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기념관’ 오세훈 시장 “여론 지켜보겠다” 한 발 물러서나
6월 11·12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서 "불교계 설득, 건립추진위가 만나길" 교계 “기념관 철회 때까지 주시해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기정사실화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론 형성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건립 추진에 한발 물러선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불교계는 “건립 철회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기에 끝까지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6월 11일 오전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과 관련한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의 질의에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적지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불교계에 대한 설득도 민간단체인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쪽으로 미루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이날 “대표적으로 불교계에서 (송현동 이승만기념관에) 반대를 표명하고 계셔서 얼마 전 건립추진위 쪽에 ‘의견을 달리하는 분들이 계시니 직접 만나 협의해주실 수 없겠느냐’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저희(서울시)도 만나서 여쭙고 토론하겠지만 위원회가 직접 (불교계와) 접촉하면 해법이 마련될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아마 지금 (불교계와 건립추진위가) 토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음날인 6월 12일 시정질문에서 김종길 국민의힘 시의원이 ‘전날 발언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에 한 발 물러선 것이냐’고 묻자, 오 시장은 “한 발 물러선 것이라기보단 건립추진위가 직접 불교계와 접촉해줬으면 도움이 되겠다는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불교계도 이승만기념관 건립 자체를 반대하기보단 송현동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월 서울시의회에서의 발언과는 적지 않은 온도차를 보인다. 오 시장은 “이승만기념관이 건립돼야 한다고 보냐”는 최재란 민주당 시의원의 질의에 “네”라고 답하며 “건립 장소로 가능성이 제일 높게 논의되는 데가 송현광장”이라고 특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대해 불교계는 “기념관 건립 철회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기에 끝까지 주시해야 한다”는 시각이 다수다.
한편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눠지나 불교계에서는 일본의 적산 사찰을 교회에 내주고 농지개혁으로 전통사찰의 재산을 빼앗았던 인물이라는 평가가 앞선다. 특히 불교계에 대해서는 내부의 분쟁을 야기해 교세를 약화시키고 나아가 사찰의 관리까지도 국가가 장악하면서 정교분리 원칙마저 무너뜨린 반면 기독교 세력의 확장을 지원한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1945년 11월 연설에서 전 국민에게 “하나님 말씀을 반석으로 삼아 의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매진하자”고 발언한 데 이어 1946년 3·1절 기념식에서 돌연 “기독교 국가 건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1948년 5월31일 제헌의회 개원식에서도 ‘기독교 국가 건설’을 강조했다. 1952년 8월15일 대통령 취임식 선서에서는 국기 배례 대신 기독교식 ‘주 목례’를 했다. 1947년 서울중앙방송을 통해 선교방송을, 1956년 기독교계 극동방송을 설립해 ‘군대의 기독교화’도 추진했다. 이외에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기독교계에 전방위적 특혜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33호 / 2024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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