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뿌리내린 한국불교의 숨결…뉴욕 원각사, 창립 50주년 대법회 성료
10월 14일, 불자·지역 주민 등 500여 명 동참 “사부대중 원력 결실…선명상 세계화의 출발점” 다채로운 불교문화 체험·공연으로 ‘K원류’ 증명
미국 뉴욕에 자리한 원각사(주지 지광 스님) 창립 50주년 기념 대법회가 한·미 불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성대하게 봉행됐다. 10월 13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이번 법회는 뉴욕 원각사 대웅보전에서 열렸다. 2024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 행사로 미국을 방문 중인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120여 명의 대표단과 원각사 신도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욕에 한국불교의 전통과 수행, 자비를 전해온 원각사의 반세기 역사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뉴욕 한인 불자들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종교 관계자들이 동참해 전통 불교문화를 통해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었다.
행사는 1부 문화 행사와 2부 기념 대법회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뉴욕 한국공연예술센터의 부채춤과 소고춤을 비롯해 최도술·안치욱 사범의 선무도, 포교 프로젝트 그룹 비텐스의 축하 무대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이어진 2부 법회는 고금 스님의 법고 타주로 시작됐다. 기념 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 영축총림 통도사 전 율주 혜남 스님, 법주사 주지 정덕 스님,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 봉선사 주지 호산 스님,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이 참석했다. 조계종 선거관리위원장 태성 스님, 종회의 부의장 효명·무관 스님, 총무부장 성화 스님, 사회부장 도심 스님, 문화사업단장 만당 스님, 해외특별교구 부교구장 정범 스님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밖에도 종회의원 스님들과 윤재웅 동국대 총장, 원불교 원달마센터 김인식·이지은·유도성·소메리 교무도 참석했다.
법회는 삼귀의례와 반야심경 봉독으로 시작해 참석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뉴욕 원각사 회주 정우 스님은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늘 열심히 살아가겠다”며 사부대중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은 축사를 통해 “뉴욕에 처음 왔는데 이 도시가 미국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며 “뉴욕에 사찰을 세우고 법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주경 스님은 “해외 포교의 원력을 세우고 대작불사를 이끈 정우 스님에게 감사드린다”며 “오늘 행사가 한국불교 세계화에 더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고 마음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도 정우 스님에게 “존경합니다”는 말로 축하와 감사를 전했다.
이어진 경과보고에서 덕산 정화섭 원각사 불사추진위원장은 “창건 50주년을 맞이한 뉴욕 원각사는 1974년 숭산 스님께서 미국 불사의 뜻을 세우신 이후 10여 년의 불사를 거쳐 1986년 이 도량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후 불사 추진에 어려움을 겪으며 답보 상태에 있던 불사는 정우 스님과의 인연으로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한 “특히 원각사의 사부대중을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주지 지광 스님의 노력 덕분에 대작불사를 꾸준히 추진해 올 수 있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정화섭 위원장은 “선명상으로 동서 화합이 이뤄지는 템플스테이 공간을 마련해 한국인들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 뉴욕에 남을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법문을 통해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는 뉴욕 원각사의 역할을 다시금 재조명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진우 스님은 “한국의 간화선을 세계화해 불교 중흥의 발판으로 삼고자 종단이 추진하고 있는 선명상 세계화에서 원각사가 미국의 전진기지로 큰 역할을 해 주리라 기대한다”며 “대원력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원각사의 불사가 이 시대 전법의 표상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욕과 정진으로 지금껏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가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며 정대원해 뉴욕 원각사 신도회장을 비롯해 대작불사에 동참한 모든 신도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법회에서는 원각사 불사에 동참한 불자들에게 공로패와 감사패가 수여됐다. 진우 스님은 원각사의 불사에 헌신한 정대원해 신도회장을 비롯한 신도들에게 공로패를, 지광 스님은 관련 기업인들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지광 스님은 감사 인사에서 “원각사가 지난 50년간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불자들과 지역사회의 지지, 그리고 한국으로부터 보내주신 큰스님들의 원력 덕분”이라고 밝혔다.
정대원해 원각사 신도회장은 발원문을 통해 “원각사 도량이 어린이부터 노년까지 모든 불자들이 함께하는 도량이 되길 바라며, 한국의 불자들이 언제나 찾아와 마음을 나누는 도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원했다.
대법회에서는 다양한 전통 불교문화 체험 부스도 마련돼 큰 호응을 얻었다. 연등 만들기, 부채 제작 등의 체험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불교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뉴욕 원각사는 1974년 숭산 선사에 의해 창건됐다. 미국 내 한인 사회와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선불교 수행을 전파하기 위해 맨해튼 42번가의 임대 건물에서 시작했으며, 숭산 스님의 지도 아래 빠르게 성장했다. 1986년 솔즈베리 밀스의 클로브 로드에 위치한 228에이커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며 한국불교 전통 사찰 양식을 갖춘 도량으로 확장됐다. 2000년대 정우 스님과 지광 스님의 원력으로 청동 불상을 조성하는 등 대작불사를 시작해 2011년에는 덕산 정화섭 위원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찰 개발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숭산 스님은 "모를 뿐"이라는 선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전하며 미국 사회에서 선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데 기여했다. 숭산 스님은 2004년 대종사 법계를 품수하고 그해 11월 세납 77세로 열반에 들었다.
한편, 이날 원각사 창건 50주년 기념대법회를 마지막으로 모든 방미 일정을 마무리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이번 방미 성과에 대해 “간화선을 중심으로 한국의 선명상을 세계화할 때 전 세계의 명상을 한국불교계가 주도해 나아가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이를 위해서는 불교를 보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진우 스님은 특히 “첨단을 걷고 있는 AI 시대에 양자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더욱 절감했다”며 “이러한 노력이 병행될 때 불교가 궁극적으로 중생을 구제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48호 / 2024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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