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조직개편 초안 공개ᆢ11부실17국으로
중앙종회 미래대비특별위원회, 6월 24일 회의 스님 및 사찰 관련 원스톱서비스로 체계적 대응 종단 중장기 발전방향 수립할 통합연구소 설치 종무원 역량 강화 위한 파견시스템 도입 검토중 “통합 아닌 분산ᆢ원장 권한은 과다 집중” 우려에 “사회적 업무 많아 조직 축소 현실적 불가” 반론도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조직개편의 초안이 공개됐다.
조계종 중앙종회 미래대비특별위원회(위원장 심우 스님)는 6월 24일 5차 회의를 열고, 총무원 기획실로부터 조직개편안 초안을 보고 받았다. 회의에는 위원장 심우 스님을 비롯해 종회의원 선광, 만당, 삼조, 일화, 현무, 성원, 진각, 정운 스님과 기획실장 우봉, 사회부장 도심, 중앙종회 사무처장 설도 스님이 배석했다.
기획실이 보고한 초안에는 교육원, 포교원을 부서로 이관해 12부실 17국을 11부실 17국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서를 총무부, 기획실, 재무부, 문화부, 사회부, 호법부, 사업부, 사서실, 교육부, 불학연구소, 포교부, 포교연구실에서 종무행정부, 기획재정부, 전법포교부, 수행교육부, 사찰지원부, 문화진흥부, 사회부, 호법부로 변경하고 총무원장 직속으로 사서실, 홍보실, 조계종 연구소, 미래본부, 출가장려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기획실에 따르면 새 조직도의 수행교육부와 사찰지원부는 원스톱으로 행정을 서비스한다. 수행교육부는 승적관리부터 교육연수와 승려복지를, 사찰지원부는 총무부, 재무부, 문화부로 분산돼 있던 사찰관련 업무를 단일화된 창구에서 체계적으로 지원받게끔 설계했다. 우봉 스님은 “스님들이 종단으로 전화하면 종무원으로부터 ‘우리부서 업무가 아니’라고 답변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며 “한 부서가 전담해 사찰 및 스님에 관한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민원에 적극 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2030세대 불자 양성을 위한 콘텐츠 개발 전담조직도 신설한다. 전법포교부 내 ‘콘텐츠포교국’을 신설해 젊은층 포교를 위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불교사회연구소, 교육원 불학연구소, 포교원 포교연구실을 통합한, 조계종 싱크탱크 ‘조계종 연구소’도 총무원장 직속 연구기관으로 설치된다. 조계종 정체성 확립 및 중장기 발전 방향 연구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종무원 역량 강화를 위한 지방교구 파견 시스템 도입도 검토중이다. 우봉 스님은 “중앙종무기관 종무원이 1년 이상 교구본사 또는 말사에서 종무행정을 경험해야 팀장, 차장급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며 “종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역 행정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종무원법에 어떻게 담을 지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실이 제출한 조직개편안 초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종회의원 현무 스님은 “통합 집중이 아니라 분산 확대의 모양새”라며 “이전 조직과 달라진 점이 크게 없다. 9부 조직을 6부로 줄이는 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어 “말 그대로 미래를 위한 대비책 아니냐”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총림실사를 다녀왔다. 해인사 하안거 결제대중이 37명이라고 하더라. 상황이 심각하다. 출가자 감소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종회의원 성원 스님도 “기존 조직에서 교육원장, 포교원장이 부서장으로 바뀌었다는 것 외엔 별다른 느낌이 없다”며 “미래를 대비한다고 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어떠한 요소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총무원장 견제 기능이 부재하다고 우려했다. 성원 스님은 “총무원장 권한이 과다 집중돼 있다. 특히 견제세력이 하나도 없다”며 “이상적인 지도자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조직 전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꼬여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직 개편안에 기획실 재무부가 ‘기획재정부’로 통합된 부분을 꼬집으며 “한 구성원이 기획부터 재무까지 관장해버리면, 예산 사용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종회의원 만당 스님은 “교육원 포교원이 부 단위로 바뀌었는데 기존의 규모를 유지한다면 조직이 줄어든 게 맞다”며 “미래로 갈수록 사회가 요구하는 업무가 하나하나 더 늘어날텐데, 이에 따라 조직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순 없다”고 반박했다. 또 “미래를 대비해 개편한다고 하지만 현재가 중요한 것”이라며 “20~30년 뒤 사람이 없으면 그때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기획실장 우봉 스님도 “사실상 조직의 슬림화가 불가능하다”며 “노동법 강화로 일반직 종무원 수를 줄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총무원의 부실장은 총무원장의 비서”라며 “원장스님이 하고자 하는 업무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지 견제하는 게 아니”라고 답했다. 특히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의 통합으로 단일화된 의사 결정체제가 구축된다는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큰 성과이자 주목해야할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교구본사 업무 이관 문제” “법인 사무국 설치” 등을 두고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러자 위원장 심우 스님이 중재에 나섰다. 심우 스님은 “기획실로부터 조직도 초안을 처음 받았다. 각자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다음 회의에서 파악한 문제점을 논의하는 게 좋겠다. 일주일마다 회의를 열 자신이 있다. 그러니 위원스님들이 시간을 갖고 면밀히 살펴달라”고 상황을 조율했다.
이에 따라 미래대비 특위는 7월 3일 오후 3시 6차 회의를 열고 세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기획실은 7월 중 조직개편 공청회를 개최해 개정안을 성안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8월 중 입법예고해 9월 10일 열릴 제231회 중앙종회 임시회에 상정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34호 / 2024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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