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가톨릭 성자’로 설명…끝이 안보이는 한중연 오류
성인·군종 등 일반 종교용어 가톨릭 용어로 분류해 설명 일반사전 설명과도 차이 커 ‘교회용어사전’과 대동소이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삼성산’ ‘주어사’ ‘천진암’에 이어 ‘성인’ ‘군종’ 등 일반적인 종교단어마저 가톨릭 용어로 소개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민백)에 ‘성인(聖人)’을 검색하면 “천주교회에서 신앙 상의 덕행과 모범이 인정되어 공식적으로 성인품에 올린 인물을 가리키는 천주교 용어”라는 안내가 나온다.
민백은 “순교하였거나 생존 시에 출중한 덕행으로 명성이 높았던 (가톨릭)신자가 사망한 다음, 엄격한 조사를 거쳐 우선 지역적으로 공경할 수 있도록 복자로 선포하고, 신자들이 복자들에게 열심히 기도하여 기적의 은혜를 입은 경우 엄밀히 조사한 뒤 교황이 행하는 시성식을 거행함으로써 공포된 인물”이라고 성인을 정의했다. 이어 “한국천주교회 창립 200주년이던 1984년 5월 6일, 교황 바오로 2세에 의해 순교복자 103위가 시성됐고, 이때 한국인 93명과 프랑스인 10명이 성인품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마치 가톨릭 백과사전을 보는 듯한 모양새다.
이는 일반적인 백과사전의 서술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성인은 ‘다음백과’에서 “역사상 세계 여러 종교에서는 종교인들이 대중의 지지와 공적인 선포를 통해 성인으로 추증되었으며 이들은 각계 각층의 신자에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된다. 이어 BC 6세기 유교의 공자부터 부처의 아라한, 부처, 보살과 자이나교의 마하비라, 힌두교의 사두 및 아바타르 등을 언급하는 식이다. ‘두산백과’는 “인격과 식견이 뛰어나고 덕망이 높은 인물”로 정의된다. ‘종교학대사전’도 “일반적으로 지식이나 덕이 뛰어나고 규범으로서 존경받는 인물 및 수행을 쌓은 위대한 신앙자를 가리키는 말”로 정의한다. ‘위키백과’마저 “지혜와 덕이 뛰어난 사람”으로 안내한다. 일반적인 백과사전은 유교의 성인, 불교의 깨달은 자, 그리스도교에서 지정하는 위인 순으로 균형 잡힌 서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연이 간행한 민백만은 ‘교회용어사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임으로써 가톨릭 신자를 위한 사전을 방불케 했다.
‘성인’에 대한 내용은 천주교 수원교구 2대 교구장을 지낸 김남수(안젤로) 신부가 집필한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문헌은 '삼성산' '주어사' '천진암'의 사례와 같이 1980년대의 가톨릭 서적이 전부다. 김남수 신부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천주교의 운영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사업 위원장을 맡아 103위 시성식을 주관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종교용어로 분류되는 군종(軍宗)마저, 한중연은 ‘천주교’ ‘제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내용은 “장병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군의 정신전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설치된 병과”라고 비교적 균형잡힌 서술을 하지만, 애초 카테고리 분류와 천주교 성례식 사진으로 인해 군종이란 단어가 가톨릭 용어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군종은 ‘다음백과’에서 “군대 내의 종교적 활동을 담당하는 병과”라고 정의된다. 이와 함께 군종 병과가 갖는 업무 특징과 역사를 특정 종교에 국한하지 않고 서술하고 있다. 또 ‘군사용어사전’은 군종장교에 대해 “지휘관에게 그 부대의 도덕적, 종교적 복지에 관계되는 사항을 조언하는 참모로서 군에 소속되어 있는 성직자”라고 설명한다. 모든 종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반적 종교 용어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편 한중연은 6월 15일 본지 보도 후 ‘주어사’를 ‘권철신 주어사 강학터’로, ‘천진암’을 ‘권철신 천진암 강학터’로 바꿨다. 주어사·천진암 관련 검색 결과 서비스가 아예 20일부터는 차단됐다.
이에 관해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사전편찬부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했고, 권철신이라는 인물을 넣어 불교 개념과 분리하려는 의도였다”며 “다만 성급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었고 내용의 전반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 전까지 ‘천진암’ ‘주어사’ 관련 검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사찰이나 암자를 천주교 유적으로 분류해 가톨릭 사관에 편중되게 한 것은 불찰”이라며 “올바른 정보 안내 서비스를 위해 사전 내용 전반을 재검토해 반드시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34호 / 2024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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