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칠백의총 아닌 ‘금산의총’이 바람직”
칠백의총 명칭 논란 이어지자 불교계·학계 ‘금산의총’ 제안 승장사 복원과 순의제향 필요
금산 칠백의총 이름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칠백의총이 조헌의 700의병만 기리고 있기 때문.
문화재청은 1592년 당시 금산전투에서 순직한 이들을 선양하고자 2012년 종합 정비기본계획에 3000만원, 2014년 주변 토지매입·실시 설계비에 5억2000만원, 2015~2023년 종합 정비 기본계획에 113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의병 700여명만 기린 ‘칠백의총’ 명칭으로 인해 임진왜란에 나선 영웅이 700명으로 축소·한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계·불교계가 ‘금산 칠백의총’을 ‘금산의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내놨다. 영규대사 및 800의승군 명예회복 특별위원장 정덕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조계종 문화부장 탄원 스님, 김용태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이종수 순천대 사학과 교수는 4월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산전투에서 순국한 모든 이를 아우르기 위해선 ‘금산 칠백의총’보다 ‘금산의총’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금산전투에서 전사한 수가 700인지, 800인지, 1500인지 따지는 것은 분쟁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더구나 칠백의총 무덤 속 유해 숫자가 700구가 아닌 상징적 의미의 700이기에 이런 상황에서 다시 800의승을 덧씌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승장사(僧將祠) 복원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규대사와 의승군의 제향공간이었던 승장사는 현재 조헌·고경명 등 21위의 위패를 안치하고 있는 종용사 서쪽에 위치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칠백의총 종합 정비기본계획에선 누락됐다.
승병장영규대사기념사업회장 원경 스님(조계종 제6교구본사 마곡사 주지)은 “의승군과 영규대사의 역사가 누락되는 데 문화재청의 어설픈 정비사업도 한 몫했다”며 “유례 없는 참사 속에서 나라와 백성을 지키려고 스스로 나선 이들이다. 종용사 만큼이나 제대로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차원의 제향도 시급히 복원돼야 한다고 했다. 대한제국 광무2년(1898) 7월까지 승장 영규대사와 의승군에게 고기 제물 대신 두부를 올리는 제향이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매년 9월23일 거행하는 ‘호국 선열의 애국정신을 기리는 순의제향(殉義祭享) 행사’에 의승군은 빠져 있다. 이종수 교수는 “밀양 표충사, 해남 대륜산 대둔사(현 대흥사), 고성 건봉사, 평안북도 묘향산 보현사 경내의 수충사(酬忠祠)에선 국가에서 승병에게 제향을 올렸다”며 “이 중 빠진 곳이 금산이다. 영규대사와 의승군에 관한 제향은 반드시 보완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회로 의승군 선양사업을 위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황인규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김상영 전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교수는 “의병과 의승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당시 의승병 활동은 자발적이었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피지배계층이고 국방에 대한 의무가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의승을 규합하고 전란 역사에서 큰 활약을 했다”고 말했다.
옥천 가산사 주지 지원 스님도 “금산의총으로 바꾸되 의승군 수와 활동을 재조명하는 보훈 작업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78호 / 2023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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