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양자역학 세계관 완전히 상통한다”

조계종 총무원장과 양자역학 거장의 만남 10월 9일, 美 뉴욕 코넬클럽서 ‘대화’ 성사 ‘한국 선명상과 양자역학’ 주제로 질의응답

2024-10-10     남수연 기자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양자역학의 세계적 석학으로 손꼽히는 미나스 카파토스 미국 채프먼대학 석좌교수가 10월 9일 미국 뉴욕 코넬클럽에서 ‘한국 선명상과 양자역학’을 주제로 대화를 펼쳤다.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양자역학의 세계적 석학으로 손꼽히는 미나스 카파토스 미국 채프먼대학 석좌교수가 만나 불교와 양자역학의 세계관이 “완전히 상통한다”는 의견을 나눴다. 물질세계를 ‘입자이자 파장’으로 설명하는 양자역학의 세계관은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과 다르지 않다는 데 뜻이 모아졌다. 현대인이 겪는 다양한 고통으로부터의 해법도 고통 자체가 마음의 작용임을 깨닫고, 이를 선명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세계적 물리학자이자 과학 발전의 선두에 서 있는 카파토스 교수의 이 같은 견해는 불교의 선명상이 종교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현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 될 것임을 강조하며, 선명상 세계화를 목표로 미국을 방문 중인 진우 스님의 행보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진우 스님과 카파토스 교수의 대화는 10월 9일 미국 뉴욕 코넬클럽에서 ‘한국 선명상과 양자역학’을 주제로 이뤄졌다.

미나스 카파토스는 그리스 출신의 미국 양자물리학자이자 우주학자다. 채프먼대 전산물리학과 석좌교수 및 환경학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카파토스 교수는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초빙교수 등으로 한국과도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저서 ‘당신이 우주다’, ‘생생한 존재의 삶’ 등으로 한국 독자에게도 친숙한 카파토스 교수는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과학과 영성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왔다.

이날의 대화는 카파토스 교수의 부인이자 역시 채프먼대에 재직하고 있는 양근향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대화의 문을 연 것은 진우 스님이 제안한 선명상 체험이었다. 진우 스님은 자리를 함께한 100여 명의 참석자들에게 ‘무(無)자 화두’를 제시하며 모든 감각과 감정을 내려놓고 화두에만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선명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미국 사회의 궁금증에 간화선 실참으로 대답한 진우 스님은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가며 불교의 세계관을 통해 고통의 원리와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선명상의 의미를 설명했다. 카파토스 교수 또한 다양한 비유를 통해 양자물리학이 발견한 세계의 원리를 설명하며 상당 부분에서 불교적 세계관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견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진우 스님과 카파토스 교수에게 던져진 첫 공동 질문은 양자역학의 여러 원칙 중 하나인 ‘상호보완성’을 물질과 주체와의 관계와 연계해 설명하는 방법이었다. 이에 대해 카파토스 교수는 태극의 문양을 예로 들었고, 진우 스님은 색즉시공으로 설명했다. “서로 반대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결코 떨어질 수 없는 하나임을 보여주는 것이 상호보완성”이라고 정의한 카파토스 교수는 태극 문양을 예로 들며 “음과 양, 주체와 객체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파토스 교수는 “오늘날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사용되는 ‘개념’을 진실이라고 믿는 데 있다”며 “그러한 개념들은 서로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보이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우 스님은 “양자역학에서는 파동이 입자고, 입자가 곧 파동임을 증명했다”며 “이는 기존의 물리학이 모든 물질을 원자라는 입자의 결합으로 보았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불교에서는 입자를 ‘색’이라고 표현하며 이것이 곧 공이라는 설명으로 일찍이 그 같은 세계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물질세계의 구성 원리에 대해 불교와 양자역학의 기본적인 시각이 일치함을 확인한 진우 스님과 카파토스 교수는 “마음과 의식의 작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더욱 구체적인 공통점을 찾아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조계종 홍보팀]

진우 스님은 “마음은 업의 영향을 받으며 불교에서는 이를 오온의 작용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본다”며 “우리는 오온의 작용으로 인해 감각되는 모든 대상에 대해 좋고 싫음의 감정을 끊임없이 일으키는데, 이러한 감정은 다시 업이 되어, 그것이 일어났을 때와 같은 크기로 우리에게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감정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며, 이를 불교에서는 진공이라 말하며 이때 우리는 비로소 감정의 덧씌움이 사라진 현상의 묘한 본질, 즉 ‘묘유’를 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진우 스님의 불교적 설명에 대해 카파토스 교수는 “스님께서 정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셨다”고 적극 공감을 표시하며 “스님의 설명과 같이 불교의 명상은 실용적이며 특히 양자역학과 선불교는 굉장히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파토스 교수는 “업의 연쇄작용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의 마음이 때로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것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다”며 “양자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의식의 작용이며, 양자역학은 사실상 정신과학이라는 점이 오늘날 많은 물리학자의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즉 양자역학과 선불교의 공통점이 앞으로 더욱 많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다.

미나스 카파토스 미국 채프먼대학 석좌교수.

카파토스 교수는 특히 “지금 눈앞에 보이는 마이크나 물잔이라는 이 대상의 모든 것이 진공에서 나온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설명”이라며 “이 진공을 선불교에서는 마음의 작용이 멈추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해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카파토스 교수의 설명에 화답하듯 진우 스님도 양자역학의 논리를 인용해 “원자 속에는 원자핵과 전자 하나가 있을 뿐, 대부분은 ‘공’인 상태”라며 “이 원자핵과 전자만을 모은다면 그 크기는 오늘날 우리 세계의 수천만, 수백만 분의 1도 되지 않을 텐데, 우리는 그 물질에 현혹돼 분별하며 고통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진우 스님은 “이러한 현상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진짜 공한 상태, 진공의 상태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선명상을 수행해 나의 잘못된 인식 습관을 닦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자역학의 상호보완성과 마음의 역할, 양자와 진공의 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진우 스님과 카파토스 교수는 양자역학과 선불교의 가르침을 우리의 삶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현재에 집중할 것”, “정신을 관찰할 것”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진우 스님은 “현상은 이미 빚어진 업의 결과이며, 그 현상에 대해 즐거운 감정을 일으키는 것만큼 괴로운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법칙인 만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변화시킬 수 없는 과거와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지금에 집중하고, 끊임없이 분별을 일으키려는 마음을 잘 관찰해 단속하는 것만으로도 업의 반복을 끊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카파토스 교수 역시 “우리에게 진실로 존재하는 것은 지금 현재”라며 “인간은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에 두려워함으로써 괴로워진다”며 오직 현재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이날 대화를 마무리하며 카파토스 교수는 “현대의 과학은 양자역학이 불교, 특히 선불교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라며 “불행히도 과학은 죽음 이후의 문제나 영성 등에 대해 아직까지 깊은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과학을 버릴 순 없는 만큼 정신의 작용을 보다 세밀하게 관찰해 나간다면 더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진우 스님은 “선명상은 매우 쉽다. 고요함 속에서 세밀한 관찰을 통해 연기적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인식하고 안이비설신의의 작용에 대해 좋다, 싫다의 감정을 얹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옭아매는 올가미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며 “그런 과정을 거쳐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되면 그 진공 속에서 우리는 모든 인류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48호 / 2024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