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현봉대종사 추모시] “방장의 미소는 영정 안에 멈춰 있고”

2024-05-16     남수연 기자
5월 5일 총림장으로 봉행된 남은당 현봉 대종사 영결‧다비식.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남은당 현봉대종사가 5월 1일 밤 원적에 드신 다음 날, 업무차 이른 아침 경주 불국사에 들어서던 무진(필명) 불자에게도 비보가 전해졌다. 그는 “한 번 다녀가게”라는 현봉대종사의 말씀을 듣고도 바쁘다는 이유로 끝내 찾아뵙지 못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불국사와 통도사를 거쳐 서둘러 일을 마치고 송광사로 길을 재촉했다. 조계총림으로 향하는 차 안, 그는 봇물처럼 밀려드는 그리움과 회한을 한 자, 한 자 글 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 무진 불자가 그렇게 완성한 ‘현봉대종사 추모시’를 본지에 기고해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아득한 봉우리

시 : 불자 무진

불국 천년 고도
아침 햇살이
나뭇잎 위에서 반짝인다

바람 한점 없으니
밤새 떠들던 새들도
제 깃털만  뽑아 물고는
노래를 멈추었구나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날으는 작은 새처럼
이제 통도사로 가려하니
날개짓 아래로 바람이 인다

통도사 일주문에 드니
금강송 가득하고
그 위 날개 쉬려하니
저기 부도림이 천년 노송이로다

하~
숨도 멎고 시간도 멎고
따라온 천년 빛마저
오늘이로다

작은 새는
잠시 졸고 싶다
적멸이다

어이~!
고함 소리에
퍼득 날아 올랐으나
방향도 없고
금강 노송도 없다

잠시가 천년이었나

천년의 공덕 위였으니
졸았어도 정진이어라

깨우는 소리는
방장의 털털한 웃음소리였나
어서 날아오르라는
어서 오라는

이제 스님 보러 간다

삼배드리고 올려보니
방장의 미소는
영정 안에 멈춰있고
향 연기마저 먹먹하다

송광사 돌아나오는 길
다 쉬어버린 웃음소리는
산중에 여전하다

불같이 살다
바람처럼 가셨네
연기따라

노송이 어디갔나 했더니
송광에 빛나고 있네

 

[1730호 / 2024년 5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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