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 “이승만기념관 일방적 추진, 더 큰 불화 야기”

11월27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예방서 지적 종단 입장 공식 표명 "윤정부 편향…원로회도 움직여” 엄중 경고 박 장관 "민간서 추진, 입지 확정 안 돼…무겁게 받겠다" 해명

2023-11-27     정주연 기자
진우 스님이 11월27일 예방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에 열린송현녹지광장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진=조계종

서울시가 열린송현녹지광장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에게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조계종이 청사 인근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11월27일 오후 2시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접견실에서 진우 스님을 예방했다. 최근 조계종 청사 인근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진우 스님은 이날 과거 이승만 정부에서 벌어진 조계종·태고종 간 분규 등 역사적 사건을 나열했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진영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불교계에는 좋은 인상이 아니다”며 “대처승과 비구승 간의 갈등을 부추긴 장본인일 뿐 아니라 기독교 사상에 심취한 인물이었다. 미국에서 교육 받고 정치를 시작했다. 불교에 관한 식견이 전혀 없었다. 그런 가운데 불교 관련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불교계가 심각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고 전했다.

진우 스님은 이어 “우리 불교계, 특히 종단 입장에선 (서울시의 송현광장 내)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굉장히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일방적인 추진은 국민통합과 화합을 저해하고 오히려 더 큰 불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식 장관은 “입지와 예산 문제가 중요한 데 입지와 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해명하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사진=조계종.

진우 스님은 최근 불거진 윤석열 정부의 인사 편향 문제에도 깊은 유감을 전했다. 스님은 “윤석열 대통령의 친기독교 행보에 본사주지, 종회의원, 원로 스님까지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며 "현 정부에서 고위급 인사 중에 불자가 너무 없다. 불교계 시각에선 엄혹한 지경에 이르렀다. 무시당하는 느낌"이라고 경책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원장스님 말씀과 불교계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진우 스님은 또 서산 휴정(1520~1604), 사명 유정(1544~1610), 영규 대사(?~1592) 등 나라를 지켜온 수천 수백 의승에 대한 평가와 예우가 전무하다고 지적하며, 호국불교의 역사가 국가적 차원에서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어느 나라나 역사가 이어져 올 수 있던 건 선대가 나라를 잘 지켰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스님·불자들에 대한 올바른 역사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호국 정신 함양과 보존을 위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스님·불자를 추모하고, 예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윤석열)대통령이 용산 공원 내 호국정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 계획을 갖고 있다. 국가보훈부가 불교계 호국 역사를 후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기획실장 우봉, 호법부장 보운, 사서실장 진경 스님이 배석했다.

기념촬영. 사진=조계종
진우 스님과 박민식 장관. 사진=조계종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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