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 “불이중도, AI 디지털 시대 핵심사상으로 발전시켜야”
조계종 ‘평온, 이 시대의 도전을 품은 명상’ 선명상 국제 컨퍼런스 세계적 명상지도자 초청 발제…유엔에 ‘세계 명사의 날’ 제정 제안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 국지적 전쟁, AI 같은 디지털문화의 확산 등, 생존을 위협하는 여러 위기와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명상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고, 이를 통해 세계 평화를 모색하는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국제선명상대회의 일환으로 10월 1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봉은사 봉은문화회관에서 ‘평온, 이 시대의 도전을 품은 명상’을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컨퍼런스에서는 진우 스님이 ‘불이중도(不二中道)의 지혜: 디지털 시대의 선명상과 자비 실천’을 기조 강연하고, 신경철 대한명상의학회 부회장이 ‘선명상의 나아갈 길’, 미국 우파야 선 센터 주지 로시 조안 할리팩스(Roshi Joan Halifax) 스님이 ‘안의 고요, 밖의 실천: 사회적으로 참여하는 삶을 위한 명상’, ‘마인드풀니스 인 벨’ 편집장 팝루(Phap Luu) 스님이 ‘불이(不二)의 알아차림, 치유를 가져오는 내면의 힘’, 차드 멩 탄(Chade-Meng Tan) 전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오래된 지혜와 경쟁사회의 명상’, 평화와 교육 팔모센터 설립자 직메 트린니(Tulku Jigme Thrinley) 린포체가 ‘내면의 빛: 불안과 우울의 파도를 헤쳐가는 명상의 기술’, 툽텐 진파(Thupten Jinpa) 마인드&라이프 의장이 ‘자비를 품다: 다정한 사회를 위한 통찰’을 각각 발제했다.
진우 스님은 기조강연에서 ‘불이중도의 가르침’을 AI 디지털 시대의 핵심 사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현대사회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분별심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조화로운 마음 상태인 중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분별심에서 벗어나 중도를 걷는 것은 단순히 극단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화롭게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불교를 관통하는 핵심 사상이 모든 이원적 대립을 초월한 상태를 의미하는 ‘불이중도’임을 지적한 스님은 “한국의 선명상 전통은 세계 정신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힘을 모아 선명상의 지혜와 자비 실천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글로벌 문화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스님은 이어 디지털 시대의 선명상과 자비실천에 관한 자신의 꿈(미션)과 대원(비전)을 소개하고, “불이중도의 지혜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이분법적 사고와 갈등을 초월하고, 인간과 기술, 자연과 문명 간의 조화로운 공감, 공유, 공존, 공생, 공영을 실현하는 ‘꿈(미션)’을 구현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끝으로 다음 달 유엔을 방문해 ‘세계 명상의 날’ 제정을 제안하고, 마음챙김 명상의 선구자 존 카밧진 박사를 만나 불이중도적 마음챙김의 가치와 확산에 대해 대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을 포함한 지구촌 시민들이 하루 5분 명상 수행할 것을 제안했다.
신경철 대한명상의학회 부회장은 발제에서 명상이 현대 의료에 도입·활용되고 있음을 소개하고 의학적 관점에서 명상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혔다.
신 부회장은 로날드 E. 퍼셔(Ronald E. Purser)의 저서를 인용해 현대명상이 △지나친 세속화와 상업화 △불교의 윤리적 가르침과 자아에 대한 집착 버리는 본래 목적 상실 △거대 산업으로 성장해 웰니스 경제의 일부가 된 것 등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불교계에 세속화된 명상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구조화되고 세속화된 서양의 명상과 다른 해탈과 깨달음을 지향하는 명상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신 부회장은 의학적 관점에서 명상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명상 연구와 다양한 치료 방법 개발 △명상이 신체·정신질환 급성기 치료 후 재발 방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도구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 △학교 명상 개발 등 정신질환 예방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공언 △명상을 활용한 치료가 의료보험에 포함되도록 노력할 것 등을 제시했다.
로시 조안 할리팩스 스님은 발제에서 “불교와 선 수행은 사회의 변화, 환경의 변화를 위한 발판이자, 보살의 이상을 실현할 방법”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위태롭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점점 깊이 깨닫게 되었다”고 밝히고, “불교와 선수행은 죽어가는 사람을 돌보는 일, 자비로운 보살핌을 펼치도록 의료 종사자를 교육하는 일, 인류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일, 교도소에서 활동하기 위한 강력한 토대이며, 보살의 이상을 실현할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와 환경의 변화를 불러올 방안으로 △서로 연결된 정직과 보살핌의 공동체를 일굼 △고통에 자발적으로 응답하는 보편적 자비의 실현 △쉬운 상황을 추구하지 않음 △혁명적인 기쁨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마음의 너그러움을 갖는 상상력 등 ‘다섯 가지 보살의 힘’을 제시했다.
팝루(Phap Luu) 스님은 발제에서 “옳고 그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불이의 알아차림’을 수행함으로써 절망을 기쁨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부처님은 중생의 행복한 삶이 현재의 고요함과 명확함에 달려 있다고 가르치고 실천하셨다”며, “산만함, 걱정, 두려움, 불안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안전과 행복한 삶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사랑, 자비, 기쁨, 포용을 키우는 일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불이의 알아차림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누군가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명하거나 권력의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저 자신의 호흡으로 돌아가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말이나 개념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강력한 알아차림과 사랑을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메 트린리 린포체는 발제에서 우울증과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사성제(四聖諦)로 풀어냈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 삶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어야 하며(고제), 고통의 원인을 자신에 대한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시각과 욕망을 부추기는 생활 방식 등 마음 안에서 찾아야 한다(집제)고 말했다. 또 마음의 본질이 아닌 우울증과 불안 같은 불편한 감정을 치유하고 정화해 진정한 멈춤, 진정한 소멸을 실현(멸제)해야 하며, 그것은 바른 견해, 바른 의도,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계, 바른 노력, 바른 마음챙김, 바른 명상 등 팔정도(도제)로 마음을 변화시키고 번뇌 요소를 없앰으로써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툽텐 진파 마인드&라이프 의장은 발제에서 자비는 개인의 행복과 공평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열쇠라고 밝혔다. 툽텐 진파 의장은 자비가 행복의 핵심이며, 삶을 더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신적 회복력을 키운다고 말했다. 또 어떤 상황에 직면해 돌봄, 진정, 연결을 위해 행동하고 대응하는 동기 부여 체계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툽텐 진파 의장은 또 “자비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자질”이라며, “마음 훈련을 통해 자비라는 자질을 더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자비의 가치와 이로움을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자비를 삶의 능동적인 힘으로 삼는 등 자비 명상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툽텐 진파 박사는 또 “더 좋은 세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상이 변하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지속적인 변화를 원한다면 국제 사회가 정책 결정을 위한 핵심 척도로서 자비를 받아들여 정책(시스템) 차원에서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47호 / 2024년 10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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