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상진 스님 “이승만기념관,불교유린대책위 발족 적극 대응”
7월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기념관 건립 원천 반대 천명 “불교사 씻을 수 없는 고통·상처 준 장본인…종단협과 함께 행동” 새로운 태고종 위해 정진…종단과 한마음 되도록 종도들에 최선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이승만기념관 건립 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특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종도 및 불교계와 함께 결연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7월 12일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대불보전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스님은 기조연설에서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며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다고 했지만, 종단과 불교계의 엄중한 현실 앞에서 항상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지난 1년을 보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2000년 이후 내부적으로 부침을 겪으면서 이로 인해 떠나간 종도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며 “각급 기관장들과 교구종무원장들의 지지와 동참으로 종단에 대한 신뢰가 60%는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태고종의 새로운 모습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면 곧 종단과 한마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기자간담회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상진 스님은 “현재 송현녹지광장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이자 불교도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정교분리라는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7차에 걸친 유시 발표를 통해 불교계에 법난을 촉발시켰고, 이로 인해 한국불교는 극심한 분열과 갈등으로 내몰려 오랜 내홍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특정 종교의 교세 확장을 위해 국가권력을 동원해 불교를 억압함으로써 친일불교 청산과 근대불교의 새로운 태동을 위한 한국불교의 자정 노력을 무산시켰음”을 지적하며 “그로 인해 우리 불교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입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예정지로 거론되고 있는 송현녹지광장은 한국불교의 성지이자 4.19혁명의 아픔이 서린 곳임을 역설했다. 때문에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불교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국민을 모욕하는 반민족적 기망행위”라는 게 상진 스님을 비롯한 전체 태고종도와 불교계의 여론임을 피력했다.
상진 스님은 “태고종을 비롯한 전체 불교계는 불교를 향한 왜곡과 폄훼를 오랜 시간 인내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불교 역사의 왜곡을 넘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일”이라고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승만기념관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도 밝혔다. 7월 12일 자로 총무원 교육원장 재홍 스님을 위원장으로 ‘한국불교태고종 종교편향불교유린특별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이승만기념관 건립 계획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승가대중의 결의를 모아 파사현정의 기치를 높이 세우고, 이승만기념관 건립 반대운동을 결연히 펼쳐나겠다는 것이다.
상진 스님은 “100년 만에 되돌아온 송현녹지광장은 이제 서울 시민들의 안락한 휴식처이자 산책하고 담소를 나누는 도심 속 문화힐링공간으로 남아야 한다”며 “이를 무시하고 이승만기념관 건립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경우 태고종은 ‘태고종 종교편향불교유린특별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조계종은 물론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전 불교도가 힘을 모아 결사적으로 반대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진 질의응답도 이승만기념관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송현녹지광장만 아니면 된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된 것이냐”는 잘문에 상진 스님은 “지난 6월 이승만기념관건립추진위 관계자들을 만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협의가 아닌 통보하러 왔다고 하더라”며 “이에 종도들의 의견을 모아 이승만기념관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과도 의견을 나눴고 조계종을 비롯해 모두가 함께하기로 결의했다”며 “불교는 국민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승만기념관은 국민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렇기에 불교계가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고종 종교편향불교유린특별대책위원장 재홍 스님은 “이승만기념관건립추진위 관계자들이 이승만 대통령을 용서해 줬으면 한다고 했고, 종교인으로서 과거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지만 기념관을 세우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며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로 태고종은 유린당했다. 태고종을 유린한 분의 기념관을 종단의 상징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바로 옆에 짓겠다는 걸 누가 용인할 수 있겠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상진 스님은 “지난 1년 총무원장으로서 활동하며 태고종이 그동안 해야 할 도리를 하지 않아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의전 서열을 비롯해 지금에 상황에 처했음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도들의 마음을 되돌려 새로운 태고종을 만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28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하며 공약한 내용들을 느리지만 꾸준히 이뤄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738호 / 2024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