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평위 “홍주·해미읍성 종교편향 넘어 화합의 장으로 거듭나야”

9월 5일 홍성·해미읍성 등 성지화 현장답사 4차 회의도 진행…학술연구·세미나 개최키로 “수륙재·영산재 등 열어 종교간 화합해야”

2024-09-09     유화석 기자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천주교 성지화의 실태를 확인하고 대책을 논의하고자 홍주읍성과 해미읍성을 찾아갔다. 홍주읍성 성벽을 살펴보는 종평위원들의 모습. 사진=조계종 사회부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천주교 성지화의 실태를 확인하고 대책을 논의하고자 홍주읍성과 해미읍성을 찾아갔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향문 스님, 이하 종평위)는 9월 5일 홍성 홍주읍성과 해미읍성 현장답사를 실시했다. 홍성 홍주읍성 복원현장 등을 방문해 천주교 성지화의 실태를 직접 확인했다. 현장답사 이후 종평위 제4차 회의도 진행했다. 천주교 성지화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학술연구를 진행해 불교사를 재조명하는 등 학술세미나도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현장답사는 홍성 홍주읍성 홍주성 복원현장에서 시작됐다. 종평위원들은 홍주읍성 일대 곳곳에 세워진 성지순례 표지판과 순교기념비와 박해사 위주로 기술된 편향적 역사관을 담은 안내판과 부조물 등을 확인하고 홍주성지 순교터, 생매장터 등 6개 순례길을 직접 돌았다. 홍주 성벽에서 고려시대 사찰 석재와 석탑 기단부 등도 확인했다. 홍주읍성 발굴 당시 석탑의 몸돌과 사찰 부재를 비롯해 불상의 좌대로 보이는 연화좌를 비롯해 홍주읍성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오관리 당간지주 등이 있어 당시 이 일대 규모있는 사찰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위원장 향문 스님은 “특정종교 위주의 안내판과 조형물은 있지만, 사찰의 석탑이나 부자재, 특히 홍성의 보물인 오관리 당간지주는 방치돼 있다”며 이는 “‘홍성 천년여행’이라는 구호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지연구를 통해 학술적인 불교사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주읍성에서 발굴된 사찰 석재. 사진=조계종 사회부

충남 서산에서는 서산주지협의회(회장 혜산 스님)스님들과 해미읍성 내 순교기념비와 감옥터, 십자가의 길, 조형물 설치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서산주지협의회장 혜산 스님은 “‘국제성지’관련 사업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서산시가 추진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답사는 종교기관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직접 성지화 사업을 시행한 것에 대해 문제의 심각함을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현장답사에 이어 서산주지협의회 사무실에서 종평위 4차 회의가 진행됐다. 종평위원들은 홍성과 서산에서 추진되는 ‘관’ 주도 사업이 ‘관광활성화’라는 명목하에 형평성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조계종 사회부

현장답사에 이어 서산주지협의회 사무실에서 종평위 4차 회의가 진행됐다. 종평위원들은 홍성과 서산에서 추진되는 ‘관’ 주도 사업이 ‘관광활성화’라는 명목하에 형평성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덕사 총무국장 정경 스님은 “작년 한해 서산 간월암 방문 관광객 수는 7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해미읍성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데 시에서 특정종교 사업 중심의 편향적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산 8경의 제1경은 서산마애삼존불이었으나 어느 순간 해미읍성이 제1경으로 변경됐다”라며 “공적영역인 지자체에서 종교편향적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종수 순천대 교수는 “불교는 예로부터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면 수륙대재나 영산재를 지냈다”며 “불교전통의 가치를 살려 해당 지역에서 희생된 영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수륙재를 지내고 불교의 너른 품으로 종교간 화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시했다.

종평위원들은 해미·홍성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사찰과 사지가 있음에도 그간 미진했던 불교사를 관련 지역과 종단이 힘을 합쳐 전문가들의 학술연구로 불교사를 재조명해 복원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함과 동시에 편향되고 차별받는 상황을 중립적으로 만들어가자고 뜻을 모았다. 또 올해안으로 서산·홍성 지역에서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답사에는 위원장 향문 스님을 비롯해 종평위원 사회부장 도심, 포교부장 남전, 법륜·금해 스님, 이병두·이종수 위원이 참석했다. 답사 지역에서는 수덕사 총무국장 정경 스님과 서산주지협의회장 혜산 스님 등이 동참했다.

유화석 기자 fossil@beopbo.com

[1745호 / 2024년 9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