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칠백의총 순의제향’에 이목 집중
‘영규대사 순의비’ 건립 의미 커 편액 ‘금산의총’ 변경 여부 촉각 교계, ‘호국의승의 날’ 원력 12년 국가유산청과 긴밀 협의 지속해야
국가유산청이 주관하는 ‘칠백의총 순의제향’이 한 달 후인 9월23일 열린다. 따라서 금산전투에서 산화한 800 의승의 넋을 기리는 불교 의례가 이날 봉행 될지 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칠백의총’을 ‘금산의총’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던 지난해에도 승무 공연이 추가됐을 뿐 공식적인 불교 의례는 빠졌었다. 이번 순의제향을 통해 ‘금산의총’ ‘의승의 날 지정’ 등의 교계 요구를 국가유산청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수용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주지하다시피 ‘금산 칠백의총(錦山 七百義塚)’은 임진왜란 초기 금산 연곤평에서 1만5000여명의 왜적과 싸우다 순절한 승장 영규대사와 의병장 조헌 선생이 이끄는 승·의병의 유해와 넋을 봉안한 곳이다. 호국정신의 상징으로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칠백의총 순의제향에는 유교식 제사만 거행됐을 뿐 의승을 기리는 전통 불교 의례는 봉행 된 적이 없다. 아을러 의승을 위한 전용 공간인 ‘승장사(僧將祠)’가 칠백의총 정비사업(1970~1976·2015∼)에서 빠졌는데 지금까지도 복원되지 않고 있다.
편액도 의승과 의병 모두를 추앙할 수 있는 ‘금산의총’은 외면한 채 ‘칠백의총’만을 고집하고 있다. 2011년 문화재청 사적분과 문화재위원회의에 칠백의총 변경의 건이 올라간 적이 있으나 성과는 없었다. 조헌과 유생의 순국만 기억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이럴 수 있는가.
교계의 숙원불사 중 하나인 ‘호국의승의 날’ 지정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의승군의 가치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다. 역사에 묻힌 의승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건 2012년 4월이다. 서산휴정 스님의 국가제향을 해남 대흥사가 200여 년 만에 복원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그해 6월 국회의원 회관에서 ‘서산대제의 국가제향 복원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서산대제를 국가제향으로 복원할 방법은 ‘호국 의승군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국가제향을 봉행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교계의 목소리를 새겨듣지 않았다.
2년 후인 2014년 6월 조계종 중앙종회가 ‘호국의승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촉구’ 결의문을 발표했고 8월에는 조계종 총무원이 ‘국가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전국교구본사도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해 1년 만에 7만여 명의 동참을 이끌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부족하고 유사 기념일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외면 했다.
이후 조계종은 2016년 8월 ‘호국의승의 날은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어야 합니다’라는 자료집을 발간하며 정부의 전향을 촉구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요지부동으로 일관했다. 윤석열 정부 또한 불교계의 요구에 아직 묵묵부답이다.
다만 지난해 보인 국가유산청의 작은 변화는 희망을 품게 했다. 국회 정각회가 주관한 2023년 6월 ‘금산전투와 칠백의총의 재조명’ 토론회에서 당시 이종훈 문화재청 보존국장은 “영규대사를 포함해 임진왜란에 참전한 의승의 공적을 어떻게 복원하면 가장 좋을지 고민”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현재 배향은 20세기 초에 나와 있던 기록을 근거로 하고 있다”며 “내년(2024) 진행할 의승관련 연구 사업을 통해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올해 2월 의승장 영규대사와 800의승을 기리는 순의비 건립이 확정됐다. 작지만 큰 변화인 것만은 틀림 없다.
그러나 순의비 건립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편액은 ‘금산의총’으로 바뀌어야 하며 ‘호국의승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야 한다. 교계의 정당한 요구에 어떻게 부응하는 지 9월23일 지켜볼 일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국가유산청은 의승군 관련 사업에 대한 계획과 추진 경과, 결과 등을 교계에 밝혀야 한다.
조계종 또한 국가유산청의 행보를 확인한 후 지원협력과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허송세월 보낸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흘려보낸 시간만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교계 사부대중이 염원하는 불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1740호 / 2024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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