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분쟁 야기할 ‘가톨릭청년대회 특별법안’ 철회돼야

2024-12-13     이상훈 교수

“문학은 필연적으로 삶을 파괴하는 모든 행동을 반대합니다.”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연설을 통해 문학의 본질을 되새겼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 받는 이유, 그리고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 질문들은 문학이 수천 년간 물어왔고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질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릴 적, 우리는 거울 속에서 자신을 처음 마주했을 때, 왜 내가 여기에 존재하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욕심대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되며 상대를 증오하고, 자신도 미워하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깨달았다. 인간은 결코 홀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존재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이런 질문과 해답 속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존엄성을 확인하게 된다. 

지난달, 인도를 다녀왔다. 일주일이 넘도록 불교 성지를 둘러보았지만, 내 기억 속에는 온통 '붉은 벽돌'만 남아 있다. 부처님의 나라라고 불리는 인도는 오늘날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득세로 불교는 유적으로만 남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현재 인도의 종교 분포는 힌두교가 80%, 이슬람교가 14%, 불교는 1% 정도에 불과하다. 세계 경제 규모 5위인 인도는 종교적 갈등으로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교 분쟁은 인도의 성장 잠재력에 흠집을 내고 있다.

2019년 11월 9일, 인도 대법원은 아요디아 사원을 둘러싼 분쟁에서 힌두교 측에 사원 부지를 넘겨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힌두교 측은 이곳에 라마신 사원을 건립하려 한다. 반면, 무슬림들에게는 아요디아 단니푸르에 5에이커 규모의 대체 부지를 제공하여 1992년 철거된 바브리 마스지드 모스크를 재건하도록 했다. 하지만 1992년부터 이어진 종교갈등은 이미 2000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인도 역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기록되었다.

이제 대한민국 역시 갈등과 고통의 씨앗을 품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칠 반헌법적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이다. ‘2027 제41차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은 국가의 종교적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종교편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 기구를 만들어 로마 교황청이 우리나라를 ‘순례길'이나 ‘성지'로 지정할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특정 종교를 위해 무한정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건으로 헌법의 가치와 헌법기관의 준법 및 양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특정 종교를 위한 혜택을 넘어서, 국가권력이 종교적 지원을 하도록 만들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는 폭거다. 대한민국헌법은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어야 하며, 국교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정신을 다시 세우고, 국가와 공직자가 나서 특정 종교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계청년축제를 단순한 종교 행사로 치러가는 것은 막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종교를 위해 국고를 사용하고 지방정부의 재정을 낭비하는 입법 행위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을 기망하고, 먼 훗날 대한민국이 종교 분쟁으로 시름하게 만들 수 있는 시한폭탄을 묻는 것과 다름없다. 종교적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한 헌법 정신을 되새기고, 자신의 종교에서 말하는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법안의 자진 철회를 요구한다.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대전대 교수 shlee0044@naver.com

[1757호 / 2024년 1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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