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바이 원력 모아 보살행 앞장…불교 도시 새 활력 되다

창립 30주년 재도약, 부산여성불자회  부산여성불자회, 1994년 108명 시작 3대 회장 정분남…지역 보살행 진력 부산지역 환경정화 및 불교행사 봉사 청소년 16명에 600만원 장학금 전달 사명대사 역사소설 2000권 법보시도 “불자들, 적극적인 보살행 실천하길”

2024-10-25     주영미 기자

 

부산시민공원에서 환경정화운동을 펼치며 ‘환경보살’의 길을 발원한 ‘찐’ 불자들의 모임 부산여성불자회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어데예, 뭐시 부끄럽다 캅니꺼. 이게 미스코리아 어깨띠보다 더 멋진 거라예. 빤듯하게 둘러 보이소. 집에서 가져오신 젓가락과 봉지도 하나씩 단디 챙기셨지예?”

무더위가 잦아들 기운이 보이지 않던 9월 중순, 주말이면 인파로 북적이는 부산시민공원도 평일 오후에는 잠시 쉬어가듯 한적한 가운데 어디선가 산사의 풍경소리 같은 청아한 웃음소리가 쟁쟁히 울렸다. 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은 공원의 상징물 가운데 한 곳인 대형 분수대 앞. 마침 큰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에 모인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웃음꽃이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나누는 이들은 ‘부산여성불자회’ 소속 우바이들이다. 지난 2022년부터 시작한 환경정화운동 분기 모임을 이번에는 부산시민공원에서 진행하는 자리였다. 이쪽, 저쪽에서 속속 모여든 여성 불자들은 어느새 20명이 훌쩍 넘었다. 회원 100여 명이 함께하는 SNS의 공지글로 안내된 모임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열정이 고맙다며 연신 서로를 격려하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약간의 움직임에도 땀이 쏟아지는 날씨였지만 개의치 않을 의지는 목에 두른 손수건과 햇빛을 가리는 용도의 모자로 짐작하기 충분했다. 무엇보다 손에 든 낡은 나무젓가락과 비닐봉지가 눈길을 끌었다. 쓰레기를 줍는데 웬 일회용품? 이유가 있었다. 김밥 도시락을 먹을 때, 장을 볼 때 등 각자 일상에서 어쩔 수 없이 써야 했던 일회용품이지만 이날의 쓰레기 줍기에 사용해서 회향하고자 버리지 않고 챙겨온 것이었다.

초록빛 어깨띠까지 두르고 환경 보살로 무장을 단단히 마쳤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순식간에 흩어져 곳곳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눈으로 봐서는 분명 깨끗한 공원이었다. 30분 즈음 지났을까. 흐르는 땀을 닦으며 출발한 자리로 다시 모인 이들의 손마다 든 비닐봉지는 각종 쓰레기로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허리를 숙이고 앉아 젓가락을 써서 꼼꼼하게 구석구석을 살폈기에 수거할 수 있는 쓰레기였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로 쓰레기는 많았고 그 종류도 다양했다. 

준비해 온 종량제봉투에 쓰레기를 모아 담고 재활용 쓰레기는 별도로 분류해 꼼꼼하게 챙겼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일상에서 발견한 친환경 노하우를 나누는 대화가 진솔하게 이어졌고 다음 모임을 위한 개선점도 다양하게 쏟아졌다. 부산여성불자회를 이끄는 정분남 회장은 맞장구를 치며 호탕하고도 단호하게 말했다. “다들 고맙습니더. 맞아예. 불도 부산을 청정하게 가꾸는 일인데 우째 대충하겠습니꺼. 시작하기로 원력을 세웠으면 지대로 해야지예.”
 

미래세대를 위한 어머니의 역할로 청소년 불자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다.

원력행을 실천 중인 ‘찐’ 불자들의 모임 부산여성불자회는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신행 단체의 역량이 줄어들거나 축소되는 현실에서 부산여성불자회는 오히려 최근 부산을 대표하는 베테랑 신행 단체로 불도(佛都) 부산에 보살행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 활약은 환경정화운동에서 그치지 않는다. 창립 당시부터 이어온 불자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재개했고, 부산불교연합회 주최의 다양한 부산 대표 불교 행사에서 보이지 않는 손발이 되어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여기에 법공양까지 더해 포교 영역을 대폭 확장했다.

이 같은 변화는 왕선자 초대회장, 류영남 제2대 회장에 이어 정분남 회장이 부산여성불자회 제3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비롯됐다. 1994년 108명의 여성 불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인재 불사와 포교 원력으로 출발한 부산여성불자회는 장학금 수여, 교도소와 군법당 지원 활동으로 활발하게 자비행을 실천했다. 다만 세월의 흐름 속에 회원들이 점차 나이가 들면서 모임에서 빠지는 인원이 점점 늘어났다. 왕선자 초대회장은 2019년 류영남 제2대 회장이 맡은 이후 3대부터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조계종 포교사단 부산지역단장을 회향한 정분남 회장에게 “적임자”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부산여성불자회 총재 혜총 대종사도 적극 격려했다. 포교사단 부산지역단장을 내려놓았지만 사찰순례모임 ‘삼보회’를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이었기에 한사코 사양을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 회장의 마음 깊은 곳에서 “이번 생에 태어나 불자로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라는 발원이 오롯하게 피어올랐다. 
 

총재 혜총 대종사가 지도법사를 맡은 ‘해동불교성지순례’도 원만 회향했다.

2022년 7월 20일, 정 회장은 제3대 부산여성불자회 회장직을 맡았다. 취임과 함께 초대·직전 회장단을 고문으로 추대한 정 회장은 회원을 새롭게 모집했다. 첫 번째 조건은 ‘환경보살’이었다. 이 시대 꼭 필요한 여성 불자의 길이 ‘환경 수호’에 있다는 발원은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부산 어린이대공원을 시작으로 부산시민공원, 금정총림 범어사에 이르기까지 분기별로 연간 네 차례의 모임 때마다 환경정화운동을 함께했다. 처음에는 큰 집게를 들었고 선물용으로 받아 집집이 남은 포장용 보자기를 바느질해 쓰레기봉투를 장만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큰 쓰레기보다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쓰레기들이 더 쌓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도구를 소형으로 바꿨고 부득이하게 사용한 일회용품을 쓰레기 수거 용도로 회향해 실용성도 더했다.

부산 연등축제, 팔관회 등 부산 대표 불교 축제 현장의 준비와 뒷정리에도 늘 부산여성불자회원들의 손길이 닿았다. 전통을 이어온 미래세대를 위한 어머니의 역할로 청소년 불자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인재 불사도 여법하게 이었다. 지난 봉축 때도 불자 청소년 16명에게 총 6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하며 부처님오신날의 기쁨을 나눴다. 9월23~27일에는 총재 혜총 대종사가 지도법사를 맡은 ‘해동불교성지순례’도 원만 회향했다.

SNS를 통한 ‘포검비’ 책 읽기. 부산여성불자회는 이 책을 2000권 보시했다.

정분남 회장의 임기 3년차, 부산여성불자회는 100명 가까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며 목표로 한 회원 수 108명에 다가가고 있다. 특히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불도 부산의 여성 불자 원력으로 이 시대에 꼭 맞게 실천할 수 있는 포교의 길을 발원한 정 회장이 발견한 것은 이상훈 작가의 사명대사 역사소설 ‘포검비(抱劍悲) – 칼을 품고 슬퍼하다(도서출판 여백, 이하 포검비)’였다. 평소 부산 초읍 어린이대공원을 찾을 때마다 부산불교연합회에서 조성한 사명대사 존상을 참배해 온 정 회장은 이 책을 보며 전율을 느꼈다. 불자는 물론 불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불교의 자비 사상과 호국정신을 알리는 최고의 포교서라는 확신도 생겼다. 

우선 회원들과 공유하는 SNS를 통해 책 읽기를 시작했다. 정 회장의 오랜 도반인 김미옥 총무가 매일 아침 6시 오늘의 책 읽는 부분을 텍스트로 직접 써서 올리면 회원들이 후기를 추가로 올리는 방식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회원들도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해 주위에 나눴다. 회원들만 감동을 공유하기에는 아쉬웠다. 부산여성불자회 이름으로 ‘법공양’을 펼치기로 뜻을 모았다. 부산불교연합회 스님들을 비롯해 인연이 닿는 사찰마다 ‘포검비’를 보시했다. 현재까지 그 양이 2000권에 이른다. 마침 이 책을 기반으로 역사 드라마가 제작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김 총무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부처님 말씀이 담긴 훌륭한 경전과 불서는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불자님들이 찾아볼 기회가 많습니더. 그런데 역사소설은 접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예. 솔직히 이순신 장군은 알아도 정작 사명대사의 활약과 자비의 실천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습니꺼. 우리가 이 책을 직접 읽고 주위에 보시하는 이유입니더.”

‘포검비’ 책 읽기를 통해 불성의 씨앗과 함께 회원 불자들의 마음 마음마다 품어온 문학소녀의 꿈도 피워낸 부산여성불자회는 이 원력을 모아 더 많은 불교 신행 단체가 활력을 되찾기를 서원한다. 정분남 회장은 소신 발언으로 포교의 원력을 더욱 분명히 했다. 

“신행 단체마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진짜 많이 듣습니더. 불자 수가 줄어든다고 아쉬워만 하는데 어렵다 어렵다 하면 진짜 힘들어예. 석가모니부처님, 아미타부처님, 지장보살님, 관세음보살님, 여러 불보살님이 이렇게 항상 화현하고 계신데 우리 불자들이 기죽을 일이 뭐가 있습니꺼. 집에서든 밖에서든 당당한 불자가 되입시더. 하실 수 있지예?”

때마침 부산시민공원 분수대에서 폭포 같은 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관세음보살의 정병에서 쏟아지는 감로수 같다며 저마다 환호성을 피워냈다.

“이럴 때 퍼뜩 사진 한 장 찍으입시더. 자, 예쁘게 웃어 보이소. 보살~”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750호 / 2024년 10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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