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승 종사영반, 칠백의총 제향 포함됐지만 특정 문중 반발에 뒷전 내밀려
일부 문중 반발에 유산청 굴복… ‘끼워넣기’ 지적 본 제례에서 배제…일반 분향 후에야 종사영반 조계종 “환영하나 향후 진행 지켜보겠다” 예고
올해 ‘칠백의총 순의제향’ 행사에 불교 의례인 ‘종사영반(宗師靈飯)’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강점기 의총과 종용사가 훼손된 이후 중단됐던 의승에 대한 제례가 다시 이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종사영반이 순의제향 본 제례에 포함된 것이 아니어서 의승군 홀대는 여전하다는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은 9월 12일 오후 조계종 문화부(부장 혜공 스님)에 ‘제432주년 칠백의총 순의제향’에 불교 의례인 종사영반이 포함됐다고 최종 통보했다.
종사영반은 9월 23일 오후 3시 충남 금산 칠백의총에서 열리는 순의제향에서 8번째 순서로 약 10분간 진행된다. 총무원 교육부장 덕림 스님이 의식을 집전하며 영규대사와 800의승의 넋과 우국충정을 기릴 예정이다. 하지만 순의제향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제향행제(祭享行祭)에 포함되지 않고, 일반인 분향 뒤로 순서를 잡아 국가제향 행사에서 의승군 배제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이 통보한 진행 순서에 따르면 종사영반은 초헌관 분향과 초헌례, 축관 축문 낭독, 아헌례와 종헌례, 대통령 헌화 및 분향, 내빈과 후손 대표 분향 등 제향행제가 끝나고, 국가유산청장 인사 말씀, 살풀이 공연, 의총 참배, 일반인 분향 뒤에 배치됐다.
종사영반이 순의제향 행사 후반부에 배치된 것은 일부 문중의 반발 때문으로 전해졌다. 올해 순의제향 행사 식순을 확정하기 전날, 국가유산청과 칠백의총관리소 관계자가 조계종 문화부를 방문한 것도 일부 문중의 반발을 설명하고 종단의 입장을 청취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순의제향 순서가 확정되자 교계는 의승 홀대가 여전하다는 강한 비판과 그나마 불교계 의승 제자리 찾기 노력이 작은 결실을 보게 됐다는 반응이 교차하는 상황이다.
‘의승 홀대’라는 지적은 종사영반이 본 제례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의총이 조헌이 이끈 의병만을 추모하는 공간이 아닌데도, 의승을 기리는 종사영반이 부대 행사라 할 수 있는 살풀이 공연과 일반인 분향 뒤에 배치한 것은 의도적인 홀대라는 것이다.
국가 예산을 투입한 국가제향 행사를 특정 문중이 사유화했다는 비판과 함께 국가제향 행사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국가유산청이 의승을 배제한 채 반쪽짜리 행사로 순의제향을 치러온 것도 모자라, 특정 문중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며 중재자로 자처한 것도 국가기관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조계종은 일단 올해 순의제향 행사에 종사영반이 포함된 것을 영규대사와 800의승을 본격적으로 선양하는 시작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종사영반을 순의제향 행사 후반부에 배치하는 것에 동의한 것은 호국의승을 기리는 자리에서 유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대승적 조치였음을 강조하고, 9월 23일 봉행되는 순의제향 행사에서 불교의례가 제대로 설행되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문화부장 혜공 스님은 “종사영반이 행사 후반에 배치돼 아쉽지만, 그간 교계의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며 “올해 순의제향 행사가 의승과 의병을 함께 온전히 추모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영규대사및의승명예회복을위한특별위원회(이하 영규대사특위) 위원장 성제 스님은 “아쉽지만, 일단 종사영반이 포함된 사실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영규대사특위 간사 호암 스님은 “9월 23일 시행되는 행사에 참여해 의식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금산 칠백의총’은 임진왜란 초기 금산 연곤평에서 1만 5000여 명의 왜적과 싸우다 모두 순절한 승장 영규대사와 의병장 조헌 선생이 이끄는 의승 800여 명, 의병 700여 명의 유해와 넋을 모셔놓은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이후 1971년 시작된 보수정화사업을 통해 현재 면모를 갖췄지만, 2015년부터 진행된 대대적인 정비사업에서도 의승을 배제하는 등 논란이 이어져 왔다. 교계는 지난해 2월 본지 보도 이후 순의제향에 불교의례 포함, 의총 명칭 변경, 호국의승의 날 제정 등 의승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창윤 전문위원·박건태 기자
[1745호 / 2024년 9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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