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추진위 교계 설득은 분노만 유발

극보수 ‘추앙’ 인물 이승만 불교탄압·내부 갈등 부추켜 12년 걸친 대통령 임기 내내 ‘기독교 국가 건설’을 역설

2024-06-24     법보

“태고종이 존재하는 한 송현공원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있을 수 없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송현공원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아울러 이 사업을 강행하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태고종 총무원을 찾은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이하 이승만기념관추진위)와의 면담 중에 나온 발언이지만 태고종 종무행정 수반이 직접 언급한 것이어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태고종 중앙종회와 비구니회, 교임전법사회가 성명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적은 있으나 총무원장이 직접 나서 강경 입장을 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만기념관 건립 저지를 위한 태고종의 대응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승만기념관추진위는 총무원장 상진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억울함도 있고 화도 나겠지만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로서 화합을 위해 용서해 줬으면 한다. 그것이 부처님의 대자대비한 마음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이승만 대통령이 불교를 탄압했다는 주장은 역사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다르다”며 “몇천 년 이어온 한국불교가 이승만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흔들렸다면 불교 자체도 문제”라고 했다. 

주지하다시피 미군정은 ‘남북 통일정부 수립’의 김구가 아닌 ‘선 정부수립 후 통일’의 이승만에게 정권을 이양했다. 개신교 근본주의자였던 그는 미군정의 종교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며 개신교 측에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특혜를 제공했다. ‘적산불하(敵産拂下)’가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한국 내에 설립한 부동산 또는 반입한 재산을 본국으로 가져가지 못한 동산 등의 자산을 미군정법령으로 몰수(1945)해 미군정에 귀속했다. 그 귀속재산(歸屬財産)을 적산(敵産)이라고 한다. 이 재산을 사업가나 개인에게 팔거나 넘긴 정책이 적산불하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1947년부터 적산을 친일파는 물론 개신교인들에게도 불하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한국 내 개신교 세력 확대 야심은 광기에 가까웠다. 1945년 11월 연설에서 대국민을 대상으로 “여러분께서도 하나님 말씀을 반석으로 삼아 의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매진하자”고 발언했다. 1946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독교 국가 건설”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1948년 5월31일 제헌의회 개원식에서도 ‘기독교 국가 건설’을 역설했다. 특히 1952년 8월 15일 대통령 취임식 선서 때는 ‘기독교 국가 건설’을 더욱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간과할 수 없는 건 ‘국기 배례’가 아닌 기독교식 ‘주 목례’를 했다는 사실이다. 한국 역사상 국가 의전을 기독교식으로 치른 건 이때가 처음이다. 

이승만기념관추진위는 “이승만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흔들렸다면 불교 자체도 문제”라고 했다. 당시 이승만이 일반인이었나? 초대·2대·3대 대통령이었다. 1948년 7월부터 1960년 4월까지 12년 동안 장기 집권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인물이다. 일제가 불교탄압 정책의 일환으로 설치한 ‘사찰령’을 그대로 둬 불교를 옥죄었다. 농지개혁 명목으로 불교재산을 빼앗아 친일파는 물론 개신교에도 넘겼다. 이뿐인가. 

이승만이 내린 일명 ‘불교정화 유시’는 조계종 내의 갈등과 분규를 촉발시켰다. 조명제 신라대 사학과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8차례에 걸쳐 유시를 발표한 것은 친일파 정권의 성격을 희석시키고 1인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불교계를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리 있다. 이 유시로 가장 큰 내상을 입은 건, 조계산 선암사를 제외한 교구본사 일체를 모두 잃은 지금의 태고종이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이승만을 생각하면 “피가 끓는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종교화합을 위해 용서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승만이 교계를 향해 머리를 숙이고 사과 한마디 한 적은 있나? 

이승만기념관추진위가 추앙하는 이승만은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불교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탄압했던 인물이다. 더 이상 교계를 설득하려 들지 말라. 그리고 교계의 ‘송현공원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 전면 철회’ 요구에 오세훈 시장은 이제 답해야 한다. 

[1734호 / 2024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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