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딛고, 갈고 닦은 30년 전법 원력…불교 미래 열다

권진영 영석고 교법사 동국대 불교학과 재학 중  불광사서 법회 지도하며 청소년 포교 절감 첫 교법사 부임한 학교서 “지루하다” 교리 수업에 대한 학생 평가 충격 기존 교육 방식 과감히 탈피하고 문화접목시킨 콘텐츠 적극 활용 ​​​​​​​ 출가자 감소와 전법 필요성 느껴 ‘선연’ 결성…출가제자도 생겨 뜻 함께하는 선순환 이어지길

2024-09-02     유화석 기자
권진영 교법사는 내년이면 교법사로서 30년을 맞이한다. 지난 30년간 불교 교육과 포교 현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왔다. 항상 불교 중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놓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권진영 교법사(56·도안)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선연 4기 학생들을 위한 캠핑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선연은 불교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불교학과 진학과 출가를 꿈꾸는 학생들로 구성된 모임이었다. 이번 캠프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체득하길 바랐다. 직접 텐트를 치고, 장작에 불을 지피며, 음식을 준비하는 열정은 그야말로 전법의 일환이었다.

그날 밤, 학생들에게 잠자리를 내어주고 자신은 승합차에서 잠을 청했다. 낮 동안의 피로가 밀려와 몸은 무거웠지만, 학생들을 향한 마음은 여전히 뜨거웠다. 전법의 길에는 결코 쉬운 일이 없다. 무더운 여름날의 캠핑은 힘들었지만, 불평하지는 않았다.

캠플스테이가 끝난 후, 결국 병원을 찾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치료를 받았고 집에 돌아와 잠시 눈을 붙이려던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 애가 출가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선연’ 4기 학생의 학부모였다. 즉시 정신을 차렸다. 손에 들고 있던 약봉지와 통증은 순식간에 잊혀졌다. ‘이렇게 또 하나의 씨앗이 결실을 맺었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다음 5기를 어떻게 준비할지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년이면 교법사로서 30년을 맞이하는 권진영 교법사. 지난 30년간 불교 교육과 포교 현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왔다. 항상 불교 중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놓지 않았다. 포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전법은 전문가의 활약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법은 불교에 입문시키는 것을 넘어 진로와 출가라는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돕는 일이며, 교법사로서 포교와 전법의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권진영 교법사가 직접 만들었던 문화포교 콘텐츠 자료.  

최근에는 특히 불교 미래 인재 양성과 출가자 배출에 집중하고 있다. 불교박람회나 뉴진스님 등의 열풍으로 불교가 현대 사회에서 ‘힙(HIP)’한 종교로 주목받고 있음에도, 불교계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출가자 수가 줄어드는 현실을 마주하며, ‘원인이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불교가 현대인들에게 더욱 다가가기 쉬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불교의 본질을 이어갈 출가자 수는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

그의 불교와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절에 다녔다. 하지만 불교에 깊이 매료 된 것은 대학 시절이었다. 당시 불교 관련 서적을 구하기 쉽지 않았고, 서울에 와서도 조계사 앞까지 가야만 구할 수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동국대에서 불교중흥사업의 일환으로 불교 도서 전시회가 열렸다. 중앙도서관이 지금의 만해관에 있었는데, 수천 수만 권의 불교 서적이 한 자리에 전시되었다. 그는 “일본어, 영어 등 여러 언어로 쓰인 불교 서적을 보면서 불교가 세계 종교라는 사실을 체감했고, 그 순간 가슴이 뛰었다”며 “그때 불교를 열심히 공부해서 전법을 해야겠다는 원력이 샘솟았다”고 회고했다.

서울 불광사에서 4년간 지도법사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청소년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일에 적성을 찾았다. “불광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청소년 포교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 일을 평생의 사명으로 삼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러한 다짐을 바탕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교법사로 첫 발을 내딛은 동대부고에서 뜻밖의 상황에 직면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어떤 방식의 수업이 가장 효과적일지 숙고하기보다는 그저 불교 교리를 열정적으로 전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고, 냉담했습니다. ‘별로였고 지루했다’ ‘어렵고 피곤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모든 노력이 헛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곧장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불교에 ‘문화’를 접목시켜 등 만들기, 사경대회 등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수업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유도했다. 또한 사경으로 학생들의 집중력을 길러주고, 불교가 단순한 학문적 지식이 아닌 삶의 일부로 다가오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를 거두었고, 학생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불교 교육이 인문학적 접근에만 치우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교가 단순한 학문이 아닌,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가르침임을 전해야 한다는 신념이 그를 움직였다. 이를 위해 ‘코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코칭은 개인이 지닌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과정으로, 이를 불교 교육에 접목시켜 학생들이 불교를 통해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가도록 도왔다.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 끝에, 어느새 청소년 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또 다시 불교 핵심 인재 육성과 출가자 배출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새롭게 도전했다. 출가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실에 큰 위기감을 느꼈다. 출가자 수가 줄면서 불교 종립학교와 동국대마저도 미래가 불투명해지리라는 우려가 그를 괴롭혔다. 출가자가 단순히 지친 삶에서 도피하기 위해 불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신심과 원력으로 전등의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해 10년 전의 경험을 떠올렸다. 당시 동대부여고에서 근무하며 불교학과에 지원할 학생들을 모아 스터디 모임을 구성했다. 6명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했고, 모두 동국대 불교학과에 합격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방법과 진로 탐색을 주제로 글짓기를 진행한 뒤 이를 엮어 문집을 만들었다. 그 문집의 제목이 바로 ‘선연(善緣)’이었다. 선연의 시작은 학생들을 위한 스터디 모임이었지만, 이는 불교라는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선연’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이번 선연은 양보다 질을 중시해 24명의 학생으로 엄선했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깊이 다가가고, 불교로 그들의 삶이 변할 수 있는 체험을 제공했다. 1기에서는 대학교수와 종단의 스님들을 초청해 학생들에게 불교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강연을 통해 학생들이 불교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 것이다. 2기에서는 전통사찰 체험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불교를 보다 깊이 이해 할 수 있도록 했다. 3기에서는 열린 불교, 젊고 재미있는 불교를 알리고자 홍대선원을 찾았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불교를 좀더 친숙하게 느끼고, 일상에서 실천할 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그의 노력이 모두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멀쩡한 학생을 출가시키려 한다”는 비아냥과 “성적이 부족한 학생들을 동국대에 진학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출가를 권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따라왔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선연에서 활동한 제자가 출가하고 그 후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 스님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감격을 넘어 환희심이 솟았다. 후배들도 선연 4기 활동을 마친 후 출가의 의사를 전해왔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 큰 보람을 느꼈고, 뜻에 동참하는 동료 교법사들도 점점 늘어났다.

선연 4기 24명의 학생과 캠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앞으로 권진영 교법사는 선연의 활동 범위를 더욱 넓혀갈 계획이다. 군법당과 사회복지기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선연 행사를 열어, 학생들에게 출가와 진로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불교 중흥을 위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그는, 교육기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그곳의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불심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더 나아가, 새로운 단체가 또 만들어져 누군가에게 불심의 씨앗을 심어주고, 그들이 또 다른 ‘선연’을 이어가는 선순환이 권 교법사의 바람이다. 세간에서 출세간으로, 차안에서 피안으로 이끄는 그는 금강석같은 신심의 원력보살이다.

유화석 기자 fossil@beopbo.com

[1743호 / 2024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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