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모시자” 조계종, 달라이라마 방한 본격 추진

자승 스님, 중앙종회 종책모임 불교광장 간담회서 초청 제안 229회 정기종회 사회부 종책 질의서 “방한 못할 이유 없다” 제정·성행 스님 “역대 추진 경과·계획 취합” 사회부에 요청

2023-11-07     정주연 기자

조계종이 번번이 무산됐던 달라이라마 방한을 추진한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1월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제229회 정기회를 열고 제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갸초(88) 한국 초청 법회를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종단이 달라이라마 방한을 공식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회의원 제정 스님은 이날 사회부 종책 질의에서 “달라이라마는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인데 양안(兩岸) 관계가 있는 대만뿐 아니라 몽골·일본 등을 모두 방문했다”며 “유독 대한민국 정부만 중국 눈치를 너무 본다. 성주에 ‘사드’ 기지도 만드는 데 달라이라마는 왜 못오는가. 우리나라도 꼭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내에서는 달라이라마 초청이 몇 차례 시도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우려한 한국 정부가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제정 스님은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을 통해 현 정부의 정치 철학도 살필 수 있고 분산됐던 불교계 역량도 결집할 수 있다. 달라이라마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반드시 대한민국을 방문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성행 스님도 “과거 달라이라마방한추진위원회가 어떻게 결집했고 활동했으며 어떻게 방한을 추진할지 취합해 내년 3월 종회까지 반드시 보고해 달라”고 사회부에 주문했다. 

심우 스님은 “2027년 8월 서울에서 ‘가톨릭 세계청년대회’가 열린다. 비자 발급을 비롯해 달라이라마 초청 계획을 최대한 구체화하라”고 말했다. 

세계인들의 영적 지도자로 손꼽히는 달라이라마의 한국 방문은 달라이라마의 오랜 희망이기도 하다. 특히 2000년 국내에서 초청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자 달라이라마는 이미 잡혀있던 해외 순방 일정까지 조율하며 한국 초청에 응할 준비를 했지만 끝내 방한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러한 전력과 비교해 조계종 차원의 방한 추진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월결사 회주이자 종책 모임 불교광장 총재 자승 스님이 직접 운을 뗀 만큼 달라이라마 초청 성사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게 관측되고 있다. 

자승 스님은 10월31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종책모임 불교광장 간담회서 종회의원 77명과 중앙종무기관 부실장단에게 청년불자 전법 확산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달라이라마 초청 법회를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서 자승 스님은 “2027년 8월 세계 가톨릭 청년 100만명이 서울에 온다. 30만명이 해외에서 참석한다. 국내 젊은이도 70만명 온다. 한국불교가 더 위축될까 우려스럽다”면서 “우리도 청년의 범위를 중학생(14세)부터 50세 이하까지 넓혀 세계불교청년대회를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되물었다.

가톨릭 세계청년대회는 역대 가톨릭 교황이 빠짐없이 참가한 대회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도 참석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승 스님의 이번 제안은 가톨릭계가 교황 방한을 추진하는 것과 병행해 불교계가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추진한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정부가 이를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자승 스님은 이를 보여주듯 “역대 정부도 중국 압력에 의해 초청을 단 한 번도 허락한 적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과거는 과거다”라는 말로 이전과는 상황이 다름을 지적했다. 자승 스님은 “집행부가 늦어도 모든 기획안을 내년 3월 종회 전까지 추진해 20만 청년불자를 모으길 건의 드린다”고 집행부와 종회의 적극적인 달라이라마 초청 추진을 독려했다.

종회의원 절대다수가 참여하고 있는 불교광장의 총재인 자승 스님이 종회 차원의 추진을 당부한 만큼 이전과는 달리 그 구심점이 뚜렷하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톨릭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교황의 방한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교계가 정부에 방한 허용을 요구할 명분 또한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실질적 조직력과 대내외적 여건의 양 날개를 모두 갖춘 상황으로 평가된다.

조계종이 추진하는 달라이라마 방한이 가시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청년 전법’이 상월결사의 핵심 과제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달라이라마 이슈’가 청년 전법의 기폭제로 작용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