라며 “특히 1919년 3·1운동 당시 한영, 진호, 성월 스님 등과 함께 전국사찰에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항일운동을 펼친 스님”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진응 스님은 독립운동인명사전에 등재되지 못하는 등 역사적으로 조명되지 못한 상태”라며 “지장시왕도에 태극기를 그려 독립을 염원했던 진응 스님을 비롯한 불자들의 항일정신을 지금이라도 재평가하고 선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내년 남원시와 더불어 학술대회를 개최해 선원사 지장시왕도의 태극기와 진응 스님의 항일운동을 심도 있게 조명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진응 스님이 독립운동가로 포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운문 스님은 또 지장시왕도 태극기 발견을 계기로 호국도량으로서의 전통을 계승해 온 선원사의 역사적 의미를 되찾는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신라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된 선원사는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호국사찰이었다.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을 사수하기 위해 봉기한 의승군과 의병들의 거점지였다. 이 때문에 선원사는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승병과 의병 등 만인의사를 기리는 재를 봉행해왔고, 극심한 가뭄 때면 백성들과 괘불재를 지내는 등 남원 지역민들의 애환을 함께했던 사찰이었다. 

운문 스님은 “선원사 괘불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의 넋을 달래고 부처님 자비심으로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염원하는 호국애민의 뜻이 담긴 것으로 널리 선양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선원사는 내년 남원시와 문화재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선원사 괘불재 및 학술세미나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선대 스님들과 불교계의 호국역사를 재평가하고 선양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스님은 “최근 법보신문에서 임진왜란 당시 금산성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800의승들이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는 ‘칠백의총’ 연속 보도를 보면서 깊이 공감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불교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법보신문의 이 같은 보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불교역사를 재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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