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계’ 실천으로 ‘지혜 최강 국가’ 실현
‘2024 불교도 대법회’에 부쳐
‘2024 불교도 대법회-국제 선명상대회’의 봉행 현장인 서울 광화문 광장에 침묵이 흘렀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직메 린포체, 로시 조안 할리팩스 등의 세계적 명상가, 그리고 3만 대중이 선정에 들었기 때문이다. 시내를 가득 채웠던 각종 소음도 침묵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했다. 대낮의 광화문 거리가 이렇듯 깊은 고요로 채워진 건 조선 건국 이래 처음일 것이다.
이번 불교도 대법회는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준비한 ‘선명상’의 진수를 교계 내외에 대대적으로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법회에 앞서 직메 린포체는 “고통의 핵심은 우리 자신의 훈련되지 않은 마음에서 기인한다. 우리의 마음을 훈련하는데 불교의 지혜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리팩스는 “단순한 ‘한 호흡’이 개인의 삶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확장되길 바란다”고 했다. 모두 선수행 전파의 지중함을 전했음이다.
탈종교의 시대라고 하지만 2000년 전후로 붐이 일었던 명상은 지금도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 추세다. ‘심신 건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중에게 각인 된 명상 대부분은 마음챙김(Mindfulness)에 기반한 MBSR(마음챙김 명상), MBCT(명상인지치료)이다. 이 ‘서양 명상’의 지향점은 ‘마음 안정’이다.
반면 간화선의 귀착점은 ‘깨달음’이고 이것은 ‘해탈’과 ‘열반’으로 이어진다. 조계종은 명상 붐이 일 때부터 지금까지 20여 년에 걸쳐 ‘간화선 대중화’ 이름으로 이 수행법을 재가불자와 일반 시민들에게 전하고자 수행지침서를 만드는 등 심혈을 기울였으나 당초 계획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연기와 무상, 무아를 이해 내지 체득하지 않고는 깨달음이나 해탈과 열반을 성취하기 어렵다. 여기에 재가불자들을 위한 간화선 수행법 체계화에 한계를 보여 더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금도 이 난제를 속 시원히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수행 일선의 지도자들 고민이 깊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는 사이 수행은 필요성을 넘어 절박함에 가까워졌다. 세계적 수행·명상가와 석학들이 설파했듯 갈등과 반목, 전쟁 등으로 점철되어가는 작금의 시대에 필요한 건 이해와 상생, 평화인데 이것은 ‘나’로부터 출발해야 하고, 나와 너의 변화로 우리의 세상을 바꿔야 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이러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건 인식의 전환이고, 대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 건 ‘불교 수행’이라고 확신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4년을 여는 신년 기자회견에 온전히 드러나 있다.
“한국불교 존재 이유는 세상 고통과 함께하고 온 중생을 행복의 길로 나아가게 하기 위함입니다. 한국불교는 국민의 정신 건강을 지키고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사회적 정진을 시작합니다.” 이후 선명상 프로그램 준비에 박차를 가했고 9월 28일 대법회에서 프레젠테이션으로 선보였다.
‘선명상’은 간화선에 기반을 두었음에도 누구든지 쉽게 접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심신 안정과 평안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양 명상과는 다르다. 연기법과 삼법인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안을 얻은 수행자라면 언제든 깨달음과 해탈·열반을 향한 단계로 진일보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이 수행법에 담겨 있다.
앞서 언급한 ‘서양 명상’과 ‘선명상’을 분명하게 가르는 게 하나 있다. 자신의 마음 안정에 무게를 두는 ‘서양 명상’과 달리 ‘선명상’은 소외된 존재들의 아픔과 생명 있는 모든 것까지 보듬고 품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모든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며,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나눔을 생활화하며, 신의를 지키며 심신을 맑히고, 나와 남을 속이지 않으며, 내 정신과 몸에 해로운 것들을 멀리 하자 등의 ‘국민 오계’를 제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법어는 울림이 크다. “선명상을 통해 마음을 깨친 이는 행동 자체가 보살행이 되며 자비행이 될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오계를 지켜나갈 때, 온 국민의 마음은 평안해 질 것이며, 따라서 밝고 맑은 사회가 될 것이며, 지혜가 샘물처럼 솟아나서 세계 최고의 국민, 최강의 국가가 될 것입니다.”
‘선명상’과 ‘국민 오계 실천’이 확산될수록 ‘평화를 위한 발원문’을 통해 기원했듯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평화로울 것이다.
[1746호 / 2024년 10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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