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존재하는 한 송현공원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 막아낼 것”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사실상 ‘최후통첩’ 6월 19일, 이승만기념관건립추진 관계자들에 “합의·양해 대상 아니다” 단언…전담 기구 구성
“태고종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옆 송현공원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럼에도 이승만기념관 건립이 강행되면 태고종뿐 아니라 불교계 전체가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천명하며 합의나 양해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임을 명확히 했다. 상진 스님은 6월 19일 오후 서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을 찾은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의 김황식 이사장, 손병두 건축위원장, 김군기 추진위원에게 이 같은 종단의 입장을 전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교육원장 재홍, 행정부원장 능해, 불교문예예술원장 지허 스님도 “태고종이 존재하는 한 송현공원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사실상 ‘최후통첩’했다.
추진위는 이날 “억울함도 있고 화도 나겠지만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로서 화합을 위해 용서해 줬으면 한다. 그것이 부처님의 대자대비한 마음이 아니냐”며 태고종의 협조를 구했다.
상진 스님은 그러나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도 한국불교는 꺾이지 않았고, 한반도를 침탈한 일제는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단절시키기 위해 스님들을 결혼시키며 수행을 방해했다”며 “이러한 탄압은 광복 이후에도 계속돼 이승만 대통령은 기독교국가를 만들겠다며 한국불교를 모질게 탄압하고 분열시킨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태고종 승려로서 태고종도를 핍박한 이승만 대통령만 생각하면 피가 끓지만, 기념관 건립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태고종 총본산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옆 송현공원에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우리 종단 전체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건립을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원장 재홍 스님은 이승만 대통령의 불교 탄압과 분열은 헌법을 위반한 행위임을 지적했다. 스님은 “민주주의 국가는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하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개인의 의지로 불교를 탄압했고 분열시켰다.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그럼에도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바로 옆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태고종을 무시하고 한국불교를 다시 분열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추진위는 “이승만 대통령이 불교를 탄압했다는 주장은 역사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다르다”며 “몇천 년 이어온 한국불교가 이승만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흔들렸다면 불교 자체도 문제”라고 주장해 배석자들을 공분케 했다.
이에 상진 스님은 “이런 일로 시끄럽게 만들면서 기념관이 건립된들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냐. 4·19 등 당시를 겪었던 분들이 아직 살아계신다”며 “지금 다른 종단이 가만히 있다고 해서 찬성하는 게 아니다. 한국불교 전체가 피해자인 만큼 기념관 건립이 강행되면 불교계 전체와 전쟁이다. 합의나 양해를 구할 내용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행정부원장 능해 스님은 “송현공원은 본래 목적대로 시민의 휴식과 힐링을 위한 공간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게 태고종의 입장”이라며 “이 좋은 공간을 분쟁과 분란의 장소로 만들지 말고 서울시와 협의해 더 좋은 장소를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태고종 총무원은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위한 이승만대통령 건립추진위원회의 행보가 구체화 됨에 따라 전담 기구를 구성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734호 / 2024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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