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을 멈추게 한 5분의 고요
공활하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쉼 없이 바쁘게 돌아가던 서울의 심장이 잠시 멈추었다. 서울, 그중에서도 가장 분주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 국민 4만 명의 불자들이 5분간의 선명상에 잠기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거리는 고요 속에 잠겼다. 평소 억울함과 주의 주창, 그리고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가득한 곳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멈춘 불자들과 시민들로 인해 자동차 경적 소리마저 멈춘 듯했다. 서울의 중심을 고요 속으로 이끈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조계종은 전국불교도대회를 개최하며 국민 오계 수계식과 승보공양 외에도 국제선명상대회의 일환으로 ‘전 국민 하루 5분 선명상’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현대사회에 퍼져 있는 다양한 명상법의 뿌리가 불교에 있음을 강조하고, 불교 수행의 정점에는 간화선이 있음을 다시 한번 천명하는 중요한 발표였다. 하루 5분만이라도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는 선명상이 개인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오고, 나아가 사회와 세계 평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이날은 불교 역사에서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록될 만했다.
현대사회에서 종교도 때로는 무한경쟁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만을 내세우며,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불교의 정통을 계승하는 조계종이 간화선의 가치를 사회에 알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5분 멈춤’을 제안한 것은 참다운 불교적 대국민 활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행사의 정점은 4만 명의 대중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우고 5분간의 명상에 들어가면서 모든 소리와 번뇌를 삼켜버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작은 숨소리마저 멈춘 듯한 적정의 분위기 속에서, 하루 5분 선명상이 개개인의 마음에 평화를 이끌어내고, 그 평화가 모여 전 지구적인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음을 대중에게 강렬하게 전달한 순간이었다. 현대사회는 언제나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외치기 바쁘다. 이런 가운데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5분간의 침묵은 다른 어떤 외침보다도 강력하게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오랜만에 참된 불교의 모습을 보았다고 감격해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참석한 외부 명상가들 또한 엄청나게 거대한 이 도시를 잠시 멈추게 한 한국불교의 힘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불교가 침묵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것은 그저 조용함이 아니다. 하루 5분 멈춤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평안을 찾게 하려는 것이다. 평안을 찾은 사람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평화, 나아가 인류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또한, 선명상을 습관화하고 생활화하는 과정을 통해 수행의 기틀을 다지고, 궁극적으로는 간화선 수행으로 이끌어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큰 뜻이 담겨 있다. 이는 ‘원각경’에서 설파한 “일심이 청정하면 일신이 청정하고, 일신이 청정하면 시방세계 일체중생이 청정해진다”는 가르침을 실현하는 길이다.
이번 국제선명상대회와 범불교도대회는 이제껏 보지 못한 ‘가장 불교적인 이슈로, 가장 불교적인 방식으로, 가장 불교적인 모습을 전 국민에게 전달한’ 모범적인 행사였다. 세계적인 명상가들마저도 한국의 수도 한가운데서 경험한 침묵에 감동을 받았고, 감동을 전하려 왔다가 더 큰 감동을 받고 돌아간다고 할 정도였다.
이번 행사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불교적 가치가 우리 사회를 감동으로 물들일 수 있다는 확신을 이번 기회를 통해 얻었으면 한다. 우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전 국민뿐 아니라 세계 시민들에게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궁극적으로 간화선 수행의 길로 이끄는 진일보한 발걸음이 되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평화와 자유를 향한 깨달음의 길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일 것이다.
성원 스님 조계종미래본부 사무총장 sw0808@yahoo.com
[1748호 / 2024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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