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이승만기념관은 역사문화공원에

송현광장, 기념관 들어서기에 규모 작고 불교계 반대도 확고 상황따라 정책 변경해온 서울 정비 중인 역사문화공원 최적

2024-08-12     이응선 포교사

이승만기념관 건립사업 부지 선정과 관련해 불교계의 반대가 거세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급부상한 이승만기념관 건립사업은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단체가 ‘우리나라 초대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을 추모하는 기념관이 없다’는 주장을 제기한 후 급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불교계가 반대에 나선 것은 이승만기념관 건립부지로 서울 종로에 위치한 송현녹지광장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우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국가보훈부 장관을 만나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유는 기독교 신자인 이승만 대통령은 불교를 억압했고, 기독교 입국론을 펼쳤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더욱 분노하고 있는 건 태고종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불교탄압을 넘어 태고종을 말살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송현녹지광장은 태고종의 행정·교육의 중심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과 이웃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현녹지광장 내 이승만기념관을 검토하고 있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6월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와 서울시가 불교계와 자주 만나 협의하면 해법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 자주 만나 대화화면 해결될 수 있다. 

사실 송현녹지광장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조금씩 변해 왔다. 2022년 문을 열 당시 서울시는 “열린녹지광장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어떠한 시설도 들어올 수 없다”고 했지만, 2023년 5월에는 “이건희 기증관 외 다른 시설은 짓지 않겠다”고 했다. 또 동년 11월에는 이승만기념재단 관계자에게 송현녹지광장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제안하는 등 수시로 입장을 바꿔왔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다. 상황의 변화에 따른 정책 변경을 잘못이라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해 본다. 사실 송현녹지광장은 3만7117㎡ 규모로 ‘기념관’ 같은 시설이 들어서기에 충분치 않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기독교를 옹호하고, 불교를 탄압한 그중에서도 태고종을 말살시키려 한 인물의 기념관을 태고종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 바로 옆에 세운다는 건 불교계 입장에선 사실상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와 이승만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는 이 점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야 협상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 종로 경희궁 일대 ‘역사문화공원’ 부지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제안한다. 부지도 넓고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나 태고종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과도 거리가 적당히 떨어져 있다. 

현재 역사문화공원 부지에는 일관된 컨셉 없이 그때그때 생겨난 문화유적과 역사박물관, 심지어 서울시교육청까지 자리하고 있다. 이제서야 서울시는 정비사업계획을 세워 서울시교육청과 역사박물관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에 따른 빈 공간에 이승만기념관이 건립된다면 역사문화공원으로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 불교계는 송현녹지공원이 4.19의거 당시 민주열사가 희생당한 장소라는 역사적 사실을 내세우며 이승만기념관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서울시와 이승만기념관 추진위원회가 진심으로 건립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하루속히 불교계와 만나 대화하고 건립부지를 역사문화공원으로 옮겨야 한다.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불교계와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다면 더 큰 갈등과 대립을 마주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응선 포교사

역사문화공원 단계별 사업계획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부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도심 한복판, 그것도 문화유적지 내에 위치해 있어 이전은 불가피하다.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 이승만기념관은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 혹여 서울시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역사박물관 부지도 검토할 만하다. 그 자리에 단독 건물로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다.



[1740호 / 2024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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