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 포장한 ‘차세대 기독교인 양성’ 법안 추진
‘종교시설 보육 활동’ 골자 ‘건축법 개정안’ 정책제안 교회 내 돌봄시설 설치·지원 합법화…선교 활동 의도 개신교계 정치인 초당적 지원으로 국회토론회도 개최 불교계 “타종교간 소통없는 개신교의 얄팍한 선교활동”
전국 교회에서 영유아에게 기독교적 세계관을 심어주고 국가로부터 시설비와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는 ‘종교시설 내 돌봄 활용’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사실상 ‘차세대 기독교인 양성 법안’ 제정에는 기독교계 언론과 방송뿐 아니라 기독교신자 정치인들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감경철 본부장 겸 CTS회장, 이하 출대본)는 “종교시설을 이용한 돌봄시설 개설이 저출생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며 올해 7월부터 교회시설 돌봄 활용을 위해 ‘0~3세 영유아 보육시설 허가의 경우도 복수용도에 대해 같은 시설군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 제19조 3항’ 법안 개정 정책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신교계 정치인들도 소속 정당을 초월해 ‘교회시설 돌봄 활용’ 관련 법 개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21년에 열린 CTS다음세대본부(전 출대본) 출범식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박병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참석했고 올해 이채익 국회조찬기도회장(국민의힘), 김희재 의원(더불어민주당) 등도 출대본의 행보에 힘을 더했다.
기독교계 매체를 통해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자신을 ‘기독정치인’이자 ‘장로’라 칭했으며, 박병석 의원은 2020년 ‘차별금지법’ 관련 토론회를 열어 “동성애 등에 대한 교리 전파의 자유 억압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힌 보수 개신교인이다. 서울시(시장 오세훈)도 지난 3월 CBS기독교방송과 종교시설을 돌봄시설로 만드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9월18일에는 이채익 의원(국민의힘)과 김희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초저출생대 아동돌봄을 위한 대안적 돌봄시설 구축 방안 국회토론회’를 주최했다. 각 당 대표적 개신교 의원들은 목사·교회가 중심이 돼 구성한 출대본의 정책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양새다.
개신교계 결집으로 진행 중인 ‘교회시설 돌봄 활용’은 공교육 서비스여야 할 돌봄을 특정 종교계에 몰아주는 방식이다. 출대본이 주장한 ‘0~3세 영유아 돌봄을 위한 종교시설 활용’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전국 10만여 교회가 보육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교회가 보육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시설비·보조금 지원을 지원받아 교회 시설과 운영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회시설의 보육 활동은 무엇보다 영유아의 세계관 적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출대본이 작성한 ‘교회의 돌봄사역에 관한 조사 결과 요약·보고서’에 따르면 교회 내에서 돌봄기관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해당 교회의 목사 등 책임자 89%가 가장 중시하는 교육 항목은 기독교 가치관·신앙·성품교육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교회가 아동돌봄을 통해 기독교세계관을 지닌 다음세대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음을 나타낸다. 교회 내 보육이 한 개인의 세계관 적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출대본의 역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2020년 8월24일 출범했으나 실제적인 활동은 2006년부터 시작해 명칭을 변경하면서 개신교 색채를 숨겨왔다. 2006년 CTS영유아문화원 운영, 2010년 출산장려국민운동본부 출범, 2021년 CTS다음세대운동본부를 출범해 명칭을 변경했다. CTS다음세대운동본부는 교회와 지자차체·정부의 협력사업과 활동을 통해 법적·제도적 방안 마련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해 개신교계 단체임을 명확히 드러냈다. 지난해 8월24일에는 ‘종교시설 내 돌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로 또다시 출범해 명칭을 변경했다.
출대본은 법안 발의를 위해 기독교계를 결집했다. 광주·경남·전북·부산·포항의 교회에서 지역본부 포럼을 진행했다. 10월9일에는 5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가 참가해 대전 하늘문교회에서, 10월19일에는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총연합회가 참여해 CTS대전지사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현재 ‘교회시설 돌봄 활용’ 입법청원 서명운동도 펼치고 있다. 출대본 홈페이지에 팝업으로 떠 있는 서명운동에는 ‘주중에는 돌봄·주말에는 예배’라고 기재돼 있으며 서명운동 마지막 문항에는 ‘출석 교회명’을 입력하게 돼 있다. 이러한 활동은 CTS기독교TV, CBS 등 언론이 적극적으로 보도하며 개신교계의 결합으로 ‘교회시설 돌봄 활용’에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출대본은 ‘종교시설 돌봄 활용’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이웃 종교와의 소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불교계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특위원장 선광 스님은 “이번 출대본의 ‘종교시설 보육활동’ 정책제안을 두고 불교계와 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한국은 다종교사회로 이러한 정책제안에 있어 종교간의 합의가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 또한 국회는 종교계에서 입법 청원을 했을 경우 종교간 합의가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유아보육시설이 2018년보다 21% 줄어든 실정에서 국가·정부는 폐소되는 시설을 살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에 개신교가 교회를 보육 시설로 만든다는 것은 그들의 얄팍한 선교 활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종교인의 보육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스님은 “교회가 보육시설로 활용되면 비종교인 자녀들의 보육은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
[1702호 / 2023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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