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 우학 스님 

“동짓날 긴밤 철야 수행은 반야지혜 닦을 최적의 기회입니다” 동지는 양의 기운이 회복되는 시작점이자 새로운 희망 불러 일으키는 절기  팥죽 쑤어 부처님 전에 올리는 것은 나쁜 기운을 물리쳐 지혜를 닦기 위함 무일의 5대 수행 선택해 방일하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겠다는 서원 세워야

2024-12-13     정리=대구경북지사=류현석 지사장

동지가 다가옵니다. 그래서 동지 기도는 중요합니다. 동지 기도를 잘하면 희망이 생깁니다. 동지 기도의 의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국 송대의 유학자로서 소강절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소강절은 우리나라의 서경덕, 토종 이지함 등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만큼 주역의 대가였습니다. 주역은 유교의 교과서인 사서삼경 또는 사서오경의 하나로, 어렵고 난해한 학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기의 태극 문양이나 건곤이감(乾坤離坎)의 괘도 모두 주역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주역을 깊이 연구한 소강절은 미래를 꿰뚫어 보는 탁월한 예지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20대 후반에 늦게 장가를 들어 첫날 밤 새벽에 일어나 후손들의 먼 미래를 직관으로 살폈습니다. 그런데 구대손에 이르러 큰 병고가 생길 것이 감지되었습니다. 소강절은 임종에 이르러 큰 며느리에게 비단으로 만든 함을 주며 말했습니다.

“아가야, 이 함을 너희 큰 며느리에게 전해주거라. 그리고 너의 큰 며느리는 그다음 큰 며느리에게 전하도록 하라. 그러다가 구대손에 이르면 이 함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소강절의 유품은 대대로 전해져서 30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마침내 구대손까지 내려갔습니다. 구대손은 학식이 뛰어나 세자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세자가 구대손의 집에 들렀다가 궁궐로 돌아가는 길에 자객에게 암살을 당하자 오해를 받고 역적으로 몰렸습니다. 집안이 멸문지화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때 큰 며느리는 구대조 할아버지인 소강절의 유품을 열어볼 때가 되었음을 직감하고 보자기를 풀었습니다. 거기에는 “지체 말고 이 함을 형조 상서에게 전하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큰 며느리는 집사를 불러 함을 들려 형조 상서에게 보냈습니다. 집사가 형조 상서 집에 막 도착했을 때, 상서는 입궐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마당에서 집사가 소리쳤습니다.

“선생의 유품을 나으리께 전하고자 하오니 받아주십시오.”

형조 상서는 그 말을 듣고, 명망 높기로 유명한 소강절의 유품을 전해 받기 위해 마당으로 내려섰습니다. 그런데 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유품을 건네받는 순간 방금 형조 상서가 앉아 있던 사랑채가 폭삭 무너져 내렸습니다. 형조 상서는 급히 함을 열어보았습니다. 함 속에는 하얀 창호지 한 장만 놓여 있었습니다. 재빨리 펼쳐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당신이 대들보에 깔려 죽을 것을 살려주노니, 나의 구대손을 구해달라.”

재수사를 명한 형조 상서는 구대손의 무죄를 밝혀내어 그를 살려주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소강절은 대단한 예지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사상은 후세 성리학의 근본이념을 세우는 데도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아무튼 소강절은 천지운행의 변화와 삼라만상의 흐름을 환히 꿰뚫어 보는 신통과 해안을 가진 인물이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소강절은 동지의 절기를 맞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습니다.

동지음(冬至吟)
동지자지반(冬至子之半)
천심무개의(天心無改移)
일양초동처(一陽初動處) 
만물미생시(萬物未生時)
현주미방담(玄酒味方淡)
대음성정희(大音聲正希)
차언여불신(此言如不信)
갱청문복희(更請問庖犧)

“동지는 음력 11월의 중간에 드니 하늘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네. 하나의 양기가 처음 움직이는 곳에 만물의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네. 맑은 물은 그 맛이 담담하고, 위대한 음악은 소리가 없네. 이 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복희씨에게 다시 물어보시오.”

여기서 핵심 구절은 “일양초동처, 만물미생시”입니다. 이는 “하나의 양기가 처음 움직이는 곳에 만물의 변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동짓날은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입니다. 밤이 가장 길다는 것은 겨울의 음기가 극히 성하다는 의미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다음 날부터 낮이 점차 길어짐으로 양의 기운이 회복된다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이는 세상이 음의 기운에 휩싸여 있으나, 땅속에서 하나의 양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양기의 회복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므로, 한겨울 속에서도 싹트는 생명의 봄을 나타냅니다. 동지는 새로운 시작점이자 새로운 희망을 주는 절기입니다. 동짓날 새알 팥죽 공양을 먹는 것도 다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살이가 어렵더라도, 동짓날 기도하시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합니다.

예로부터 해가 바뀌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해가 바뀌는 공식적인 날이 4번이나 있다는 것이 이를 보여줍니다. 동지절, 양력설, 입춘, 음력설, 이 네 가지입니다.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나눠 먹고, 양력설에는 해맞이 법회를 합니다. 입춘에는 삼재 소멸 기도를 올리고, 음력설에는 정초 살림 기도를 봉행합니다. 우리나라 모든 절은 동지 때 동지 불공을 올립니다. 그날은 팥죽을 쑤어 부처님 전에 공양 올리고, 모든 신도들이 함께 팥죽 대중공양을 합니다. 절 집안에서의 동지불공, 동지기도는 그 행사 규모가 아주 컸습니다. 어떤 지방에서는 지금도 초파일 부처님오신날 다음으로 많은 신도들이 운집합니다.

동지 기도는 보통 동지 일주일 전에 입재하여 하루 3차례 관음 정근을 하고, 매번 스님들의 축원을 받으며 진행됩니다. 동지 전날에는 신도들이 정성껏 공양 올린 팥을 모아 철야로 팥죽을 끓이고, 신도들의 울력으로 새알심도 빚습니다. 그리고 동지 당일에는 팥죽을 부처님 전에 올리고, 신도들과 함께 나누며 새해 달력도 배포합니다. 동지 때 이렇게 달력을 배포하면서 절에서 팥죽을 끓여 부처님 전에 정성껏 올리고 신도님들이 함께 동지 기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지혜로워지기 위함입니다.

둘째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함입니다.

셋째는 밝은 기운을 불러들여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하기 위함입니다. 

조금 지루하실 것 같아 여기에 대한 설명은 뒤쪽 결론 부분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마사사라는 시골 절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마사사의 공양주 보살은 지난밤 늦게까지 새알심을 빚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동짓날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새벽에 기도를 마친 해봉 스님이 후원을 둘러보는데 공양간에 공양주 보살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스님은 요사채로 달려가 공양주 보살의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보살님, 왜 아직도 안 일어나십니까? 팥죽을 쑤어 부처님께 올려야 하지 않습니까?”

늦잠에 빠져 있던 공양주 보살은 깜짝 놀라면서 뛰어나왔습니다. “아이고, 내 정신 봐라. 큰일 났네!” 그러고는 공양간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동짓날 아침에 팥죽을 끓이려고 보니 불씨가 꺼져버렸습니다. 공양주 보살은 신발을 신는 둥 마는 둥 하고, 절 아랫동네 김처사 집을 찾아가 다급히 말했습니다.

“처사님, 불씨 좀 주세요. 팥죽을 끓여 부처님께 올려야 하는데 제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큰일 났습니다.”

김처사는 이상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공양주 보살님, 조금 전에 저희 행자님이 불씨를 가지고 가셨습니다. 불씨를 드리면서 배고파 보이시기에 저희 집 팥죽도 한 그릇 드렸습니다. 아주 맛있게 드시고 올라가셨는데요.”
공양주 보살은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우리 절에는 행자님이 없는데, 그게 참 이상한 일이네요.”

공양주 보살은 다시 불씨를 하나 얻어 급히 절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공양간에 들어갔더니 아궁이에 불이 활활 타고 있고, 팥죽이 이미 끓고 있었습니다. 공양주 보살은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하며 놀라움을 연발하면서 팥죽을 마저 끓였습니다. 팥죽을 정성껏 담아 큰 법당의 부처님 전에 먼저 공양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그릇에 팥죽을 담아 나한전으로 갔습니다. 나한전 상단에 팥죽을 올려놓고 삼배를 드리는데, 그날따라 유독 눈에 들어오는 나한 한 분이 계셨습니다. 입술이 빨간 것이었습니다. 공양주 보살이 다가가 합장한 채 나한의 빨간 입술을 자세히 보니, 그것은 팥죽이 입술에 묻은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나한님이 신통을 부려 동네 김처사 집에 가서 불씨를 구하고 팥죽 한 그릇을 얻어 드셨던 것입니다.

요즘도 나한님을 모실 때, 특별히 일부 나한님의 입술을 빨갛게 칠하는 전통이 많은데, 이는 앞서 말씀드린 마사사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절에서는 민간의 세시 풍습인 동지를 잘 수용하여 불공도 드리고 기도도 이어왔습니다. 우리 모든 불자님들은 동지 기도에 꼭 동참하시기를 바랍니다.

동지불공과 동지 기도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첫째, 곡물 중에서 가장 붉은 팥은 광명을 상징하며, 반야 지혜를 의미합니다. 팥죽을 드시는 분들은 동짓날 긴 밤 수행 정진을 통해 반드시 반야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둘째, 붉은 팥은 양의 기운을 상징하여 음의 기운인 나쁜 것을 물리칩니다. 팥죽 한 그릇이 액막이의 역할을 합니다.

셋째, 동지는 천체의 기운이 어둠의 극을 지나 밝음의 시작으로 움직이는 좋은 날입니다. 팥죽을 드시고 부처님 전에 소원을 비는 동지 기도가 밝은 기운을 불러들여 소원을 성취할 것입니다.

불교에서 동지는 이처럼 중요한 날입니다. 새로운 희망을 품는 동지불공과 동지기도가 되시길 바랍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무일의 5대 수행은 독송, 사경, 정근, 절 및 예배, 참선입니다. 이 다섯 가지 수행 중 두세 가지는 내가 죽는 날까지 반드시 하겠다는 결심을 하셔야 합니다. 이러한 수행을 통해 가정이 더 밝아지고, 삶이 더욱 발전하는 불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정리=대구·경북 류현석 지사장 bigkorea91@naver.com

이 법문은 12월21일 동지를 앞두고 한국불교대학대관음사 회주 우학 스님이 과거 동지에 관해 설했던 법문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1757호 / 2024년 1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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