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편특위, “태고종과 연대해 오세훈 망언 규탄” 예고

"불교계 반대 거세지 않다" 오세훈 발언에 '망언' '호도' '아전인수' 격한 발언으로 규탄 제16차 회의서 "불교계 무시 묵과할 수 없다" 태고종에 송현광장 공동 답사 등 제안키로

2024-06-26     정주연 기자

조계종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고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저지하기 위해 태고종과 연대를 추진한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선광 스님, 이하 종교편향특위)는 6월 25일 16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이 예고했다.

이날 회의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질의 답변이 도마에 올랐다. 오 시장은 6월 11~12일 열린 서울시의회에서 이승만 기념관 관련 질의에 답변하며, “조계종이나 태고종 쪽에 접촉한 결과 보도되는 것만큼 반대가 거세지 않았다”며 “조계종 총무원장님도 찾아뵙고 또 태고종 분들도 뵀는데 이승만 기념관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할 수 있지만 송현동이라는 입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오 시장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시사한 이후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피력해 온 종교편향특위는 이날 회의에서 오 시장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했다. 덧붙여 “불교계를 사칭해 서울시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태고종과의 연대 대응을 시사했다. 위원 제정 스님은 “오 시장의 ‘거짓말’과 ‘역사퇴행’을 준엄하게 심판해야 할 때”라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과 태고종을 농락한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위원 덕림 스님도 “오 시장이 마치 불교계가 반대하지 않는 것처럼 왜곡해 호도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지탄 받아야할 언행”이라고 지적했다. 위원장 선광 스님도 오 시장의 화법을 “아전인수식”이라고 표현하며 “물타기를 위해 교묘한 주장을 펼치며 불교계를 농락했다”고 했다. 위원 종원 스님은 “행동으로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4월 총선 전 이승만기념관의 송현공원 건립을 기정사실화하며 추진을 밀어붙였던 것과 달리 총선 대패 후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며,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일도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이사장 김황식 장로)에 떠넘겼다. 실제 “조계종과 태고종 반대가 거세지 않다”며 오 시장의 제안으로 성립된 6월 2일 태고종과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의 만남에서,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을 막아내겠다”고 강력 대응했다. 특히 이승만기념관추진위는 이 자리에서 태고종을 향해 “이승만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흔들렸다면 불교 자체도 문제”라고 발언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계종 역시 “이승만기념관 건립 문제로 이승만기념관추진위와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사회부는 종교편향특위 회의에서 “총무원 사서실로 지난주(6월 17~21일) ‘의견 청취 및 협조를 위한 면담 요청’ 내용이 담긴 공문이 도착했고 사회부가 접수만 해둔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또 조계종은 그간 중앙종회 종편위,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향문 스님), 교구본사주지협의회(회장 허운 스님)를 통해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한목소리로 일관되게 기념관 건립을 반대해 왔다. 심지어 “이승만기념관을 송현광장에 지으면 서울시와의 관계 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교편향특위는 이러한 불교계 여론을 무시하고 왜곡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고, 이승만기념관 건립 철회를 공식화할 수 있도록 태고종과의 연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정 스님은 "두 청사가 가까우니 함께 송현공원을 둘러보고 대책을 세우면 좋겠다"며 "조계종과 태고종의 갈등만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데 불교계의 단단한 연대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에게 시정질의한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을 통해 서울시의회 차원에서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독립운동, 민주화운동, 역사, 동포 분야의 시민단체와 연대해 분연히 행동할 것을 예고했다. 또 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곧바로 항의 방문에 나서기로 했다. 

이밖에도 종교편향특위는 서울의 조선시대 유적을 가톨릭 순교지로만 안내하는 가톨릭 순례길 사업을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결정한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종교차별예방위원회’에 관해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또 서울시가 2026년까지 저출생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 키즈카페’ 공모 사업에 교회만이 아닌, 불교계도 적극적으로 참석할 수 있게 사회부 차원의 독려와 홍보를 요청했다. 특히 공모신청 매뉴얼을 만들어 직할교구를 중심으로 배포할 것을 제안했다. 선광 스님은 사회국장 진효 스님에게 “어릴 때부터 교회 분위기에 젖어들면 기독교인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유아기 포교가 중요한 만큼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종회의원 선광, 제정, 종원 스님과 교육부장 덕림 스님, 중앙종회 사무처장 설도 스님, 사회국장 진효 스님이 참석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35호 / 2024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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