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없는 ‘K명상’ 퇴출…‘선명상’으로 통합 사용
성제 스님, 231회 임시회서 종책 질의 “‘K명상’ 용어 조합 이치 맞지 않아 ‘K선’에 담아 세계적 브랜드 만들어야” 미래본부 “‘선명상’으로 보편화시킬 것” 진우 스님 “간화선 표방…오해 금물” ‘청법가’ 오류 지적…의전 서열 질의도
‘K명상’이라는 용어 대신 ‘K선’으로 명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중앙종회에서 제기됐다. 성제 스님은 9월 10일 오후 속개된 231차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종단이 전법 제일 의제로 표방하며 사용하고 있는 K명상 또는 선명상이라는 단어가 적합한지 의문”이라며 “K명상이라는 용어는 조계종의 수행가풍인 간화선을 위주로 묵조선, 염불선을 적절히 수용한 선문화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명상이 아닌 ‘K선’으로 고쳐 부르고, 간화선을 보다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제 스님은 “종단에서 추진하는 선명상 프로그램은 한국불교의 핵심인 간화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며, 선명상과 K명상이라는 용어 자체도 문제가 있다”며 “K명상이라는 용어 조합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간화선을 더 쉽고 간명하게 개발해 K선에 녹여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답변에 나선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 스님은 “종단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의 공식 명칭은 ‘선명상’이다. 한류 문화의 영향으로 ‘K’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나, 종단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선명상’으로 통합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원 스님은 “선명상에서는 최상의 수행법으로 한국불교 전통의 간화선을 명시하고 있다”며 “총무원장 스님도 여러 차례 인터뷰와 법문을 통해 ‘선명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한 명상계를 포괄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학암 스님은 “간화선을 표방하고 있다면 전국선원수좌회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용어와 개념에 대해 의견 수렴이 있었느냐”고 질의했고, 성원 스님은 “직접적인 의견 수렴은 없었지만 여러 차례 소통하고 있다. 스님들에게 국제선명상대회 취지를 설명하고 참석을 권유했다”고 답했다.
선명상 관련 종책 질의는 중앙종회 개회 직후 자리를 뜬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국제회의장을 다시 찾아 추가 답변하며 이어졌다. 진우 스님은 “성철, 서옹, 혜암 스님 등 역대 큰스님들이 간화선을 기반으로 전법포교를 해왔지만 대중에게 충분히 어필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간화선을 전문 수행자들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명상이 붐을 이루며 특히 젊은 층 사이에 널리 퍼졌다. 자칫 잘못하면 명상이 불교를 잠식할 우려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이 간화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명상을 이용하고, 그 명칭을 ‘선명상’으로 한 것”이라며 “조계종의 수행 진면목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무여 스님, 혜국 스님, 영진 스님, 월암 스님, 불산 스님을 초청해 선명상에 대해 설명했다. 수좌회나 선방 큰스님들과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종회에서는 “‘청법가’ 가사를 수정해야 한다”는 종책 질의도 제기됐다. 종회의원 성원 스님은 문화부 질의에서 “종단과 사찰의 각종 의식에서 부르는 청법가의 가사는 ‘옛 인연을 이어서 새 인연을 맺도록’이라는 구절에서 ‘이어서’가 아닌 ‘잊도록’이 맞다. 이광수 선생이 작사한 가사는 ‘잊도록’인데, 언제부턴가 왜곡돼 뜻이 잘못 전해지고 있다”며 “가사의 ‘옛 인연’은 과거의 악연을, ‘새 인연’은 선연을 의미한다. 지금이라도 청법가 가사의 원래 의미가 전달되도록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장 혜공 스님은 “의례곡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범불교 공식 심의 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문화부 차원의 행정지도나 권유만으로는 시정이 어렵다”며 “가사를 바로잡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종단 공식 의례에서의 적용을 검토하겠다. 또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도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종회의원 보화 스님은 ‘10·27 법난기념관 건립사업’ 진행 사항에 대해 총무부에 질의했다. 총무부장 성화 스님은 “10·27법난기념관 건립 예산 1861억 원을 확보했고, 행정 절차가 모두 끝난 상태다. 현재 설계 과정을 거쳐 공사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종회의원 스님 의전이 미비하다는 지적(보화 스님 질의)에 대해서도 총무부는 “의전에 대해 공식적인 기준이 없어 관례에 따르다 보니 이의가 많았다”며 “현재 총무부에서 1차로 의전 업무편람 가안을 작성한 상태며, 조만간 의원 스님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식 인쇄본을 제작,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특별법 시행 여부(정운 스님) △교구본사별 기채 승인 현황(시공 스님) △다수 전각을 보유한 사찰에 대한 소방 인력 지원(진각 스님) △템플스테이 운영사찰 평가(시공 스님) 등 종단 현안과 관련된 종책 질의가 이어졌다.
중앙종회는 인사 안건도 처리했다. 정덕 스님의 사직으로 공석이 된 사회분과위원장에 도성 스님, 화평 스님의 사직으로 공석이 된 인사심의특별위원회 위원에 각진 스님, 영규대사 및 800의승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성제 스님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영규대사특위 및 종교편향특위 위원 선출은 각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 수경 스님의 사직으로 유승 스님이 위원으로 선출됐으며, 기연 스님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법계위원에는 정우 스님이 위촉됐다. 종립학교관리위원회가 추천한 영일 스님과 정도 스님을 학교법인 승가학원 이사 후보자로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이와 함께 종정감사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선광 스님이 위원장을 맡고, 종회의원 전원이 위원으로 참여해 종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위원장을 중심으로 종책모임 회장단과 상임분과위원장이 회의를 통해 감사 대상 사찰과 반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날 종회는 현무 스님이 대표 발의한 ‘갈항사지 삼층석탑 김천 이전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회기를 앞당겨 폐회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745호 / 2024년 9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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