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저출가 시대의 승가교육 

2024-04-02     성원 스님

봄이 왔다. 봄은 왔는데 새싹이 돋아나지 않는다. 이 얼마나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야기인가? 하지만 이러한 일이 현재 우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새싹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출산 문제다. 제주의 어느 기업은 둘째를 낳으면 1억원을 준다고 했다. 아니 주고 있다.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고 2명의 아이를 출산해야 인구감소를 겨우 막을 수 있는데 현재 우리의 출산율은 0.68명이라고 한다. 정말 봄이 와도 싹이 움트지 않는 대지와 다를 바 없는 현실이다.

저출산을 기저로 우리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상상 그 이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를 이야기하지 않고 불교계 내에서만 보더라도 문제는 심각할 정도를 넘어섰다. 1년 출가자 100명 이내의 수치는 새싹이 돋지 않는 대지의 황폐한 모습 그대로다. 출가자 감소에 더해 사람들의 종교에 관한 관심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총체적 자기 성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폐원·폐교 현상이 승가에도 그대로 비치고 있다. 학인이 부족하여 승가대학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심지어 총림마저 승가대학의 학인 수를 충당하지 못해 총림의 기본 구성 요소까지 충족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마침 지난 임시종회에서 총림의 이러한 현황을 조사해 현실에 맞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총림실사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급격한 출가자 감소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 관심이다. 

이와 함께 현재 조계종의 승가교육체계도 돌아봐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기독교의 성직자 교육체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타 종교는 현재 국가의 교육체계에서 학습한 지위를 인정하고 성직자의 길로 나아 갈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학부에서 대학 입시 전형을 거쳐 신학과에 입학하고 졸업하면 그 학위를 인정받아 신학석사, 목회학전문 석사과정을 거쳐 성직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즉, 교육부의 정규 학과과정을 성직자 양성 과정으로 편승시켰다. 

그러나 조계종은 종립학교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출가하더라도 예비승 자격으로 다시 불교학과를 입학·졸업해야만 구족계를 받을 수 있디. 물론 불교학과에 입학하지 않고 다른 교육기관을 이수할 수도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러하다. 다른 종교에서는 국가의 교육체계에 편승하다 보니 마치 국가에서 목회자를 교육 시키는 모습이 연출되는데 이는 누구의 탓이 아니고 현실을 직시한 지혜로움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출가자는 일반적 교학 지식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때문에 고심이 깊기는 하다. 하지만 한 개인의 불교 지식에 있어 출가 삭발 전 배운 지식과 삭발염의 후 배운 지식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올해 동국대 선학과와 불교학과의 신입생이 현격히 줄었다고 한다. 불교학부를 졸업한 사람이 출가하면 적정 자격시험을 거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구족계를 수여토록 하는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 출가하고자 바로 결정하지 못하고 불교학을 공부하다 출가하면 그동안 그 사람의 배운 불교적 지식을 인정해 합리적으로 승단의 일원이 되게 해야 할 것이다. 한 자연인이 일생 배우는 지식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동일하다는 보편성이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의 교육체계에서 불교 공부를 마친 출가자에게는 승단의 소양과 교양을 습득할 기회를 주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구족계를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실 군종승의 경우 어느 정도 이러한 내용이 접목되어 있기도 하다.

출생자 감소를 국가적 재앙이라고 한다. 불교계에서는 출가자 급감을 재앙의 수준으로 받아들여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을처럼 산사에서 젊은 출가자 만나 보기 힘들다. 새싹을 보듬는 마음같이 섬세한 관심이 더없이 필요한 시기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723호 / 2024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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