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결집이 ‘송현광장 이승만기념관’ 막았다

이승만기념재단, ‘용산공원’ 부지 선정 교계 적극 대응으로 ‘송현광장’ 백지화 태고종 상진 스님 “건립 반대 변함없어”

2024-08-14     김현태 기자

이승만기념재단이 이승만기념관 건립 후보지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옆 부지를 선정했다. 조계종과 태고종 등 불교계의 거센 반발에 유력 후보지로 거론돼온 송현열린광장은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이승만기념재단 은 8월 13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기념관 건립부지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옆 부지를 선정했다. 이와 관련 손병두 부지선정위원장은 “13일 열린 이승만기념재단 이사회에서 이승만기념관 부지로 용산가족공원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 용산동 6가 168-6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 송현열린광장.

당초 이승만기념재단은 서울시 등의 제안에 따라 이승만기념관 건립부지로 송현열린광장을 검토해 왔다. 지난해 11월 본지 보도를 통해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과 태고종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사이에 위치한 송현열린광장이 이승만기념관 건립부지로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교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는 즉시 성명을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이 기독교 편향정책으로 불교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음을 주지시키며, 기념관 건립 자체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중앙종회, 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태고종 교임전법사회, 비구니회 등 양 종단의 출·재가가 사실상 한 목소리로 송현열린광장 내 기념관 건립 불가를 주장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이러한 종도들의 목소리를 반영, 국가보훈부 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도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을 찾아 온 이승만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관계자들에게 “태고종 총본산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옆 송현열린광장에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우리 종단 전체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이처럼 불교계가 결집된 모습으로 강경하고 선명한 입장을 견지함으로서 송현열린광장 내 이승만기념관 건설의 백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7월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1년의 소회와 이승만기념관 건립 등 종단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14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 자체를 반대한다는 태고종도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태고종의 행정과 교육의 중심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옆 열린송현광장이 건립 부지에서 제외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불교계에 법난을 촉발시켰으며 이로 인해 한국불교를 극심한 분열과 갈등으로 내몬 인물의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자체가 안될 말”이라며 “정부와 서울시는 국민의 여론을 경청해 보다 현명하게 판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송현열린광장 내 이승만기념관 내 건립부지 백지화가 사실상 태고종을 비롯한 불교계의 반발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14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유력하게 검토됐던 후보지가 사실 송현열린광장이었다”며 “그곳에 입지하는 것을 아주 심도 있게 검토했었는데 불교계의 반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바로 옆에 태고종 본산이 있는데 태고종 입장에서는 역사적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태고종에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역사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거부감이 컸다”며 “그런 것도 이번에 용산으로 그 위치를 바꾸는 데 하나의 이유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741호 / 2024년 8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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