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지정 가톨릭 성지'엔 유네스코 수준 지원…“탄핵 틈탄 추진” 우려도
가톨릭청년대회 지원 특별법 각 조항 무슨 내용 담고 있나 문체위 상정…심의 앞두고 있어 체계·자구 심사 후엔 본회 상정 “잇따른 임시국회 ‘쓱’ 통과 경계”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은 국제 청년 교류를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가톨릭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심각한 종교편향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WYD 가톨릭세계청년대회(이하 가톨릭청년대회)’ 지원을 목적으로 국회의원 김상훈·김병기 등 59인과 성일종 등 11인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제41차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이하 가톨릭특별법)’에 대해 교계에서는 “단일 행사에 대한 지원을 넘어 가톨릭계에 대한 지속적이고 전방위적인 지원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후폭풍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틈을 국회를 통과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월 7일과 19일 각각 발의된 동명의 두 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에 회부돼 심의를 앞둔 상태다. 문체위의 심의 후에는 체계·자구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탄핵정국에 은 혼란 속에서 문제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명 법안에 ‘10년 지원’ 부칙 추가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11월 7일과 19일 잇따라 제출된 두 법안은 이름뿐만 아니라 내용 대부분도 일치한다. 하지만 성일종 의원 등 11인의 의원이 19일 발의한 두 번째 법안에는 ‘부칙’ 조항이 추가된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부칙에서는 가톨릭청년대회의 후속사업으로 관련 시설에 대한 지원을 2037년 말까지 10년간 지속할 수 있도록 해당 법안의 유효기관을 명시하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원 만당 스님은 “이 조항은 가톨릭 시설을 대상으로 운영비를 포함한 모든 재정을 사실상 무제한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 특정종교의 행사를 지원할 뿐 아니라 행사 이후에도 10년에 걸쳐 관련 시설의 건립·운영비까지 지원하는 것은 명백한 종교편향”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이 지목하면 우선 지원?
가톨릭특별법에서는 이 법에 의해 지원받을 수 있는 ‘관련시설’의 범위를 명시하며 대회에 직접 사용되는 대회장, 체험장, 전시관 외에도 ‘국제순례지 관련시설’을 별도로 규정했다. 국제순례지 관련시설이란 ‘교황청이 공식 승인하고 선포한 순례길과 국제성지(2조 4항)’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사실상 교황이 지정한 지역에 대해 ‘국제순례지 관련시설’이라는 명목으로 지원할 것을 명시한 셈이다. 이어지는 조항에서는 이 법과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규정하며 ‘세계청년대회 관련 시설의 설치·이용 및 사후 활용 등에 관한 사업에 적용되는 사항은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제3조)’고 명시, 가톨릭 성지에 대한 법적 지원에 사실상 우선권을 부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제순례지관련시설의 설치·운영 예산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하는 경우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국비 보조율에 준하여 지원한다’(6조 2항)는 대목까지 포함했다. 교황이 정한 가톨릭 성지에 대해 공공기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대우하도록 법적 토대를 제공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국가·지자체·공공기관 행정 총동원
가톨릭청년대회 특별법 전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모든 기관에서 가톨릭청년대회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교구 교구장이 조직하는 조직위원회는 국가·지자체·공공기관·법인·단체 등에 행정적·재정적 협조 및 지원과 편의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해당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최대한 협조하여야 한다(제6조)’고 규정했다. 공적 기관들의 행정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예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재정기획부·교육부·문체부 장관을 부위원장으로 국무위원 대부분이 참여하는 ‘가톨릭청년대회 정부지원위원회’ 구성(제18조)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 종회의원 심우 스님은 “특정 종교조직이 개최하는 행사 지원에 국무총리를 포함한 주요 국무위원들의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정부가 종교 중립적이지 못한 행정을 펼치도록 법률로 보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톨릭 청년·단체 육성도 정부·지자체가
가톨릭특별법 25조에서는 ‘청년단체 활동 지원’ 조항을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행정기관장에게 ‘가톨릭청년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인적자원 양성 및 청년단체 활동 육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종회의원 선광 스님은 “가톨릭청년대회에 투입될 청년 대부분이 가톨릭신자라는 점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인적자원과 청년단체 육성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다는 것은 정부차원에서 가톨릭 선교활동과 신도육성에 앞장서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규탄했다.
#점용료감면·채권면제…‘시설’ 보수비도
가톨릭청년대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법률이 명시하고 있는 각종 부담금도 감면할 것도 포함하고 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서울대교구장이 조직하는 대회 조직위원회의 설치·운영을 비롯해 대회 준비·운영, 대화 관련시설의 설치·운영에 대한 예산을 지원(제6조)하고 관련 시설의 신축뿐 아니라 기존 시설을 개축·보수하는 경우에도 이에 필요한 사업비를 전부 또는 일부 지원(제19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대회와 관련된 모든 시설 및 조직의 설치 및 운영뿐 아니라 가톨릭계가 관련시설로 지정할 경우 기존의 시설에 대한 개축과 보수에 대해서도 예산지원의 길을 열어둔 대목이다. 이밖에도 △하천 점용·사용료, 교통유발보담금·도로 점용료 등의 감면(제9조) △조직위원회의 동산·부동산 취득 시 채권 매입 의무 면제(제10조) △기념주화 발행 및 독점적 인수(제11조) 등 각종 분담금에 대한 광범위한 감면·면제와 수익사업 혜택 등이 줄을 잇는다.
가톨릭특별법은 현재 문체위의 심의를 앞두고 있지만 교계에서는 이 법안을 현 단계에서 저지·철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해당 법안의 위헌적 요소들을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선광 스님은 “온 국민의 관심이 탄핵정국에 쏠려 있는 어수선한 시국에 법안 처리를 소리소문없이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법안을 반드시 저지하기 위해서는 출가·재가를 망라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히 등 대책기구를 구성해 법률안의 위헌적 요소들을 점검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해당 법안 발의 초기부터 국회 등에 불교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등 꾸준히 의견을 조율하는 등 법안 처리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 추진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하고 임시국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혼란한 틈에 법안이 상정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법안 처리 절차를 계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가톨릭 세계청년대회란
세계청년대회는 1985년 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시작한 가톨릭교회 주최 청년 행사다. 행사는 2~3년 간격으로 국제대회가 열리며, 가톨릭이 로마에 전래한 것을 기념해 1925년 가톨릭 교황 비오 11세가 제정한 전례력 상의 ‘우주의 왕이신 우리 주예수 그리스도 대축일(약칭 그리스도왕축일)’인 11월 20~26일 사이에 맞춰 전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열린다. 세계청년대회 홈페이지(worldyouthday.com)에 따르면 이 행사는 ‘젊은이들이 살아 계신 그리스도와 만나는 것에 관한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비전을 보존하고 육성하는 데 깊이 헌신’하여 ‘전 세계 청소년을 그리스도의 시대를 초월한 가르침과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된다.
1984년 이래 유럽과 아메리카, 호주 대륙에서 열리던 이 행사는 1995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으며 2027년 서울 대회가 두 번째다. 특히 서울 대회는 동아시아국가 최초 개최이며 가톨릭이 다수 종교가 아닌 국가에서 열리는 첫 대회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57호 / 2024년 1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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